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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스튜어드십이 온다] 친환경 투자자들 기후제안 '중꺾마', "좌고우면할 여유 없다" <끝>

이경숙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3-06-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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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스튜어드십이 온다] 친환경 투자자들 기후제안 '중꺾마', "좌고우면할 여유 없다" <끝>
▲ '기후 스튜어드십'에 기반해 토요타 주주총회에 정식으로 제기됐던 안건이 부결됐다. 안건에는 토요타가 기후변화에 반하는 움직임에도 규제를 받지 않도록 로비를 해 온 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4일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시에 위치한 토요타 본사에 모인 투자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기후 대응에 있어) 우리에겐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어요. 이미 지난 10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의 박유경 아태지역 책임투자 총괄이사가 15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말했다.

APG는 네덜란드공무원연금 ABP를 비롯해 교육, 건설, 에너지 분야 연기금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3대 연기금 운용회사다. 약 500억 유로, 약 70조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의견을 낸 투자기관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APG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분야가 또 하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탁자책임 활동, 이른바 ‘기후 스튜어드십(Climate Stewardship)’이다.

APG는 2050년까지 투자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투자대상기업을 대상으로 대화, 정보공개 요구, 주주제안, 정책지지, 투자와 투자 철회 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APG뿐만이 아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대형투자자들이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을 벌이고 있다. 투자자 이니셔티브인 ‘기후행동(Climate Action)100+’를 통해서다.

이들은 기관투자자 즉 타인의 자산을 대신 관리하는 수탁자(Steward)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자대상기업이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도록 관여한다.

로이터가 ‘친환경 투자자(Green Investers)’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상징적인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지난 5월 APG와 덴마크 교사 연금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Pension), 노르웨이 최대 개인연금 운용사인 스토어브랜드(Storebrand)가 제안한 기후 결의안이 14일 열린 토요타 정기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것이다.

기후결의안에는 토요타의 로비 내역 공개를 포함한 기후변화 활동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럽 기관투자자들은 토요타가 전 세계적 흐름인 기후 관련 규제와 정책에 반대하는 로비를 정부에 벌이면서 전기 자동차 판매 급증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안데르스 스헬더 아카데미커펜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5월10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토요타가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경영하도록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견줘 섭씨 1.5도 아래로 제한하자는 세계 각국의 약속이다.

이런 목표는 과학자들의 전망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과학자들은 1.5도 목표가 깨지면 기후가 티핑포인트 즉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기후재앙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연기금 등 투자기간이 긴 기관투자자들은 투자대상기업들이 기후변화 리스크를 줄이도록 기업 의사결정과정에 관여하면서 투자 수익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토요타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기후행동’이 다른 투자자들에 의해 무산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로이터는 이번 기후 주주제안이 애초부터 통과되기 어려웠다고 14일 분석했다. 토요타 주식 대부분을 토요타 그룹사와 협력사 등이 우호지분으로 보유하고 있어 토요타 사측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계열사인 토요타인더스트리는 토요타 전체 지분의 약 7.3%를 보유하고 있으며 협력사인 덴소와 스미토모는 모두 4.5%가량의 지분을 들고 있다. 일본 3개 금융기관의 합산 지분율도 23.1%에 이른다.

로이터에 따르면 토요타 경영진은 주주들에게 ‘기후 안건에 찬성하지 말아달라’는 권고를 내기도 했다.

반면 기후 결의안을 제안한 주주들의 지분율은 1%에도 이르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언론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세 곳의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토요타 지분은 모두 4억 달러(약 5111억 원)다. 토요타의 시가총액이 14일 기준 2681억 달러 규모인 데에 비하면 대략 0.15%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토요타에 기후결의안을 제안한 주주들 역시 부결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토요타 우호지분, 상호주 규모가 큰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후 스튜어드십이 온다] 친환경 투자자들 기후제안 '중꺾마', "좌고우면할 여유 없다" <끝>
▲ 박유경 APG 아태지역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APG의 다양한 주주제안 활동을 소개했다. 사진은 13일 국회의원 박주민·김성환·이용우, 경제개혁연대, 기후솔루션 공동주최로 열린 '1400만 주주시대 주주가치 제고 및 ESG강화를 위한 주주제안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참석자들. 왼쪽에서 여섯째가 박 이사다. <기후솔루션> 
박 이사는 "정관 변경은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되지만 토요타는 상호주 규모가 커서 현실적으로 이번 주주제안은 쉽지 않다고 보았다"고 전했다. 상호주란, 두 기업이 서로 상대기업의 주식을 교환해서 소유하는 '상호보유주식'을 뜻한다.

이어 "한국처럼 일본도 주주제안을 하려면 정관변경이나 이사변경 같은 안건이어야 해서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토요타 주주제안도 (기후변화 문제를) 정관변경과 연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의 일반투자자 즉 개인투자자들 역시 기후 대응에 반대하는 쪽에 서고 있다는 점에 있다.

토요타 정기주총에 참석한 61세의 개인투자자 이마이 다다시는 로이터를 통해 “일본 사람들은 토요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토요타의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묻어나는 말이었다.

그는 “최근 토요타 주가도 크게 올랐다”며 수익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기주총에서 기후결의안이 부결되고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재임명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날 오후, 주가는 8% 상승했다. 2022년 초 이후 최고 수준의 주가였다.

토요타의 어두운 면을 밝히려는 주주제안이 일반 주주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라고 요구하더라도 경영진과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주주총회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기후행동을 하는 투자자들과 활동가들은 주주제안 안건이 부결됐다고 해서 기후 스튜어드십의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의 윤세종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토요타 주주제안이) 부결된 건 아쉽지만 경영진이 주주들에 의견을 냈다는 것 자체가 전략적 관점에서 성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공식 의사결정 채널을 통해서 기후 위기를 방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자 경영진이 투자자들의 여론을 염두에 두고서 직접 반응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주제안에 참여한 APG의 박 이사 또한 “우리의 목표는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주주가 많다는 것, 장기투자 하는 주주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들의 기후행동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영진, 다른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이라는 과제는 장기 투자자들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이경숙 이근호 기자
 
[편집자주] 68조 달러, 우리 돈 9경 원의 자산 보유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후행동 100+’란 이름으로. 캘퍼스, GIC 등 대형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국적도, 규모도 다른 투자자들이 연합해 ‘기후행동’에 나선 이유는 하나다. 기후재앙이 더 커지면 혹은 탄소중립 압박으로 산업 지형이 달라지면 투자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탁자 활동 즉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이 국내외 대형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강해지고 있다. 올 9월부터는 국민연금도 ‘기후변화 관련 위험 관리’ 차원에서 수탁자 책임 활동 즉 스튜어드십 활동을 시작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기후 스튜어드십을 선도하는 국내외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국내 기업 대응 전략을 전한다. 아울러 국회ESG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6월13일 2023기후경쟁력포럼을 개최한다. 관련 기사와 포럼 안내는 홈페이지(ccforum.net)에서 볼 수 있다.

⑧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왜 기후 스튜어드십을 장려할까
⑨ 민주당 김성주 의원 "책임투자는 결국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위한 것"
<끝>친환경 투자자들 기후제안 '중꺾마', "좌고우면할 여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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