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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현대차 인증중고차 왜 할까, 제네시스와 전기차 확장 위한 포석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3-11-2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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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현대차의 사업 가운데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인증중고차 사업이다.

하지만 수치로 접근해보면 사실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그렇게 크지는 않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국내 중고차 시장의 4.15% 정도 점유율을 가져올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현재 연간 국내 중고차 거래액이 약 30조 원 정도라는 것을 살피면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낼 수 있는 연간 매출은 크게 잡아도 1조 원이 살짝 넘는 수준이다.

2022년 연결기준 현대차 매출이 142조 원이라는 것을 살피면 중고차 시장에서 아무리 매출을 잘 내봤자, 전체 매출의 1%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왜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일반적으로 나오는 설명은 ‘중고차 가격 방어’다. 

완성차기업에서 중고차 가격을 방어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중고차 가격이 높으면 고객들이 기존 차를 매각하고 신차를 뽑는 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고, 또 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중고차를 사느니 신차를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일종의 ‘보상판매’ 제도를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새 스마트폰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는 주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프로모션 방법을 자동차 시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멀리 내다본다면 여기에 두 가지 이유를 더 추가할 수 있다. 하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화, 그리고 또 하나는 전기차다. 둘 모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항상 강조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예전부터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분리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는 굉장히 엄밀하게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몇몇 제네시스 전용 전시장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현대차 매장에서도 제네시스를 살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역시 블루핸즈에서 제네시스와 현대차 모두 받을 수 있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와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렉서스는 토요타와 매장도, 서비스센터도 확실하게 분리가 돼 있다. 모르는 사람은 아예 다른 회사라고 생각할 정도다.

현대차는 이번 인증중고차 사업에서는 제네시스와 현대차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관을 따로 마련했고, 현대차와 제네시스 중고 매물 검수 항목에도 차이가 있다. 현대차는 272개 항목을 점검하지만 제네시스는 287개, 15개 더 많은 항목을 점검한다.

구매 페이지 디자인만 보더라도 현대차 구매 페이지는 전체적으로 밝고 트렌디한 느낌을 주는 반면, 제네시스 구매 페이지는 블랙톤으로 꾸며져있어 어둡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실제로 현대차는 사업성 측면에서도 인증중고차 사업에서 제네시스 라인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현대차의 인증중고차 가격이 기존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케이카 등보다 조금 비싼 정도인데, 이 정도면 아반떼, 소나타 정도의 라인으로는 인증중고차 사업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실상 아반떼나 소나타 등은 일종의 ‘구색 맞추기’이고, 실제 서비스는 제네시스 라인에 맞추어, 제네시스를 조금 더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아까 이야기한 토요타 역시, 토요타 차량보다 렉서스 차량의 인증중고차 사업을 훨씬 먼저 시작했다. 인증중고차 사업 자체를 고급 브랜드의 상징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제네시스의 고급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는 전기차 이야기다. 현재 현대차는 인증중고차 목록에 전기차를 넣지 않고 있지만, 사실 전기차를 넣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은 내연자동차보다도 훨씬 인증중고차 제도가 필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고차 매매의 가장 큰 단점은 차에 대해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저품질의 차를 비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을 나쁜 매물이 많다는 뜻인 ‘레몬 마켓’이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전기차에는 전장(전자장비)이 많이 장착돼있기 때문에 내연기관차와 비교해서 일반 소비자가 제품의 이상을 알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배터리의 상태, 심지어 화재 문제까지 종종 발생곤 한다. 사실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신뢰가 어려운 매물이 바로 전기차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가 떠오른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중고차 시장에 전기차 매물은 많이 없다. 하지만 곧 연식이 10년이 넘어가는 전기차들이 중고로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중고로 팔린 전기차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들은 ‘중고차’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차’의 문제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에 나오게 될 전기차들의 상태를 좀 더 엄밀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가 발생하고, 여기에 가장 잘 들어맞는 사업이 바로 인증중고차 제도다.

현대차가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이유 가운데 앞으로 열릴 전기 중고차 시장에서 꼭 필요한 제도가 바로 인증중고차 사업이라는 판단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은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이 전기차의 품질관리라고 보고 있다. 2022년 4월 미국에서 진행했던 기자회견에서는 "품질로 고객에게 충성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정 회장이 부회장이던 시절 고급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끼고 직접 만들어낸 브랜드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은 단순히 국내 시장만 보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이제 국내에서 시작했을 뿐, 이미 미국 등에서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이 단순히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사업을 위한 포석임을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현대차라는,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신뢰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대차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면 굳이 더 비싼 돈을 들여서 인증중고차를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과연 현대차의 인증중고차제도를 통해서 제네시스는 앞으로 렉서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될지, 그리고 인증중고차제도는 앞으로 열릴 전기차 시대에, 현대차의 전기차 사업을 물밑에서 보조할 수 있는 서포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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