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3-12-05 16: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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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재판지연 문제 해결과 사법부의 독립성 수호 의지를 보였다.
여야 의원들은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와 달리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조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의 유도성 질의에 직 수행의 연관성과 중립성의 의무를 기반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판사로써 걸어온 길에 대한 확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인사말에서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국민들이 사법부에 절실히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 보면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 지연의 원인이 한 곳에 있지 않은 만큼, 세심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가겠다”며 “신속한 기일 지정이나 판결서 적정화와 같이 당장 시행 가능한 방안에서부터 재판 인력의 구성 또는 재판 제도의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방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방안을 두루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재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저는 헌법과 법률에 바탕을 두고 치우침 없는 판결을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법과 양심, 당사자의 목소리 외에는 추호도 부당한 영향을 받거나 주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지키고자 분투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장은 법관이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할 중대한 책무를 지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헌법의 정신을 되새겨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고 공정한 재판을 달성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대법원 대법관을 역임해 이미 인사청문회를 한차례 거친 바 있다. 당시에도 조 대법관은 가결 230표, 부결 4표로 비교적 쉽게 인준절차를 통과했다.
27일 동안의 청문회 준비 기간 조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신상과 관련한 의혹 제기가 거의 없었던 만큼 앞선 야당 의원들도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 때와는 달리 대체로 사법부 수장으로서 적임자인지를 따져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민의힘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판하며 조 후보자에게 사법부 정상화를 당부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 내 코드 인사와 편 가르기, 심각한 재판 지연, 재판의 정치적 편향성과 공정성 시비 등 부작용을 지적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재판 지연이 가장 많이 일어난 게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이라며 김선교 국민의힘 전 의원이 3개월 만에 쫓겨난 것과 최강욱 전 의원은 3년 8개월 여만에 확정판결 받은 것을 비교하며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편향성을 비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같은 지적에 조 후보자는 “구체적인 개별 사건에 대해 말하기 어렵지만 최근 국민이 재판 지연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서영교·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경기도청을 수차례 압수수색한 것을 비판하며 조 후보자에게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조 후보자는 이같은 질문에도 역시 “구체적으로 영장 발부 내용에 대해 제가 아는 바는 없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임의적 대면심사제도와 조건부 구속영장제도 도입 의견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질의 내용을 메모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 후보자는 임의적 대면심사제도는 외국에서 이미 시행중이고 임명이 되면 대법관들과 논의해보겠다면서도 “부자나 힘있는 사람이 해당 제도의 혜택을 많이 받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소신이 없다는 지적에도 '소신껏'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법 등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에 조 후보자가 대답하기 어렵다고 하자 질문자인 오 의원은 ‘소신이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앞선 질의들에 원론적 답변을 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이 이 자리에 대법원장 후보자로써 나왔기 때문에 자신이 한 답변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참여해야 할 사건일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는 자신이 보수적이라고 말한 오 의원을 언급하며 “보다 진보적인 판결을 낸 사람이 없을 것이다”며 자신이 내린 진보적 판결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개별 사건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사법 시스템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 후보자가 대법관 시절 48세 어른과 14세 아동의 사랑을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해 무죄 판결에 기여한 것을 지적하자 조 후보자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대법원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새로운 증거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전 의원이 조 후보자에게 시간을 돌린다면 똑같은 판결을 했을 것이냐고 묻자 “논란 있는 사건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여전히 “구체적인 타당성과 법적 안전성이라는 두 가지가 충돌하는데 대한민국이 생기고 확립된 기속력이 무너지면 사법시스템 자체가 존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법리가 필요해서 만든 것”이라며 예외를 둘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걱정을 끼쳐드렸다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또 자택에 침입한 도둑에 집 주인이 대항해 도둑이 사망하자 이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고 실형을 판결한 것에 대해 의견을 묻자 조 후보자는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해 이야기하기 곤란하다”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판결을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조 후보자에 대한 덕담성 발언이 계속해서 나왔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장직 제의를 사양했다가 이번에 수락한 것으로 알려진 조 후보자에게 “‘천 번 만 번도 더 사양하고 싶다. 국민과 나라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무거운 마음’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마음으로 임해달라”며 “그런 초심 그대로 갖고 계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인품도 훌륭하고 국회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어 대법관이 되셨다”고 그를 높였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시면 국민 신뢰를 받는 공명정대한 헌법기관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에게 “역사에 남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대법원장이 돼달라”며 그가 강조했던 ‘정성’, ‘성심’, ‘측은지심’ 등을 조명했다. 또 정 의원은 조 후보자가 대법관 임기 종료 뒤 대법관 청문회 당시 약속했듯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았던 점을 높게 샀다.
조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의 칭찬에 과찬이라면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단 하루만을 하더라도 사법부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저 역시 헌법이 임명한 봉사자이기 때문에 재판을 통해서 봉사하는 것이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재판이라는 것이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사건을 무심하게 흘리기가 쉽다”면서도 “그 때마다 10년, 20년, 30년 재판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한건 한건의 사건이 자기 또는 형제의 사건이라는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이) 결론에 대해서도 얼마나 노심초사 할까. 이런 것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져야만 재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