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6-30 11:43:01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정보·인력 유출이 발생했다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공식화했다.
다른 기업으로 이직한 직원의 영업비밀 침해 우려가 불거진 만큼 준법경영(컴플라이언스) 차원에서 인력 유출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동종기업 롯데바이오로직스와 경력직 채용 관련 갈등을 빚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3년 ESG보고서에 인력 유출을 다루는 항목을 새로 포함시켰다.
30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발간한 2023년 ESG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컴플라이언스 제보 및 심의결과’ 항목에서 2022년 내부적으로 정보·인력 유출 6건이 제보됐다고 집계했다.
회사는 이 6건을 비롯한 제보 사안들을 두고 “접수된 제보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후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계 등 조치”했다고 적었다.
컴플라이언스는 ESG 중 G(지배구조)에 포함되는 요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컴플라이언스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공정거래, 부패방지, 인권, 환경안전, 지식재산권 등을 관리한다. 준법경영에 어긋난 행위에 대해서는 제보를 받고 있다. 보고서에 기재된 인력 유출 제보가 단순한 경력직 이직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ESG보고서가 인력 유출을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ESG보고서의 컴플라이언스 제보 및 심의결과에는 거래업체와 근무기강 관련 항목만 존재했다. 2021년 보고서에는 정보유출이라는 항목이 기재됐으나 인력은 포함되지 않았고 제보 건수도 없었다.
이같은 변화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경쟁기업의 등장으로 경력직 이동이 잦아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ESG보고서 평가 기준에 따라 행동강령의 모든 영역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제보 및 심의결과를 종합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정보·인력 유출 부분은 현재 진행 중인 건이 있어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ESG보고서 일부. 2023년 발간한 보고서(위)에 정보·인력 유출 6건이 제보됐다고 기재됐다. 2022년 보고서(아래)에는 해당 항목이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롯데그룹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된 뒤 지속해서 영업비밀 침해를 우려해 왔다.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세우는 과정에서 삼성으로부터 여러 경력직을 영입했다. 그런데 이 직원 중 일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영업비밀을 빼내 롯데바이오로직스로 가져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은 법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로 이직한 직원 일부를 대상으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을 걸고 형사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인력 유인활동을 중지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타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정된 국내 바이오 인력을 둘러싼 갈등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계속 증설하며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는 중이다. 인천 송도에 제1 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해 1~4공장을 지은 데 이어 5공장 투자계획을 세워 제2 바이오캠퍼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점점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개발 인력은 2020년 331명에서 2022년 608명으로 늘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미국 의약품 공장 인수를 마무리한 뒤 국내에서 대규모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송도에 약 3조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공장 3개를 짓기로 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