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 연간 32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사진은 곽재선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다시는 적자기업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겠다."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뒤 1년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곽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수출 확대와 전기차 및 상용차 라인업 확대를 통한 완전한 경영정상화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 분기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곽 회장은 올해 KG모빌리티의 연간 흑자 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곽 회장은 "KG모빌리티는 수출로 물량을 많이 돌리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데 국내 (차 시장) 침체 중에 수출을 늘린게 효과를 봤다"며 "토레스 EVX 출시가 4분기 실적도 일부 커버할 것으로 보이는데 수출은 계속 늘고 있어 KG모빌리티 원년 흑자가 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G모빌리티는 11월 토레스 기반의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토레스 EVX의 고객인도를 시작한다.
곽 회장이 실적 개선에 관한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구체적 밑그림을 그려 둔 수출확대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 곽 회장은 수출 10만 대, 내수 12만 대 등 완성차 22만 대와 KD(반조립제품) 수출 10만 대 등을 합쳐 2026년 연간 32만 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실적이 11만3960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4년 만에 판매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세운 셈이다. KG모빌리티의 월간 최대 생산능력은 1만2천 대, 연간으로는 12만 대 수준에 그친다.
곽 회장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본격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노려 현지 조립생산 방식 등을 동원해 수요와 생산능력 확대를 동시에 노리는 차별화한 수출확대 전략을 세워뒀다.
그는 지난 3월 베트남을 직접 방문해 푸타그룹 아래 킴롱모터와 현지 조립생산(KD) 및 생산설비 일체 공급 계약을 맺었다. 킴롱모터는 베트남 중부 다낭 인근 산업단지에 KG모빌리티 전용 KD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곽 회장은 이를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베트남에서 내년 하반기엔 티볼리와 코란도, 토레스, 2025년 하반기부터는 렉스턴과 뉴 렉스턴 스포츠(칸)의 현지 조립 생산을 시작한다.
계약물량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6년 동안 22만6천 대로 연평균 약 3만8천 대에 달한다. 이 물량만 해도 지난해 KG모빌리티의 전체 연간 수출실적의 84%에 달한다.
내년 4월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조립생산을 시작하고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협력사 SNAM과 현지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에 SNAM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사업단지에 완성차 생산부지를 확보했다.
계약 물량은 SKD와 CKD 생산을 합쳐 앞으로 7년 동안 렉스턴 스포츠(칸) 9만 대, 렉스턴 7만9천 대 등 모두 16만9천 대다.
이밖에도 중앙아메리카에서는 멕시코 KD사업을 위해 신규사업자와 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남미 시장은 기존 전략시장인 칠레를 거점으로 삼아 공략에 나선다.
유럽에선 내년부터 독일에 직영 판매법인을 세우고 북유럽 등 전기차 특화 시장은 토레스 EVX를 앞세워 수출길을 뚫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곽 회장은 지난 7월 토레스 유럽 론칭 행사에 직접 참석해 현지 대리점과 간담회를 갖는 등 글로벌 현장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곽재선 회장이 지난 7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토레스 유럽 출시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 KG모빌리티 > |
곽 회장은 국내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KG모빌리티는 현재 500억 원을 투입해 평택공장을 혼류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평택공장은 바디 온 프라임 구조 차량과 모노코크 차량 생산라인을 따로 가동해 주문량이 맞지 않으면 라인 전체를 정지해야하는 문제가 있었다.
바디 온 프레임은 강철로 만든 H형 뼈대 위에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등을 넣은 뒤 차체를 얹는 방식으로 제작되는 반면 모노코크 차량은 보디와 프레임이 하나로 된 차량구조를 갖고 있다.
연내 공사가 완료되면 내년부터 어느 차종이든 양쪽 라인에서 동시에 생산해 생산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곽 회장은 단기적 물량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신규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곽 회장은 "부지를 확정해 정리하고 새 공장을 짓는데 행정력이 아무리 빨라도 물리적 시간으로 5년 이상은 걸린다"며 "5년 동안 KG모빌리티가 평택공장으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 안되면 단기간에 작은 서브공장이라도 만들어서 생산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전략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브공장 부지는) 국내가 될수도 해외가 될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곽 회장은 지난해 8월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으로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를 인수한 뒤 같은 해 9월 쌍용차 회장에 올라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그 해 11월 기업회생절차를 마쳤고 토레스의 안정적 생산을 뒷받침하며 4분기 별도기준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물량을 늘리며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 282억 원을 내며 7년 만에 상반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곽 회장은 이날 행사를 마무리하며 올 연말 KG모빌리티가 '10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2년 안에 수출액을 2배로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수출의 탑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국가 수출 경쟁력 향상과 산업 발전에 기여한 기업에게 주는 상이다.
곽 회장은 "KG모빌리티는 지난 1년 동안 10억 달러 이상을 수출했는데 앞으로 2년 안에 20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반드시 받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