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삼성전자 갤럭시Z5 시리즈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갤럭시Z4까지 ‘시장성 실험’을 끝낸 삼성전자가 Z5 시리즈를 통해 그동안 준비해왔던 ‘폼팩터 혁명’에 드디어 도화선을 당긴 모양새를 보인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전자가 이번 Z5 시리즈를 통해 얻으려는 것이 뭔지 상당히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다. 바로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다.
노태문 사장은 올해 8월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실적보다 폴더블 제품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그러면 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이번 시리즈는 폴더블 대중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이렇게 폴더블 스마트폰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삼성전자가 이미 고착화 된 시장의 2위 업체이기 때문이다.
어떤 산업이 막 태동하는 시기에는 공급자들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겪으면서 떨어져 나갈 기업은 떨어져 나가고, 남아있는 기업들의 시장점유율도 어느정도 고정이 되면서 시장이 안정화된다.
아이폰1이 출시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스마트폰의 폼팩터는 바 형으로 고정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고, 노키아, LG전자, 구글 등 여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가장 강한 ‘패스트 팔로워’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점유율이다. 2022년 기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애플이 75%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16%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시장은 점유율이 쉽게 변하지 않는 시장이다. 우리 주위에서 보더라도 아이폰을 쓰는 사람은 아이폰만, 삼성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삼성 스마트폰만 쓰는 일이 많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이기는, 혹은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장을 ‘양분’하는 수준까지라도 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시장을 선점하고 그 우위를 15년 동안 유지해나가고 있는 애플의 ‘바’ 형 폼팩터 천하를 흔드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 목표가 처음부터 바 형태의 스마트폰을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모두 대체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대중들에게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살 때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옵션도 있다라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이 삼성전자의 단기적 목표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가 훨씬 더 고사양 스마트폰인 폴드 시리즈보다 상대적으로 저사양인 플립 시리즈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디스플레이가 작고 성능이 안좋은 Z플립 시리즈보다는 디스플레이가 거의 자그마한 태블릿PC 수준으로 크고, 초고성능으로 무장한 Z폴드 시리즈에 방점을 찍어 왔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장점이 평소에는 일반 스마트폰 크기지만 펼치면 대화면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펼쳐봤자 일반 바 형 스마트폰 크기에 불과한 Z플립 시리즈는 폴더블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고 봤던 셈이다.
그 결과가, 갤럭시폴드Z, 갤럭시폴드Z2의 흥행 참패였다. 이 경험을 통해 삼성전자는 사람들이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진짜 원하는 건 초고성능과 큰 화면이 아니 다른 무언가라는 생각을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Z3시리즈에서 삼성전자는 플립 시리즈의 가능성을 봤다. 실제로 Z플립3는 신드롬이라도 해도 될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판매량도 Z폴드3보다 Z플립3가 두 배 이상 많았다.
그 이후로 Z4, Z5 시리즈 모두 삼성전자는 눈에 띄게 플립 시리즈를 더 밀어주고 있다. 갤럭시Z 언팩 행사에서 공개 순서도 1, 2때는 폴드가 먼저였지만, 3, 4, 5는 플립이 먼저였다.
왜 사람들은 화면이 크고 성능이 좋은 폴드 시리즈보다, 플립 시리즈에 더 열광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가격, 두 번째는 MZ다.
폴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가장 싼 모델의 출고가가 200만 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스마트폰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고성능 노트북 한 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폴드 전까지 삼성전자에서 가장 비싼 모델인 갤럭시S 울트라 모델을 사용하던 사람도 폴드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거의 50만 원을 추가로 더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플립은 다르다. 가장 비싼 512GB 모델의 출고가가 갤럭시S울트라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이폰 라인에서 가장 비싼 아이폰 프로맥스 모델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기존의 갤럭시 사용자나, 아이폰 사용자 모두 부담 없이 넘어갈 수 있는 가격이라는 뜻이다.
물론 가격만이 전부는 아니다. 가격이 전부라면, 아이폰 시리즈 중에 최고가 라인인 프로맥스 모델이 날개돋힌 듯 팔리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두 번째 이유가 필요하다. 바로 MZ다.
최근 1020 세대에게 아이폰 선호도가 갤럭시 선호도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문제는 이게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젊은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언론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35%였지만, 2022년 이후 50%를 웃돌게 된 건 Z세대 영향 덕분”이라며 “미국의 젊은 세대는 '아이폰'을 이용하지 않으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역시 “현재 '갤럭시' 제품 선호도는 연령별로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Z플립3의 선전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보면 삼성전자에서 거의 최초로, 아이폰 사용자들을 삼성폰으로 넘어오게 하는 쾌거를 이뤄냈던 모델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테스트베드나 마찬가지다. 이 테스트베드에서 플립 시리즈가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를 끈다는 것을 확인한 삼성은 이제 Z플립5를 통해 그 인기를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폴더블 스마트폰’에 원했던 것은 초고성능, 초대형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바로 휴대하기 쉬운 컴팩트함, 패션아이템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감성적인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전자의 폼팩터 혁명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폼팩터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삼성전자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