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사진)에게 가장 큰 과제는 그가 직접 말한 바 있는 '흑자 전환'이다. 곰표밀맥주의 흥행도 중요하지만 자체브랜드 상품의 수익성 개선도 매우 중요해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가 안고 있는 제일 중요한 과제는 회사의 흑자 전환이다.
기업공개를 하던 2년 전만 해도 바로 그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제주맥주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적자 상태다.
제주맥주가 수제맥주 업계의 히트상품인 ‘곰표밀맥주’의 생산을 담당하게 됐다는 사실은 이런 흐름 속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체브랜드 제품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제주거멍에일’ 등에서 이익을 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21일 제주맥주에 따르면 이날부터 곰표밀맥주의 판매가 전국 주요 편의점에서 시작되면서 제주맥주 실적에도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곰표밀맥주가 잘 팔리면 수익성에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수익성이 급격히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곰표밀맥주는 밀가루 제조업체인 대한제분이 2020년 5월 수제맥주 전문기업 세븐브로이와 손잡고 만든 수제맥주다. 출시 이후 최근까지 모두 6천만 캔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이면서 ‘베스트셀러’ 제품이다.
최근 3년 동안 100종이 넘는 수제맥주가 각종 유통 채널에서 출시됐지만 그 가운데서도 곰표밀맥주가 큰 성공을 거둔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주맥주의 곰표밀맥주 출시는 호재로 여겨진다.
제주맥주 입장에서 보면 2015년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지만 곰표밀맥주 출시를 통해 흑자를 내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맥주가 히트상품인 곰표밀맥주를 생산하게 된 것은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협업 관계가 틀어졌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2020년 5월부터 곰표밀맥주를 판매해왔다.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는 상표권 계약을 맺고 독자 레시피를 개발해 맥주를 만들었다.
하지만 대한제분이 올해 3월 세븐브로이에 상표권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제주맥주가 이 자리를 치고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 제주맥주는 대한제분이 낸 곰표밀맥주 생산자 선정 입찰에 참여했고 4월에 그 자격을 얻었다.
제주맥주가 앞으로 곰표밀맥주를 연간 얼마나 생산할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곰표밀맥주가 여태껏 연간 평균 1900만 캔가량 판매됐다는 점에서 보면 제주맥주가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데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제주맥주의 지난해 생산량은 약 5998KL(킬로리터)로 2021년의 절반 수준으로 후퇴했다. 곰표밀맥주가 순항한다면 제주맥주가 생산량을 늘려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곰표밀맥주 판매와 관련해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법적 분쟁이 있다는 점은 제주맥주 입장에서 위험 요인이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을 상대로 제주맥주가 생산하는 곰표밀맥주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세븐브로이가 보유한 기존 곰표밀맥주의 재고가 완전히 소진될 9월 말까지는 제주맥주의 곰표밀맥주 판매가 막히게 된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곰표밀맥주와 관련한 법적 분쟁은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주맥주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없다"며 "법적 판단이 내려진 뒤 향후 계획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주맥주에게 곰표밀맥주의 흥행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제주맥주는 곰표밀맥주와 같은 협업 제품도 만들지만 사실 매출의 70% 이상을 자체브랜드 제품에서 낸다. 주요 자체브랜드 제품은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제주거멍에일’ 등 3종이다.
이 주력 제품에서 수익성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제주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제주업계 관계자는 “협업 상품도 의미가 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자체브랜드의 성공이 실적 개선에 더욱 중요한 지점이라고 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자체브랜드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맥주가 가장 미는 상품도 바로 자체브랜드 제품인 제주위트에일이다.
제주위트에일은 제주맥주가 설립된 지 2년 만인 2017년 8월 제주맥주의 1호 상품으로 탄생한 제품으로 ‘수제맥주의 대중화’라는 회사의 비전에 맞춰 국내 맥주 시장에서 대중성을 인정받은 밀맥주 스타일로 개발됐다.
제주맥주는 사업보고서에서 제주위트에일에 대해 “세계 3대 맥주 품평회인 AIBA에서 밀맥주 부문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맥주다”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제주맥주가 주력 상품들로 여태껏 돈을 못 벌었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제주맥주는 코스닥에 상장한 첫 해인 2021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88억 원, 영업손실 72억 원을 냈다. 하지만 2022년에는 매출 240억 원, 영업손실 116억 원을 내며 실적이 더욱 악화한 모습을 보였다.
문혁기 대표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문 대표는 지난해 5월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브루잉데이 2022’ 행사에 직접 참석해 “제주맥주의 큰 과제는 흑자 전환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실적이 악화했다는 점에서 문 대표의 전략이 순항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21일 제주맥주 주가는 전날보다 0.13% 하락한 1547원에 장을 마감했다. 약 2년 전 상장했던 첫 날 기록했던 종가 4900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제주맥주를 바라보는 기대치가 얼마나 낮아졌는지 잘 보여준다.
문 대표는 제주맥주의 실적 반등을 위해 수익 다각화도 시도하고 있다.
최근 해장국 전문 체인점 달래해장을 운영하는 달래에프앤비를 90억 원에 인수하며 외식업에 진출했으며 서울 광장시장과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달아 열며 ‘맥주와 함께하는 미식문화’를 알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외부에서 제주맥주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내부적으로도 잘 알고 있다”며 “회사가 가진 경쟁력을 발전시켜 수제맥주 시장에서 결과를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혁기 대표는 1979년 생으로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1년 외식 사업가로 일하고 있던 중 비빔밥 프랜차이즈를 미국에 내기 위해 시카고를 방문했을 때 우연히 수제맥주를 접하고 사업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한국에 들어와 서울 이태원을 찾았지만 미국에서 맛본 수제맥주와 같은 제품을 찾을 수 없었고 이는 곧 수제맥주 시장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유명 수제맥주 회사인 브루클린브루어리와 손잡고 2015년 2월 제주맥주를 만들었다.
2021년 5월 상장했는 데 당시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이익미실현기업 상장 제도인 테슬라요건을 활용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