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지주사 CJ는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의 전반적인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했던 전략기획그룹장직을 없애고 김 대표 직속에 전략기획 조직을 둠으로써 그에게 미래전략 수립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 김홍기 CJ 대표이사가 그룹의 미래전략 수립을 맡게됐다. CJ그룹 지주사 CJ는 7일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기획그룹장을 없애고 그 산하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뒀다. 전략기획그룹장은 이전까지 경영전략총괄로 불리며 CJ그룹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요직이었다.
13일 CJ그룹에 따르면 7일 단행된 지주사 CJ의 조직 개편으로 김 대표가 향후 내놓을 경영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사라진 전략기획그룹장은 한때 ‘경영전략총괄’로도 불렸다. CJ그룹에서 ‘기획실장’에 해당하는 자리로 인수합병과 지배구조 개편, 사업전략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기존 전략기획그룹장인 임경묵 사내이사는 미래경영연구원장으로 발령이 났다.
전략기획그룹장 혹은 경영전략총괄은 CJ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요직이기도 했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허민회 CJCGV 대표이사, 신현재 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등 CJ그룹의 핵심 경영진들이 경영전략총괄을 맡아왔다.
김 대표가 직속으로 거느릴 미래경영연구원은 CJ그룹의 미래비전을 발굴하고 제시하는 조직이며 전략기획실은 지주사의 전반적인 전략을 수립해 계열사 등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곳이다. 전략기획실은 2021년 산하에 사업 영역과 관련한 전략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전략혁신부서(SID)를 신설하고 수장으로 1983년생 컨설턴트 이보배 상무를 영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전략기획그룹장을 거치지 않고 전략기획실과 미래경영연구원을 거느리게 됨으로써 그룹의 ‘조타수'로서 역할이 한층 확대된 셈이다.
CJ그룹의 미래전략은 약 2~3년 단위에 기반해 세워진다. 예측가능한 범위의 미래전략 수립을 지속해 경영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중기비전 '4대 성장엔진 C.P.W.S(컬쳐·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성장을 2021년 11월 제시한지 1년8개월이 지난 만큼 새로운 중기비전이 수립될 가능이 있다.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이 회장의 영향력을 강화한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김 대표는 CJ 대표이사로 5년 이상 재직하면서 정기주주총회 정도를 제외하면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김 대표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비서팀장으로 근무하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회장이 최측근인 김 대표를 통해 그룹의 미래전략 수립에 대해 직접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둘째 줄 왼쪽)과 김홍기 CJ 대표이사(둘째 줄 오른쪽)이 지난해 10월26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주요 경영진 회의에 참석한 모습. < CJ >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CJ그룹 주요 경영진과 회의에서 2023~2025년도 중기전략 수립 방향성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중기전략의 키워드로 △초격차역량 확보 △4대 성장엔진 중심 혁신성장 가속화 △최고인재 확보 △재무전략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우리가 지난해 11월 혁신성장의 키워드로 제시한 4대 미래성장엔진이 본격 가동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CJ그룹에서 ‘인사전문가’로 통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 대표는 2018년 지주회사 CJ의 대표이사에 선임되기 전까지 약 3년 동안 CJ 인사총괄로 근무하며 핵심인재 및 조직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J그룹은 2020년 연말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로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허민회 CJCGV 대표이사,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 등을 발탁했는데 이들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김홍기 대표는 1965년 생으로 서울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0년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1년 CJ 전략1팀, 2005년 CJ 비서팀장, 2014년 CJ 인사총괄을 거친 뒤 2018년 대표이사에 올라 손경식 CJ 대표이사와 함께 공동대표로 CJ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4대 미래 성장엔진인 컬쳐·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에 기반해 새롭게 정비된 혁신성장 사업 을 중심으로 투자하겠다"며 "재무안정성을 확보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조직개편은 전략기획그룹장에서 대표이사까지 번거로웠던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 한 것이다"며 "그룹 규모의 사업에 대해 대표이사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