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대표 부촌 압구정 일대 재건축사업을 두고 초호화 설계경쟁이 치열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프랑스 궁전 조경, 영국 왕실 별장, 70층 한강변 랜드마크.
대한민국 대표 부촌 압구정 일대 재건축사업이 설계경쟁부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 재건축사업 설계에는 국내 대표 건축사사무소가 대거 참전해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해외 유명 설계사들과 손잡고 초호화 설계안을 쏟아내는 중이다.
2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5구역 조합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확정 뒤 속속 설계공모 절차를 진행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가 압구정2~5구역을 개별 단지 재건축이 아닌 ‘미래 한강의 매력과 가치를 담은 주거단지’로 조성하겠다는 큰 그림을 내건 가운데 각 구역 조합도 강남 한강변 최고급 단지를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 희림건축이 압구정3구역 조합에 제안한 '더 압구정' 설계안의 단지 모습. <희림건축 공식 유튜브채널 홍보영상 갈무리> |
압구정 아파트지구 대장주 압구정3구역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가 70층 초고층의 화려한 설계안으로 맞대결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설계공모 지침위반 등 논란으로 서울시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 재공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단 조합원의 표를 받은 곳은 희림건축이다.
희림건축은 압구정3구역 설계공모에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설계를 수주할 때 함께 했던 네덜란드 유엔스튜디오와 다시 손을 잡았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6년 당시 재건축사업 사상 최고 설계가인 157억 원을 제시하고 국제현상설계 공모 방식으로 설계사를 뽑았다.
희림건축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설계안에서 단지 중앙에 6마리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50층 높이 주동을 세우는 등 파격적 설계를 선보였다.
▲ 희림건축과 유엔스튜디오 컨소시엄이 2016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 국제현상설계공모에서 제안한 설계안. 희림건축 컨소시엄은 이 설계안으로 최종 당선됐다. <희림건축 홈페이지> |
희림건축과 유엔스튜디오는 이번 압구정3구역에서도 ‘70층 랜드마크’ 단지를 핵심 설계로 제안했다.
희림건축은 응모작품은 '더 압구정'으로 70층과 52층 높이 주동에 한강의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커뮤니티를 배치했다.
국내 아파트 중 최대 규모의 단지 중앙광장을 조성하고 세대당 주차는 3.85대, 커뮤니티 공간은 3.15평으로 한국 최고의 하이엔드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제시했다.
희림건축은 이번 설계에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에 있는 단지를 통과하는 669m 공공보행통로를 단지를 우회하는 논현로변으로 변경하고 임대주택 없는 단지 등을 제안했다.
압구정3구역에서 희림건축과 경쟁했던 해안건축 컨소시엄은 영국 왕실 별장을 모티브로 단지를 지면에서 8m 높이로 띄워 입주민의 사생활 보호를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아파트 주동은 3면을 개방한 평면으로 넓게 이어지는 한강조망권을 확보하고 모든 세대에 테라스를 넣었다. 또 중대형 평형 비율을 늘리고 펜트하우스 16세대 추가 계획도 제시했다.
▲ 해안건축 컨소시엄이 압구정3구역 조합에 제안한 '하이그로브 압구정' 설계안의 단지 모습. <해안건축 하이그로브 압구정 홈페이지> |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럭셔리 욕실이 배치된 세대, 중정이 조성된 펜트하우스 등 다양한 인테리어 옵션도 눈에 띈다.
압구정3구역(압구정현대 1~7·10·13·14차)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을 끼고 있고 한강 동호대교와 성수대교 사이에 위치해 압구정 아파트지구에서도 대장주다. 세대규모도 약 4천 세대로 가장 크며 재건축을 통해 5810세대 규모 ‘매머드’ 단지가 될 예정이다.
설계비도 약 3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압구정2구역은 가장 먼저 설계사를 선정하며 재건축 단지의 청사진을 내놓은 단지다.
압구정2구역은 신현대로 불리는 현대 9·11·12차와 대림빌라트가 포함된 단지로 기존 1924세대를 2700세대로 재건축한다. 설계비는 144억 원 규모다.
▲ 압구정2구역 재건축 설계공모에서 당선된 디에이건축 컨소시엄 '디 오리진 아페제' 설계안의 단지 모습. <디에이건축 홈페이지> |
압구정2구역 설계공모 당선작은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의 ‘더 오리진 아페제(APG)’다.
디에이건축은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미국 조경건축가 피터 워커 등 해외 유명 건축가와 손잡고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한 설계안을 제안했다.
디에이건축은 무엇보다 설계전 수주전략 첫 번째로 한강조망 100%를 통한 자산가치 극대화를 내세우고 조망권 확보에 힘을 실었다.
디에이건축은 단지 중앙에 11만9천여㎡(3만6천 평) 규모의 대형 원형 정원을 두고 ‘ㄷ’자 형태로 아파트 주동 6개를 배치했다. 모든 세대가 더 넓게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주동을 최소화했고 주동 6개 뒤로 임대주택 등을 포함한 동 3개를 구성했다.
▲ 디에이건축 컨소시엄이 압구정2구역 설계안에서 제안한 단지 주동 아파트 스카이라운지 모습. <디에이건축 홈페이지> |
주동 아파트에는 각각 프랑스 파리의 성에서 따온 스카이라운지 6개를 조성한다. 플로랄 드 파리, 앙드레 시트로엥, 프롬나드 플랑테, 튈르히, 몽소, 벨르빌르 등 프랑스어 이름이 붙은 스카이라운지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화제가 됐다.
압구정4구역과 5구역도 최근 설계공모 입찰을 마쳤다. 각 조합은 9월까지 응모작품 접수를 마감하고 당선작을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압구정4구역 재건축 설계 입찰에는 압구정2구역 설계를 따낸 디에이건축 컨소시엄을 비롯해 건원건축 컨소시엄, 정림건축 컨소시엄, 토문건축 컨소시엄 등 4곳이 입찰했다.
컨소시엄 4곳은 모두 각각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설계사와 팀을 꾸렸다. 압구정4구역 조합은 8월26일부터 9월9일 총회 직전까지 압구정 현대아파트8차에서 설계안 홍보부스를 운영한다.
압구정4구역 설계비는 약 103억 원이다.
▲ 동호대교와 성수대교 사이 압구정현대아파트를 포함한 '구현대' 압구정3구역 등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의 현재 모습. |
압구정5구역은 압구정3구역에서 희림건축과 대결했던 해안건축, 건원건축 컨소시엄, ANU디자인그룹건축 컨소시엄 등 3곳이 제안서를 냈다. 건원건축은 미국 FX콜래보라티브(FXcollaborative), ANU는 호주 3XN(3XN Australia PTY)과 손을 잡고 참여했다.
조합은 9월27일까지 응모작품을 접수하고 설계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설계비는 약 78억 원으로 책정됐다.
압구정5구역은 서울시 신통기획에 따르면 단지 안에 중앙광장을 만들고 빈 공간(보이드 공간)을 통해 한강조망을 공유할 수 있게 조성된다. 조망데크공원도 설치해 입주민과 시민들이 한강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