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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통공룡 격전지 베트남, 신동빈 롯데 미래 낙관하기만은 힘든 이유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9-26 15: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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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통공룡 격전지 베트남,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9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동빈</a> 롯데 미래 낙관하기만은 힘든 이유
▲ 베트남 유통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은 편이다. 글로벌 유통공룡들이 앞다퉈 베트남 투자 확대를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은 롯데센터하노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노이 시내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베트남의 유통 전투가 더 격렬해지고 있다(Vietnam’s retail battle continues to be fiercer)”

베트남 하노이 지역 언론이 4월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글로벌 대형 유통기업이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주로 짚는 내용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해 베트남 유통시장의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경쟁기업들의 움직임을 볼 때 신 회장이 미래를 낙관하기만은 힘든 상황으로 여겨진다.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거대 유통공룡들과 싸움에 어떻게 맞설지, 여전히 큰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지 유통 소매업체들과 어떻게 경쟁할지 등은 모두 신 회장이 보여줄 ‘차별화’ 전략에 성패가 달려 있다.

◆ 태국 센트럴리테일과 일본 이온그룹, 글로벌 유통공룡은 이미 베트남 투자 확대 중

26일 태국과 일본의 주요 유통기업 동향을 종합하면 이들 모두 베트남을 제2, 제3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태국 최대 유통기업인 센트럴리테일이 가장 적극적이다.

센트럴리테일은 2027년까지 베트남에 약 14억5천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미 2월에 발표한 내용이다.

욜 포카섭 센트럴리테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베트남을 성장성이 큰 잠재적 시장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하며 베트남 투자 확대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센트럴리테일은 이미 베트남의 주요 유통 사업자다. 2012년 베트남에 첫 진출했는데 현재는 베트남 GDP(국내총생산)의 85%를 차지하는 40개 성에서 34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센트럴리테일이 베트남에서 거둔 매출은 2014년 111억 원가량이었으나 2021년에는 1조4300억 원 수준까지 급상승했다. 센트럴리테일의 전체 매출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5%에 해당할 만큼 커졌다.

센트럴리테일은 향후 5년 동안 추가 투자를 통해 베트남에서만 매출 5조5천억 원가량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베트남 63개 성 가운데 57곳에서 매장 수를 모두 600개로 늘리면 이런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센트럴리테일은 보고 있다.
 
글로벌 유통공룡 격전지 베트남,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9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동빈</a> 롯데 미래 낙관하기만은 힘든 이유
▲ 요시다 아키오 이온그룹 대표(왼쪽)가 5월 팜 민 친 베트남 총리와 만나 환담하고 있다. <베트남정부공보(VGP)>
일본 유통기업 이온그룹의 베트남 투자 의지도 강한 편이다.

요시다 아키오 이온그룹 대표는 5월 글로벌 주요 20개국 회의(G20)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팜 민 친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에서 슈퍼마켓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중점을 두고 복합쇼핑몰을 약 2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온그룹은 이미 베트남에 11억8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유통업계의 큰 손이다. 이온그룹이 투자한 나라 가운데 베트남의 비중이 가장 높다.

팜 민 친 총리는 직접 요시다 아키오 대표에게 “이온그룹의 공급망 안에 베트남산 제품을 확대하고 베트남에서 인구밀도와 1인당 평균소득, 관광잠재력이 높은 6개 성을 중심으로 복합쇼핑몰 건설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하며 이온그룹의 추가 투자를 설득하기도 했다.

이온그룹이 최근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의 복합쇼핑몰 건설에 2억68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온그룹 최고경영진과 베트남 정부 관계자의 물밑 접촉에 따른 성과로 보인다.

◆ 롯데그룹 베트남 유통시장 성과 쉽지만은 않다, 빠르게 성과 내기 위한 과제는?

글로벌 유통기업들의 베트남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롯데그룹이 미래를 장밋빛으로 내다보기만은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22일 베트남 하노이의 대표 관광지 서호 인근에 롯데백화점(쇼핑몰)과 롯데마트, 롯데호텔, 롯데시네마, 롯데아쿠아리움, 오피스, 레지던스 등을 총망라한 초대형 복합 상업단지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를 선보였다.

롯데그룹이 이 시설을 조성하는 데만 1조 원에 가까운 돈을 넣었을 정도로 그룹 차원의 주목도가 높은 사업이다. 실제로 베트남 현지인들에게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복합쇼핑몰’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되며 상당한 호응을 끌고 있어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은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오픈을 기점으로 앞으로 베트남 유통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경쟁기업들이 베트남 투자 확대를 통해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베트남 유통시장에서 주도권을 꽉 쥐었다고 말하기 이른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베트남 하노이에만 한정해 보면 지금 일본 이온그룹이나 베트남의 ‘삼성그룹’으로 일컬어디는 빈컴그룹의 점유율이 6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치민에서도 이온그룹과 빈컴그룹의 비중은 50%를 살짝 못 미치는 정도로 알려졌다.

김준영 롯데프라퍼티스 하노이 법인장이 “롯데그룹의 콘셉트나 방향이 이온그룹, 빈컴그룹과 다르다보니 (점유율) 숫자가 향후 5~10년 안에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 것도 이런 현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읽힌다.
 
글로벌 유통공룡 격전지 베트남,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9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동빈</a> 롯데 미래 낙관하기만은 힘든 이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베트남에서 다른 유통기업과 어떤 차별화 전략을 꺼내들지가 향후 사업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22일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서 열린 정식 개장 기념행사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물론 이런 고민은 롯데그룹 경영진도 하고 있다.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은 21일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판매 시설 중심으로 운영을 했다면 앞으로는 롯데건설의 주택 건설 역량을 포함해 자산개발 형태로 동남아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기존 전략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을 단일 점포 형태로 출점하는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이들을 한 데 아울러 고객의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초대형 복합 상업단지를 개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김 법인장도 “정준호 대표께서 말한 자산개발의 개념은 단순하게 쇼핑 계열사만이 아니라 계열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롯데건설이나 오피스사업을 하는 롯데물산 등을 아우르는 복합개발로 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경영진은 향후 5년 안에 1~2개의 복합쇼핑몰을 더 만들어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를 처음 운영하기 시작한 만큼 이 경쟁력을 앞세운다면 승산이 없지 않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다.

하지만 사업 확대가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당장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정부와 끈끈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사소한 문제 탓에 사업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센터하노이 인근에만 해도 사업 추진을 위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땅을 받았지만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된 이후 땅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던 기업들이 많다”며 “우여곡절 끝에 건물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해 방치된 건물 역시 많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롯데그룹이 인프라를 개발해준 뒤 그 대가로 사업부지를 불하받는 방법이 사업부지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현재 베트남 하노이에서 신도시 개발사업인 스타레이크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 서호 인근에 왕복 10차선 규모의 도로를 깔아주고 이를 베트남 정부에 기부채납했다.

현지 유통 트렌드를 잘 읽어내는 것도 과제다. 해외 유통기업의 진출이 빨라지고 있지만 전체 소매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3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 현지 소매업체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들과 경쟁에서 어떻게 우위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 유통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베트남 소매시장 규모는 2021년보다 21% 성장했는데 이는 베트남 정부가 목표치로 내걸었던 8%를 한참 웃돈 것이다.

베트남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2년 1420억 달러 규모였던 베트남 소매시장 규모는 2025년 3500억 달러까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베트남 소매시장이 베트남 GDP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59%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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