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596억 원, 순이익 1690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22.2%, 순이익은 128.0% 가량 각각 증가하면서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시장의 기존 전망치를 30% 이상 웃돌았다.
시장에서 우려했던 대로 대규모 충당금 적립, 투자자산 평가손실 등 증권업계 악재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지만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경쟁사와 비교해 부동산 PF 규모가 큰 만큼 부동산 침체와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과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평가손실이 실적 우려요인으로 꼽혀왔다. 한국금융지주 그룹사 합산 부동산 PF 익스포저(노출규모)는 5조 원으로 대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크다.
해외 펀드 평가익 등 1회성 이익과 해외 현지법인 실적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구체적으로 홍콩과 베트남 현지법인이 실적으로 150억 원을 거뒀고 해외 펀드 평가이익이 590억 원 가량 연결실적에 반영되면서 충당금 규모를 상쇄했다. 해외 펀드의 경우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회계기준을 IFRS로 바꾸면서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가치가 높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증시 회복에 따른 위탁매매(IB) 부문 수익 증가와 기업공개(IPO) 등 전통 IB부문에서 선전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하반기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PF 관련 손실이 둔화세에 접어들었고 관련 손실이 실적에 이미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분기 부동산 PF 관련 손실은 크게 인식되지 않았으며 각종 대책 시행으로 사업장 정상화가 진행되면서 하반기에도 관련 손실은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도 2분기 상당 수준 반영하면서 하반기 불확실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2분기 충당금을 다소 보수적으로 반영했다고 보여지며 연말까지는 추가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위탁매매를 비롯한 기업공개(IPO), 트레이딩 등 증권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상쇄 가능할 전망이며, 이 뿐 아니라 지분 27%를 보유한 카카오뱅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점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정일문 사장도 실적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개선'이 올해 과제였는데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부터 2019년, 2021년 증권업계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켜온 증권사다. 정 사장도 2018년 연말에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매년 최대 순이익 기록을 새로 써왔다.
하지만 2022년 들어서는 부진하면서 3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주력 부문이었던 기업금융(IB) 부문 수익이 줄었고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대거 반영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정 사장이 주력하고 있던 해외시장에서 가시적인 실적이 난 점도 해외사업에 탄력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과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해외현지법인 8개, 해외사무소 2개를 두고 있다.
▲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리스크 관리를 이어가는 한편 수익성 개선에 신경쓰겠다는 계획이다.
해외법인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이 회사 전체에서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태까지 크지 않았으나 이번 2분기 홍콩, 베트남 등 해외현지법인 실적이 개선되면서 연결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에도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200억 엔 규모의 사무라이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사무라이채권이란 일본 채권시장에서 외국 기업이나 정부가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인데,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에는 정 사장이 금융감독원과 함께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의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비즈니스 협업 기회를 찾았으며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와의 협력선언식을 열어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 인수금융시장에도 진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금융회사 스티펄 파이낸셜과 손잡고 합작회사 'SF 크레딧파트너스'를 설립한 바 있다. SF 크레딧파트너스는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을 위한 대출 인가를 확보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