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한 리조트에서 토요타 크라운 시승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토요타 크라운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토요타의 플래그십(기함) 모델 '크라운'이 일본 열도를 넘어 국내 준대형 자동차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왕관을 뜻하는 단어에서 이름을 딴 크라운은 1955년 출시된 토요타 최초의 양산형 승용차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되는 모델은 무려 16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토요타는 지금껏 크라운을 주로 내수용으로 판매해 왔으나 새 크라운은 한국을 포함한 40여개국에 차례로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크라운이 국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국내 준대형차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토요타 크라운을 직접 타봤다.
◆ 혁신적 외관 디자인, 고급감보다 실용성 강조한 실내
8일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한 리조트에서 토요타 크라운 시승행사가 열렸다.
토요타 크라운은 국내에서 2.5리터 하이브리드와 2.4리터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등 2가지 파워트레인으로 판매된다.
시승차량으로는 2가지 모델이 모두 제공됐다. 판매가격은 2.5 하이브리드 5670만 원,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6480만 원이다.
시승에 앞서 토요타 관계자는 "69년 16세대 역사를 지닌 크라운은 한마디로 토요타의 역사"라며 "토요타의 혁신과 도전이란 DNA를 그대로 보여주는 헤리티지 플래그십"이라고 말했다.
실제 크라운의 외관에서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는 토요타의 혁신을 향한 노력이 물씬 묻어났다.
전면부에는 망치의 머리를 형상화한 '해머헤드' 디자인이 적용됐는데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주간주행등(DRL)과 함께 차량의 폭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튀어나갈듯한 역동적 이미지를 풍겼다.
그 아래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그릴은 면적의 대부분이 막혀있어 전기차 같은 인상도 준다. 크라운의 그릴은 차량 색상에 관계없이 검정 유광(하이그로시)으로 마감돼 세련미를 더했다.
전면부 중앙에 토요타 엠블럼 대신 자리잡은 왕관 모양의 엠블럼은 시승차량이 토요타의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임을 암시한다.
옆에서 보면 전면부와 후면부를 부드럽게 잇는 실루엣이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융합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구현한다.
후면부에 높게 자리한 트렁크 라인 역시 크로스오버 모델로서 세단과 차별성을 나타낸다. 일자형 LED 리어램프는 간결한 멋과 함께 전면부와 일체감을 준다.
또 뒤에서 볼 때도 배기구가 차체 하단에 감춰져 있어 '하이브리드' 레터링이 없으면 전기차로 착각할 수 있을듯 했다.
다만 브랜드 최상위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전동식 트렁크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실내에는 플래그십 모델의 고급감보다는 실용성이 한껏 강조됐다.
시승차량에는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계기판이 적용됐다. 두 화면은 테두리가 연결돼 있는데 계기판이 기존 내연기관차 모델에서처럼 깊숙이 들어가 있다.
이는 일체형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현대자동차·기아의 모델들과 비교해 첨단의 느낌은 덜했지만 시인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법 했다.
공조기 조작계는 위아래로 움직여 제어하도록 물리버튼을 남겨뒀고, 왼쪽으로 꺾은 뒤 위아래로 변속하는 기어노브는 수동 변속기의 추억을 상기시켰다. 세련되진 못해도 전방을 주시한 채 직관적으로 조작하기에는 최적의 조합으로 느껴졌다.
휴대폰 충전기는 세로로 집어넣는 처음보는 형태였는데 공간 소모가 적고 충전중 휴대폰이 움직이지 않아 유용해 보였다.
준대형 차급인 만큼 실내공간은 부족함이 없었다.
시승차량의 제원은 전장 4980mm, 전폭 1840mm, 휠베이스 2850mm로 현대차 그랜저보다는 작고 쏘나타보다는 큰데 쏘나타 쪽에 가까운 크기의 차체를 갖고 있다. 다만 크로스오버 모델인 만큼 전고(1540mm)는 그랜저보다도 80mm가 더 높다.
◆ 완전히 다른 매력의 2가지 선택지, 경제성과 퍼포먼스 사이
시승은 강원도 정선군의 한 리조트에서 강원도 강릉시 해변에 위치한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15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기점까지 가는 구간에서는 먼저 2.5리터 하이브리드 모델을 몰아봤다.
시승차량을 도로에 올리고 가속페달을 밟자 부드럽게 밀고 나갔다. 플래그십 모델 답게 중후한 차체를 안정적으로 움직이며 편안한 주행성능을 보였다.
가속성능은 다소 아쉬웠다.
고속도로에 올라 액셀을 힘껏 밟아도 가속하려는 의도보다 한박자 늦게 속도가 붙는 느낌이 들었다.
2.5리터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e-CVT(전자식 무단변속기)를 조합해 최대출력은 239마력(ps), 최대토크 22.5kg·m의 성능을 낸다.
시승차량의 차체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창밖의 풍절음을 훌륭하게 막아줬다. 다만 가속할 때 치고나가는 맛에 비해 엔진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저속에서 배터리로 바퀴를 돌리다 엔진이 힘을 보탤 때 나는 소리는 하이브리드차의 특성이라 할 수 있지만 시승차량의 가격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2.5 하이브리드 모델은 엔진 개입을 최소화해 뛰어난 연비를 추구한 모델로 효율성과 고급스런 주행감에 중점을 뒀다고 토요타는 설명했다.
실제로 시승구간에서 몇몇 아쉬운 지점이 있었지만 기점에 도착해 연비를 확인하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속성능을 시험해 본 휴게소까지 약 60km 구간에서 시승차량의 연비는 리터당 14.1km를 보였는데 휴게소에서 기록을 초기화하고 저속으로 주행한 나머지 약 15km 구간에서 계기판의 연비는 리터당 40km를 나타내고 있었다.
시승차량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7.2km다.
크라운 2.5 하이브리드 모델의 공차중량은 1845kg으로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무게가 130kg이상 더 나간다.
기점인 카페에 도착해서 기대감을 안고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았다.
두번째 시승차량은 같은 이름을 달고 있을 뿐 2.5 하이브리드 모델과 완전히 다른 매력을 내뿜었다.
카페 주차장을 빠져나와 액셀을 밟자 육중한 차체를 튕겨내듯 치고나갔다.
2.4리터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은 2.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모터, 퍼포먼스 중심의 6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돼 최대출력 348마력, 최대토크 46.9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은 1980kg으로 첫 시승차량보다도 135kg이 더 나간다.
시승차량은 가속페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가공할 만한 가속성능을 보여줬다. 앞선 시승차량과 달리 엔진소음도 거의 없어 소리없이 가속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내는 전기차를 모는 듯하기도 했다.
승차감도 2.5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한층 뛰어났다.
몸이 뒤로 밀려날 정도로 역동적 가속성능을 내뿜는 중에도 차체의 흔들림도, 노면에서 몸으로 전달되는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AVS)이 추가됐는데 이는 도로 상황에 반응해 감쇠력(진동을 흡수하는 능력)을 즉각적으로 조절해 준다.
기점에서 돌아오는 약 75km 코스에서 시승차량의 연비는 리터당 10.2km를 보였다.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1.0km다.
직접 타 본 토요타 크라운의 2가지 파워트레인 모델은 일부 아쉬움이 있었지만 토요타가 스스로 내세운 파워트레인별 강점을 꽉꽉 채워놓고 있었다.
다만 그랜저 하이브리드보다 높은 가격표가 붙었음에도 고급감보다는 실용성에 무게가 쏠린 부분들이 국내 고객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크라운이 성공적으로 한국 땅에 상륙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