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10-13 14: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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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스타트업이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기후테크를 꼽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기후테크 산업은 2032년 약 200조 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사회투자>
[비즈니스포스트] 1480억 달러, 약 200조 원의 시장이 형성되는 기후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비영리재단법인이 있다. 기후테크 펀드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사회투자다.
기후테크는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기후적응 관련 기술을 의미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임팩트투자사인 한국사회투자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모든 비즈니스 조직’ 대상 투자, 컨설팅, 엑셀러레이팅 등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2년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왜 공익을 추구하는 비영리법인이 기후테크 투자를 준비하는지,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기 위해 어떤 과제가 놓여 있는지 비즈니스포스트는 9월27일 이 대표를 인터뷰했다.
이 대표는 유니레버, P&G 등 해외 기업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16년 동안 컨설턴트와 파트너를 지냈다. 이후 2016년 12월부터 한국사회투자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사회투자로 합류하기 10년 전부터 주말마다 프로보노(공공의 이익을 위한 무료봉사) 활동을 했던 이 대표는 이때 지속가능성의 중요함과 스타트업이 처한 어려움을 마주했다.
그는 “굉장히 의미 있는 분야였지만 자금도 없고 우수한 인력도 부족하다 보니 시장도 약하고, 너무 열악한 상황이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에는 사회적 은행을 만들고자 2년 동안 노력했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있던 차에 한국사회투자의 제의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투자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임팩트투자사'를 표방한다. 이 기관이 집중하는 '임팩트'는 사회 문제 해결, 사회 가치 창출 등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큰 성과를 뜻한다.
이 대표는 “임팩트의 의미는 작은 자원을 투입해서 짧은 시간 안에 예상치 못했던 큰 성과를 내는 것”이라며 “특히 ‘사회의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큰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기후테크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사회 문제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이슈”며 “현재 당면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바로 기후테크”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기후테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2년 예상되는 기후테크 산업 규모는 1480억 달러(약 200조 원)다. 2016년 169억 달러(약 23조 원)에서 9배가량 커지는 것이다.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만큼 기후테크 분야의 스타트업에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모두 145조 원을 기후테크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전략의 핵심은 바로 유망 기업 발굴이다. 유니콘 기업 10개 육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기후테크에서 특히 테크(Tech), 즉 기술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기술력 없이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10이라는 자원을 투입해 10의 탄소를 줄인다고 하면 의미가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적은 에너지를 쏟아 많은 탄소를 감축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실현하려면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짚은 것처럼 현재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 예가 완성형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 분야다. 국내 4대 대기업집단 계열사를 비롯한 기업들은 2021년부터 민간 수소 기업 협의체 ‘코리아H2비즈니스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을 결성해 수소경제 선도를 위한 기술력 확보에서 협업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 및 기관들이 힘을 합쳐 기후테크 개발과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민간 주도 민관 협의체인 청정메탄올 이니셔티브가 발족하기도 했다.
다만 새로운 길을 닦아가는 산업인 만큼 기후테크 분야의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공통으로 지닌 기술적 한계점은 상업화, 대형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기술이 연구실의 실험 차원에서는 성공을 거두지만 이 기술들을 상업화하고 대형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스타트업의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례로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제조업에서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데 이런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탄소포집 기술의 실증 무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지원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면 기후테크 산업이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갖춰 성장 속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친환경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데 아주 중요한 파트너가 되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대기업 공급망 안에서 원재료 및 부품을 공급하거나 유통을 담당하고 또는 아예 제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역시 모든 사업을 홀로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스타트업의 성장은 대기업의 사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한국사회투자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투자사 입장에서 여러 방면의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씨드앤(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건물 에너지 운영관리), 코스모스랩(수계 아연브롬 배터리), 그린패키지솔루션(식물성 원재료 활용 패키징 제품), 제이엠웨이브(내연기관차 부품의 전기구동모터 및 배터리 개조) 등을 잇따라 발굴하며 기후테크 분야 투자를 강화했다.
한국사회투자가 공개할 스타트업 평가모델 ‘ESG플러스’도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국사회투자는 19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스타트업 ESG 평가모델 ESG플러스 세미나를 열고 ESG플러스를 공개한다.
기후테크를 포함한 스타트업이 커 나가기 위해서는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실제로 펼칠 기회가 생겨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의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이 대표가 스타트업에 특화한 ESG 평가모델을 내놓은 까닭이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자금이 필요하고 시장이 있어야 하며 그 분야의 공급망에 속해야 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자금 공급, 고객,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 모두 ESG 요소 평가가 시작됐다”기 때문이다.
한국사회투자가 공개할 평가모델은 기존의 대기업 중심의 ESG 평가모델과 다르게 초기, 성장기, 도약기 등 3단계로 나눠 단계별 맞춤 지표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대기업, 중견기업과 다르게 성장 단계가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며 "또 산업마다 요구되는 ESG 지표가 달라 성장 단계별뿐 아니라 산업별로도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한국사회투자는 ESG 및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최고의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ESG 전체 분야, 특히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사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스타트업을 초기에 발굴해서 투자하고 육성하는 것이 성공하면 이 회사들이 성장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