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이 디스커버리펀드와 관련해 새로운 위법행위가 드러났다며 펀드 판매사인 IBK기업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예고하면서
김성태 기업은행장과 투자자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김 행장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앞세워 투자자들의 전액 배상 요구를 거부해 왔으나 금감원 재검사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사진)이 9월부터 시작될 금감원의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사실관계 추가 검사에 대비하고 있다. |
반면 기업은행을 통해 디스커버리펀드에 투자했다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금감원 재검사를 계기로 전액 배상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30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9월부터 시작될 금감원의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사실관계 추가 검사에 대비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 질의에 “최근 금감원 추가 검사가 예상되는바 그에 필요한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금감원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TF’는 24일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한 추가 검사를 올해 1월부터 진행한 결과 펀드 돌려막기와 직무정보 이용, 펀드자금 횡령 및 배임수재 등의 위법행위를 새롭게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분쟁조정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서 펀드를 둘러싼 판매사와 투자자간 분쟁조정을 다시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등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민원인의 펀드 가입 당시 현황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 조사 등 추가적 확인을 거쳐 분쟁조정을 적극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금감원의 움직임에 김 행장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기존 금감원 분쟁조정위의 권고안에 따라 최대 80% 수준까지 배상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투자자들과 대립해 왔는데 재검사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배상액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새로운 분쟁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배상액이 지금보다 높은 수준에 재조정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
금감원은 만약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당시 투자자들이 정상적 상환이 될 것처럼 설명을 들었다면 판매사의 책임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디스커버리펀드에서 만든 투자제안서를 판매사가 펀드 판매에 활용했다면 불완전 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바라보고 있다.
김 행장은 금감원 분쟁조정절차가 다시 시작돼 새로운 조정안이 나온다면 조정안 수용 여부와 배상 수준에 대한 조정 여부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이사회 의결 등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은 세워뒀다.
▲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서울 을지로에 있는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재검사 결정에 투자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투자자들은 김 행장이 올해 행장으로 취임하자 배상액이 조정될 수도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가 김 행장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최근 기업은행 본점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금감원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투자금 전액과 지연이자를 배상받기를 원하고 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 제109조에 따라 법률행위의 주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에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헤리티지펀드 등 펀드 3개의 경우 착오에 의한 계약의 취소 법리를 적용해 판매사에 투자금 전액 반환을 권고한 적이 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는 9월6일 오전 11시에 금감원 앞에서 금감원이 신속하게 분쟁조정 절차를 다시 열도록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대책위는 2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기업은행은 5년이 경과한 사건인 점을 감안하여 금감원 결정 전이라도 이사회를 개최하여 피해자들에 대한 법정 이자와 원금전액 배상을 신속히 결정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디스커버리펀드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운용한 펀드로 2019년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환매가 연기돼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5월24일 분쟁조정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원금의 최대 80%를 배상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은행들 가운데 가장 판매 규모가 컸다. 모두 6792억 원을 판매했는데 그 가운데 914억 원이 환매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