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에서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그룹의 1980년대생 ‘오너 3~4세’들이 경영일선에 등장하면서 재계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모두 1980년대생으로 사실상 ‘오너 경영’을 위한 첫 발을 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존 ‘샐러리맨’ 출신의 부회장들은 연이어 퇴진하면서 주요 그룹들의 부회장단 규모가 점차 축소되는 추세에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연말 인사가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오너 3~4세들의 승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은 10일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HD현대그룹의 오너 경영체제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이 2026년 3월 임기를 마치면
정기선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HD현대그룹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오너 4세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도 코오롱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규호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2019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발생한 그룹의 ‘오너 공백’을 채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기선 부회장과
이규호 부회장은 각각 1982년, 1984년 출생으로 이 부회장은 아직 40세도 되지 않았다. 또 최근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린 BGF그룹 오너 2세 홍정국 부회장도 1982년생이다.
1980년대생들이 주요 그룹의 경영일선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2022년 8월에는 1980년생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한화그룹 부회장에 올랐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세창 사장은 1975년생이다.
부회장이 아니더라도 젊은 오너 경영인들은 점차 그룹의 핵심역할을 맡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사장(1979년 출생)은 이번에 GS건설 대표이사에 올랐다.
1986년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12월로 예정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유열 상무는 지난 9월 베트남 롯데몰 오픈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반면 샐러리맨 출신의 부회장은 점점 줄어드는 양상이다.
LG그룹은 2022년 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물러난 데 이어 올해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2년 만에 부회장단이 4명에서 2명으로 감축됐다. 5년 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에는 LG그룹에 부회장이 6명이나 있었다.
삼성그룹도 2021년 말 부회장이 한 명 줄어 현재까지 한종희, 정현호, 전영현 3명의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말 윤여철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부회장단이 해체됐다. 정태영 현대카드 및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매형으로 오너가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부회장만 14명이었던 시기도 있었다.
현재 4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4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는 SK그룹도 12월7일로 예정된 연말인사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그동안 ‘샐러리맨의 꿈’으로 불리던 부회장은 점차 오너일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거치는 자리가 되고 있다. 특히 젊은 오너 경영인들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옛 오너의 가신들이 퇴진하고 있어 이와 같은 추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새로운 오너들은 아버지 세대처럼 2인자를 두는 대신 사장단 중심의 체제를 꾸리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2인자를 두지 않고 계열사 대표들과 직접 소통하는 직할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이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할 수 있고 그룹 장악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 모두 계열사들의 구체적인 사안을 직접 챙길 수 있을 만큼 젊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점도 관리형 부회장단의 필요성이 줄어든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샐러리맨 출신의 부회장이 줄어드는 추세는 지속될 듯 하다”며 “대기업 직원이 임원 달 확률이 1%도 안 된다고 하는데 평범한 직장인인 ‘별 중에 별’로 불리는 부회장을 달 확률은 0.1%도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