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파운드리 진출이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로 평가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을 선언한 뒤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일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상위 경쟁사의 기술력을 수 년 안에 뛰어넘겠다던 인텔의 자신감과 달리 실제 미세공정 발전 속도는 상당히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23일 증권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인텔의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진출은 여전히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씨티그룹은 인텔이 파운드리사업에서 성공을 거둘 확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CPU와 같은 기존 주력사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인텔은 최근 투자자 콘퍼런스를 열고 내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자체 시스템반도체 사업과 더욱 독립된 형태로 운영하고 실적도 별도로 집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파운드리 사업이 이른 시일에 충분한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인텔의 이런 계획이 막대한 투자를 한 파운드리 분야의 대규모 적자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텔이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부진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첨단 미세공정 기술력이 주요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2019년 뒤늦게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당시 기술력이 크게 뒤처지고 있었지만 2025년까지 TSMC와 삼성전자를 모두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두 경쟁사가 모두 2025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2나노(20A) 미세공정을 2024년 상용화한 뒤 2025년에는 더 앞선 1.8나노(18A)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씨티그룹은 “TSMC의 미세공정 발전 로드맵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인텔의 목표 달성은 지연되고 있다”며 “인텔이 TSMC에 갈수록 밀리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들이는 반면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로 지목됐다.
▲ 미국 인텔 반도체공장 내부 사진. <인텔> |
인텔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뛰어넘고 TSMC에 이은 2위 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도 여러 차례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등 측면에서 장점을 보이지 못한다면 이러한 목표 달성은 어렵다.
마켓워치는 “여러 증권사들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계획 발표 이후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며 “뚜렷한 고객사의 이름을 내놓지 않은 점도 주목받는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인텔은 이미 미국과 독일 등에 730억 달러(약 94조9천억 원) 규모의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해 실행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 들인 대규모 투자가 자칫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실수로 남을 수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반도체 위탁생산 진출을 위해 들인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금액을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신사업에 들였다면 엔비디아와 AMD 등 경쟁사를 추격하는 데 효과를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이 “인텔은 기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놓은 점도 기존 주력 사업인 자체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더 큰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2일 미국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32.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발표하기 전인 20일 종가 대비 약 11% 하락한 수치다.
인텔이 내놓은 파운드리 사업 재편 계획과 중장기 목표에 투자자들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