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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내부통제 잇단 구멍에도 ‘적정’ 평가 일색, 준법감시인제도 실효성 논란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 2023-08-16 14: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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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내부통제 잇단 구멍에도 ‘적정’ 평가 일색, 준법감시인제도 실효성 논란
▲ 최근 은행들에서 벌어진 금융사고를 잡아내지 못한 준법감시인 제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은행권 내부통제를 책임지는 준법감시인 제도를 놓고 금융권 안팎에서 실효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들어 은행에서 횡령 등 각종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터에 준법감시인들이 아무런 이상 동향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준법감시인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발표된 반기 보고서를 종합하면 KB와 BNK경남, 대구은행의 준법감시인들은 모두 자사의 내부통제를 두고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이 기간 국민은행에서는 미공개 정보로 127억 가량을 부당 취득한, 경남은행에서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금 560억 원을 횡령한, 대구은행에서는 실적을 목적으로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천여 개의 계좌를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은행 내부통제 잇단 구멍에도 ‘적정’ 평가 일색, 준법감시인제도 실효성 논란
▲ 최근 금융사고가 터진 은행 반기 보고서의 준법감시인 항목.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순서대로 경남은행과 국민은행, 대구은행. 자료는 금감원 전자공시체계 갈무리.
준법감시인 제도는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외환위기 이후 내부통제 중요성이 부각되며 2000년에 시작됐고 은행은 현행법상 반드시 1명의 준법감시인을 둬야 한다.

사외이사가 주요 구성원(금융사 기준 3분의 2이상)이 되는 감사위원회가 주주나 외부 시선으로 사내 활동을 감시한다면 준법감시인은 회사 관점에서 감시를 도맡는 조직이다.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대표적 장치로 여겨져 최근에는 철근 누락이나 폭우 중 콘크리트 타설 등으로 많은 논란을 빚었던 건설사에 준법감시인제도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 금융사고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도 해내지 못해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비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찬찬히 뜯어보면 외부에서는 준법감시인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세히 파악하기도 힘든 부분도 있다.

이날까지 나온 은행의 반기보고서의 준법감시인 항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은행이 점검항목과 주기만 추상적으로 제시한 뒤 ‘적정’이라는 결과만 내놨다.

예를 들어 경남은행의 준법감시인은 상반기에 점검 주기 ‘연중’으로 내부통제 이행실태 평가와 내부통제 테마점검을 실시했고 점검결과와 처리결과 모두 ‘적정함’이었다. 공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공시에 정해진 형식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은행들의 공시내용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 준법감시인 항목을 세세히 서술한 SC제일은행의 준법감시인 활동보고서도 있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은 준법감시인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세부적으로 나눈 뒤 점검건수와 지적건수, 조치 사항 등을 모두 ‘숫자’로 보여줬다.

제일은행의 준법감시인 활동은 준법점검과 상시감시활동, 영업점 등 현장점검, 준법통제 등 모두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제일은행 준법감시인 상시감시팀은 19만2296건을 점검했는데 이 가운데 지적사항은 56건을 적발했고 1건에는 징계조치를 내렸다.
은행 내부통제 잇단 구멍에도 ‘적정’ 평가 일색, 준법감시인제도 실효성 논란
▲ SC제일은행은 세세하게 숫자로 준법감시인 활동내역을 소개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대부분의 은행권 내부통제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는지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셈이다.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인력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사고가 난 은행들의 준법감시인 조직 인원수는 6월 말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176명에서 183명으로, 대구은행은 65명에서 71명으로 준법감시인력을 늘렸다. 경남은행은 37명에서 34명으로 줄었지만 계약직 3명이 감소한 것이었다.

결국 준법감시인 제도가 만능은 아니지만 은행의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는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실제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5대 은행에서 준법감시인이 사용한 업무정지 요구권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준법감시인은 임직원의 위법사항을 두고 업무정지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실제로 행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대 은행에서 벌어진 횡령 사고액수는 강민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약 827억 원에 이른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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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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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은행거래는 고객-직원-은행시스템 으로 이뤄지는데
(상시)감시라는게 직원-은행시스템 만의 점검을 하는거라서
부정행위를 밝힐수 없는것임. 고객까지 확인할 방법이 없음
적은 인력으로 몇십만건의 거래를 점검하는것도 의미없지만
안할수도 없음 그또한 중요하기 때문임
인원을 5배 늘려도 큰 의미 없음. 해결방법은 없을까....
   (2023-08-22 08:5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