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코스피 단기 저점으로 2450을 제시했다. (사진 왼쪽부터) 오태동 NH투자증권 본부장,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 사진 각 증권사 제공. |
[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지수가 장중 25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마땅한 반등 모멘텀이 없는 상황 속에서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중국경체 침체 우려 등 해외발 악재만 쌓이며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헤드들은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최대 2400포인트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투자포인트로는 개별종목 장세 속 실적 전망이 높아지고 있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업종을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17일 비스니스포스트가 국내 5곳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2500선 붕괴 이후 국내 증시 전망을 취합한 결과, 코스피지수의 단기 저점이 2400~2450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코스피지수는 미국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 중국 부동산 리스크 등 해외 악재가 겹치면서 하락흐름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내리면서 8월 초 고점(2667.07)과 비교해 147.22포인트 하락한 2519.85에 장을 마쳤다.
상당수 센터장들은 코스피지수가 변동폭을 확대하면서도 2450선에서 지지될 것으로 봤다.
최근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과거 사례 가운데 2021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디폴트를 선언했던 유사한 사례가 있다"며 "당시와 동일하게 코스피지수가 하락한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245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호재가 없는 만큼 지루한 박스권 장세(일정 범위 내에서 지수가 오르고 내리는 것)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 이후 코스피지수는 박스권 내 횡보를 이어갈 것이다"며 "박스권 범위는 2450~2600포인트로 제시한다"고 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2450~2650포인트 박스권에서 오르고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반등을 위해서는 중국 경기부양정책과 미국 물가둔화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가장 낮은 2400포인트를 단기 저점으로 제시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악재로 인해 지수 방향성이 사라졌다"며 "앞으로는 박스권에 갇힌 채 일부 종목만 선별적으로 오르는 '종목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해외 악재 소화 뒤엔 국내 수출 반등여부에 주목"
센터장들은 공통적으로 해외 악재를 소화하는 과정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 확산, 주요국 은행 신용등급 리스크 등 이미 시장에 알려진 악재들이 전개 방향에 따라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향후 미국 금리 추이에도 주목했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수익률)은 4.3%까지 오르면서 15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10년물 국채금리는 '글로벌 금리의 지표'역할을 하는데 최근 크게 오르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을 향한 선호심리를 악화하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중국 부동산 우려에 장기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국내증시의 하락폭이 깊어졌다"며 "금리상승 압력은 미국 잭슨홀 미팅(24~26일)까지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잭슨홀 미팅의 주제가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인 만큼 잭슨홀 미팅에서 중립금리가 당초보다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논의될 것으로 봤다.
최근 국채금리가 미국의 추가긴축 가능성에 따라 급등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물가둔화세가 먼저 확인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 주요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을 이어오고 있다.
김상훈 본부장은 "여름 즈음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거친 이후 가을에 반등한다는 전망을 유지한다"며 "가을 반등은 주거분하락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안정된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실적 개선이 주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 '수출 반등' 여부가 증시 분위기를 가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이 하반기 수출 반등을 노리는 가운데 발표될 기업 실적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연우 센터장은 "한국 수출 모멘텀이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 또는 분위기 반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며 "이에 따른 반도체 중심의 제조업 경기 턴어라운드(급격한 호전), 한국 경제선행지수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태동 본부장도 "기업 실적과 수출 경기가 4분기에 들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 증권사 센터장들은 AI 모멘텀과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을 이유로 반도체 업종을 최선호 업종으로 제시했다. 사진은 엔비디아가 공개한 슈퍼칩 GH200. <엔비디아> |
◆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감 속 반도체 최선호 업종"
5곳의 리서치센터장들은 모두 입을 모아 반도체 업종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업황 턴어라운드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 기계, 인터넷, 자동차, 헬스케어, 방산, 조선 등이 제시됐다.
유종우 센터장은 "종목 장세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주가는 실적에 기반한다"며 "실적 전망이 향상되는 AI 모멘텀과 관련된 반도체·소프트웨어, 방산 등 업종 위주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황승택 센터장은 "부채비율이 낮아지면서 수익성을 유지하거나 실적이 최악을 지나고 있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며 반도체, 기계, 인터넷, 헬스케어 업종을 선호업종으로 제시했다.
정 센터장도 "단기 가격 메리트가 유효한 상황에서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순매수세 유입되고 있다"며 반도체, 자동차, 기계를 꼽았다.
오 본부장은 "금리 상승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다시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 부각될 것이다"며 "성장주 관점에서 종목을 찾아보면 반도체, 인터넷, 바이오 등이 유력해보인다. 가격 메리트가 생긴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에너지·원자재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본부장은 "하반기 원자재 가격의 완만한 상승을 근거로 에너지·원자재를 선호 업종으로 꼽는다"며 "주요 산유국 감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수요 측면에서는 금리인상 종료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긴축 종료로 달러 약세 가능성이 높은데 이 또한 유가 상승요인이다"고 짚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