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당장 법원의 판단에 거취를 맡겨야 하는 상황을 맞으면서 최고조의 사법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가결되면 분열, 부결되면 방탄’의 딜레마 속에서 표결 결과가 가결로 나오면서 당 내부 분열이라는 후폭풍도 이 대표와 민주당을 덮칠 것으로 보인다.
▲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치생명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사진은 21일 오전 병상에 있는 이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반기면서도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결과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가결 처리됐다.
검찰은 지난 18일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을 병합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 대표를 대상으로 청구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었다.
법무부는 다음날인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전자결재 재가를 거쳐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보냈으며 20일 열린 본회의에선 체포동의안을 보고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체포동의안은 ‘보고 뒤 24시간 뒤, 72시간 이내’에 표결돼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대장동, 위례, 오늘의 백현동 비리까지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발생한 비리 사건”이라며 “한 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동일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국회가 이 대표 체포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만간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심사 결과에 따라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이 대표가 구속 갈림길에 서며 리더십 또한 크게 약화할 것이란 분석이 많아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앞서 거론되던 10월 사퇴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이 대표가 구속되면 민주당으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등 정국을 헤쳐나갈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이 대표가 구속을 피하더라도 '민주당 내분'이라는 과제가 남는다.
이 대표의 강성지지층은 이미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투표를 약속한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을 올리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강성지지층에서 가결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9월2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소란이 일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을 불러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외 친명 인사인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은 19일 민주당 지지성향의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이번에 가결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 의원들은 표결을 통해 당내 세력을 어느정도 확인한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여지가 존재한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당론대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지만 긴장을 풀지 못하고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방탄프레임을 앞세운 민주당을 향한 공세는 다소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법원에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게 되면 검찰 수사에도 힘이 빠질 수 있다. 여기에 이 대표가 ‘죄가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여론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 전문조사기관 한국갤럽이 12일부터 14일까지 조사해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는 33%,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32%였다. 두 정당의 지지율 차이는 1%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양당 지지율이 비슷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아니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에 따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민주당이 당 대표 사법리스크를 떠안고 총선까지 가는게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배종찬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내부적으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 총선 승리를 위해 이재명 대표가 있는 게 훨씬 낫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근시안적이고 단세포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의존해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내적 자성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며 “선제적으로 기틀을 마련해 이재명 대표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이길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실제로 구속되더라도 국민의힘에게 유리하기만 한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 대표가 구속됐을 때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으로 기존 지지층이 단일대오를 형성한데 더해 사법리스크가 없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오게 된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총선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