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11-03 17: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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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모비스가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주력인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가 증가하는 가운데 전동화부문이 아직 영업적자를 보고 있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그룹사 전기차 생산 확대 시기를 타고 계열사 밖 수주 확대를 통해 모듈 및 핵심부품 사업의 이익체력을 다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내년부터 전동화 부품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사업 구조를 확보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가 전동화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자동차는 내년 하반기 연산 30만 대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을 완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달 착공에 들어가는 연간 20만 대 규모의 현대차 울산 전기차전용공장 역시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는 낮은 가격대로 전기차 대중화시대를 이끌 EV3를 내년 상반기, EV4를 내년 말 국내에서부터 생산해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현대모비스가 해외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수주한 BSA(배터리시스템) 물량은 내년 하반기부터 매출로 실현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현대모비스가 고질적으로 겪어온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의 저수익 기조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4조2302억 원, 영업이익이 6902억 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7%, 영업이익은 19.8% 증가한 양호한 실적이다.
하지만 3분기 수익성 개선의 대부분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물류비 정상화와 A/S용 부품사업 호조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제조공정에 부품을 공급하는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을 주력으로 국내외에서 운행되는 현대·기아차에 보수용 부품을 공급하는 A/S용 부품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3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인 A/S용 부품사업이 영업이익의 98%를 책임 진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현대모비스 A/S용 부품사업 영업이익률은 24.4%에 달하지만 핵심부품 및 모듈사업의 영업이익률은 단 0.1%에 그쳤다.
현대모비스 주력사업이 수익성 부진을 겪는 데는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동화부문이 여전히 소폭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 전동화부문은 투자비용의 대부분이 집행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아직 더딘 상황인데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늘어났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해 오히려 주력사업 전체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매출은 2020년 36조6천억 원에서 2022년 51조9천억 원으로 2년 사이 42%나 성장했다. 반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의 저수익 기조가 지속되면서 2019년 6%를 넘어섰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9%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 사장은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매출로 따지면 세계 7위지만(2020년 매출 기준) 주력 사업인 부품만 따지면 한참 밑"이라며 "주력인 부품 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조 사장은 전동화부품을 중심으로 계열사 밖까지 수주를 확대하는데 역량을 집중해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주력사업 내실 다지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플랫폼에 기반한 전용전기차에 들어가는 전동화부품은 표준화돼 있어 규모의 경제효과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모비스가 아이오닉5, EV6 등 현대차그룹 전용전기차에 탑재해 검증받은 전동화부품 공급을 해외 글로벌완성차업체로 확장하면 수익성 개선 속도는 배가될 수 있다.
계열사 밖 수주는 그룹사인 현대차·기아와 비교해 '제값 받기'에도 유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일본 모빌리티쇼'에 처음 참가해 현지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신규 수주 확보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사전에 초청된 토요타, 르노닛산미쓰비시, 혼다 등 고객사 미팅을 중심으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 일본 모빌리티쇼에 마련된 현대모비스 부스 조감도.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2023을 시작으로 9월 독일 IAA 모빌리티쇼와 미국 디트로이트 오토쇼 등 주요 글로벌 전시회에 잇달아 참가하며 글로벌 수주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현대모비스는 8월 독일 폴크스바겐으로부터 전동화 핵심 부품인 배터리시스템(BSA)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연내 스페인에 신규 생산거점을 마련한 뒤 이 수주 물량은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플랫폼에 탑재된다. 수주규모는 5~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2025년 이후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가 폴크스바겐으로부터 따낸 수주가 추가적 글로벌 전동화 부품 수주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폴크스바겐 전기차 BSA를 수주하며 계열사 밖(논-캡티브) 수주금액 증가 뿐만 아니라 전기차 부품 관련 수주 확대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가 계열사 밖 수주를 늘리는 일은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성 메리츠증권연구원은 "현대모비스가 더 높은 기업가치 개선 위해서는 전동화 부품 수익성에 대한 물음표를 제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전통 부품사보다도 50%가량 기업가치 측면에서 할인된 상태"며 "작은 계기만으로도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