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일 삼종 기도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지만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주 인용하는 스페인 속담이다.
"인류가 지구를 파괴한다면 되돌아오는 결과는 매우 참혹할 것"이라고 경고하곤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엔 한국의 홍수 피해를 언급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촉구했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일 삼종 기도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위로의 뜻을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여러 지역에 걸친 폭염과 한국 등의 국가에서 발생한 홍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시급한 조치가 필요함을 보여줬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기 위해 좀 더 구체적인 것을 해달라고 다시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기후변화 대응은) 긴급한 도전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우리 공동의 집을 보호하자”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을 강타한 폭우 등 수해로 고통받는 이들에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최근 충북 오송 등지에서 발생한 수해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북한 방문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등 한국 관련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종교계에 따르면 유흥식 추기경은 22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라자로 유흥식’ 한국어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교황이 한국의 수해 참사 소식을 듣고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 한국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 방문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등 한국 관련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유 추기경은 전했다.
유 추기경은 2021년 6월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됐으며 프란치스코 교황과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유흥식 추기경은 교황이 한국의 수해 참사 소식을 듣고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 한국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북한 방문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27일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에게 추기경의 상징인 비레타를 씌워준 뒤 격려하는 모습. <연합뉴스> |
프란시스코 교황은 어느 역대 교황보다도 기후변화 이슈에 가장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회칙에서 나타난다. 회칙은 교황이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내는 공식적 편지를 말한다.
2013년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6월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기에서 “지구가 점점 더 거대한 오물더미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며 환경 문제를 가톨릭 신앙 관점에서 성찰하고 회개하며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찬미 받으소서'는 주제 선정부터 반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도한 첫 회칙으로 여기에서 환경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3년 6월 발표된 회식 ‘신앙의 빛(Lumen Fidei)’은 제265대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작성하고 있던 것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정한 주제는 아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중대한 도덕적 쟁점”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차 세계대전 뒤 보여진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생으로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남미·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58년 예수회에 입문한 뒤 1972년 아르헨티나 예수회 관구장, 1998년 아르헨티나 로마가톨릭교구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등을 거쳤고 2001년 아르헨티나 추기경에 임명됐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뒤를 이어 2013년 6월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2014년 8월 4박5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고 당시 귀국길에서 “남북 평화통일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