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이 올해 국제연합(UN) 산하 녹색기후기금(GCF)에 제공하는 지원금 규모를 확대한다. 특히 한국은 3억 달러, 영국은 지원금 규모를 20억 달러로 크게 늘려 일각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보고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보고 있다. 사진은 G20 정상회의장에 인도 나렌드라 모디 외무부 장관과 만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 덴마크, 영국 등 주요국들이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에 6조 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을 공여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를 비롯한 남은 주요국들이 지원금을 발표하면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공여금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비즈니스포스트가 녹색기후기금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이들 7개국이 공여하는 금액만 모두 합쳐 48억 달러(약 6조 원)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시각 9일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영국은 각각 3억 달러(약 4천억 원), 20억 달러의 자금(약 2조6700억 원)을 녹색기후기금에 공여하기로 약속했다.
한국과 영국에 앞서 공여를 발표한 주요국들 역시 모두 규모를 늘렸다. 미국은 10억 달러, 독일은 21억5000만 달러, 오스트리아는 1억7000만 달러, 캐나다는 3억3천만 달러, 덴마크는 2억32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한국은 올해 지원이 종료되는 2차 공여 금액과 비교해 50% 증가한 금액을 공여하기로 약속했다. 2013년부터 누적 기준으로 약 7억 달러(약 9300억 원)를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주체별로는 한국 정부가 6억 달러, 산업은행이 1억 달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장에서 이번 지원을 발표하면서 ‘녹색 사다리’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대통령실은 "재정과 금융 그리고 인프라 지원 없이는 선진국 수준의 기후 대응 체제를 구비하기 어려운 나라들에 재정 및 기술을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마팔다 두아르테 녹색기후기금 사무총장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한국이 이번에 새롭게 재원 보충 공약을 발표한 것에 감사하다”며 “이번 공약은 한국 정부의 기후 행동 의지와 함께 녹색기후기금의 기후대응 노력에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기후기금은 2013년 설립된 후 자체 집계로 약 482억 달러(약 64조 원)를 지원받았으며 현재 다양한 기후대응 프로젝트에 투자해 운용하고 있는 자금은 약 128억 달러(약 17조 원)가 넘는다.
녹색기후기금은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로부터 자금과 기술을 제공 받아 개발도상국의 이산화탄소 절감과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고 있는 국제금융기구다. 대표적 지원사례로 에콰도르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사업과 탄자니아 태양광 지원 사업 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공여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이 선도적 위치에 있는 원자력 발전과 수소 에너지 등 분야에서도 개발도상국과 기술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함께 영국 역시 공여 금액을 더 늘렸다.
▲ 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우르술라 폰더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만난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연합뉴스> |
앤드류 미첼 영국 국내개발부 장관은 G20 회의 종료와 함께 "녹색기후기금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억제하고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영국 정부는 녹색기후기금에 20억 달러를 공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약속한 금액의 거의 7배에 달하며 영국이 이제까지 발표한 해외 기후대응 지원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로이터는 영국 정부가 이번 발표를 통해 7월 가디언 폭로로 시작된 친환경 정책 철회 논란을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로이터를 통해 "이번 공여금액은 지난 번 녹색기후기금 공여금과 비교해 12.7% 커진 규모"라며 "이번 지원을 통해 영국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국제적 기후대응에 약 145억 달러(약 19조29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8일 예정보다 일주일 앞서 공개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보고서가 한국과 영국의 공여 금액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파리협약에 따른 전 지구적 이행점검 결과를 집계하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각국이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내고 있다고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특정 국가나 지역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지금보다 더 강력하고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며 “목표를 달성하려면 각국이 화석연료를 완전히 퇴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재원과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선진국들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형편이다. 녹색기후기금과 개발도상국에 따르면, 필요 재원 규모는 G20 전후 선진국들이 발표한 공여 금액의 20배에 이른다.
녹색기후기금은 친환경 성장 지원을 위해서는 연간 1천억 달러(약 133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3 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연합(AU)이 선진국들에 공여를 요청하기로 한 금액과도 일치한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