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11-22 11: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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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가운데)이 21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에서 임단협 타결 뒤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과 노사합의서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비즈니스포스트] 서울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일부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회사와 막판 협상에서 임단협을 타결지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급한 불을 끈 만큼 한동안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서울교통공사의 인력감축 계획안 자체가 철회된 것이 아닌 만큼 경영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노사 대립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22일 서울교통공사와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전날(21일) 오후 9시25분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합의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합의를 마친 뒤 “지난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지하철 경고파업으로 인해 시민에게 큰 불편을 초래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2차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으로 무너진 시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지하철 안전과 서비스 증진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7월11일부터 이번 달 21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본교섭 과정에서 인력 감축 방안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9일부터 경고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애초 제1, 2 노조가 참여할 예정이었던 경고파업에는 제1노조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인 서울교통공사노조만이 참가했다. 제2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경고파업 당일 아침 파업 불참을 선언했다.
백 사장은 지난 5월 취임 이래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쇄신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7월16일 발표한 대중교통 경영합리화 방안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2026년까지 모두 8801억 원을 확보하는 자구 계획을 마련했다.
공사는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1200억 원을 확보하는 한편 발주 일원화 및 운영 효율화로 연간 598억 원, 근무제도 개선 등 인력 효율화로 연간 336억 원의 비용 소모를 줄인다. 또 연간 67억 원의 수익이 늘어날 수 있도록 임대·광고·기타 수익을 관리하기로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에 더해 경영쇄신안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인원을 2212명을 감축한다는 계획도 세웠으나 노조의 반발을 샀다.
백 사장은 노조의 반발과 관련해 10월31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쇄신안에 협상의 여지는 없다”며 “문재인 정부 때 비핵심 인력이 정규직화된 게 많으니 안전과 관련 없는 부분은 자회사로 돌리겠다”고 말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공사가 결국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늘리는 등 노조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
공사가 마련한 합의안에는 △하반기 660명 신규 채용 추진 △정부 지침(2023년 1.7%)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최대 임금 인상 △내년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 맞이 직원 혜택 추진 △안전 분야 인력 충원 추진 △경영 합리화 방안 위한 노조와의 대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조에서 공사가 제시한 합의안을 받아들이며 백 사장은 한동안 경영정상화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백 사장 앞에 놓인 서울교통공사의 경영 상황이 매우 악화된 데다가 공사의 구조적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갈등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교통공사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회계결산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2021년 9644억 원, 2022년 6420억 원이었다.
▲ 서울교통공사 노조원들이 11월21일 임금 및 단체협약이 열리는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에 재정을 지원하고 채무를 떠안은 것을 감안하면 서울교통공사의 실제 경영 상태는 보이는 것보다 더욱 악화된 상황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서울교통공사에 지원한 재정지원 액수는 6458억 원, 이전받은 공사 채무는 2022년 12월 기준으로 6조6777억 원이었다.
최근 서울지하철은 경영정상화의 방안으로 요금 인상을 추진했으나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수송원가는 1904원이다. 반면 승객 1명당 평균 운임료는 무임승차승객, 할인 승객을 포함해 1014원에 그쳤다. 기본요금을 1400원으로 올리긴 했으나 무임승차승객과 수송원가를 고려하면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하철 요금은 내년 10월 추가로 150원이 더 오른다.
노인 무임승차가 평균 운임료를 깎아먹는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의 노인은 서울 지하철을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당기순손실 추정 액수인 6300억 원 가운데 무임수송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 3152억 원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에 따라 서울시의 노인 비율이 늘어나며 노인무임승차문제는 시급한 현안 문제로 커졌다. 서울시가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에서 공개한 고령자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서울시 인구 966만7669명 가운데 만 65세 이상인 노인의 수는 166만7411명(17.2%)이었다.
서울시는 노인무임승차 문제와 관련해 공익서비스보전(PSO)제도의 대상을 서울지하철까지 확대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정부에 손실분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익서비스보전(PSO)제도는 노약자,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할인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을 중앙정부에서 보전해주는 제도이지만 중앙정부에서 운영하는 코레일 등 철도만을 제도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정부부처는 노인무임승차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할 부분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비수도권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서울시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 우선이라는 입장도 내세웠다.
국회에 공익서비스보전제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으나 관련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의 이헌승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최인호·조오섭·민홍철 의원, 정의당 소속의 이은주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가가 무임승차 손실 보전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이들 법안은 대부분 소관상임위원회 단계를 넘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