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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라진 밀키트가 준 깨달음, 베팅하라면 '물류혁신' 쿠팡에 걸겠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6-12 15: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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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라진 밀키트가 준 깨달음, 베팅하라면 '물류혁신' 쿠팡에 걸겠다
▲ 소비자들이 택배 서비스에서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 택배회사들이 물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고객의 온전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진은 서울 광진구의 한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번 달만 분실이 3건이다. 항상 OO허브에서 물건이 없어진다. 손으로 만든 제품이라 하나하나가 소중한데 보상받는 것도 까다롭다.“

“서울에 가야할 물건이 지방에 빠져 있다. 택배회사를 바꿔야 하나 고민이다.”

쇼핑몰 운영자 커뮤니티에는 고객에게 보낸 물건이 배송 중 없어졌다거나 지연됐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택배 물량이 집중되는 명절 시즌에는 배송 문제로 판매자, 택배회사와 싸워 분쟁 신청을 했다는 소비자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택배회사들도 할 말이 없진 않을 것이다. 미흡한 물류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는 얘기도 많이 한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택배회사가 뭘 하든 사실 상관이 없다.

언제 도착하는지, 정확히 도착하는지가 소비자들이 택배회사에 원하는 본질이다. 배송이 늦거나 분실됐을 때 상담과 보상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택배 물동량 처리 능력을 확대하고 인공지능 시스템을 접목해 택배 분류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여러 택배회사의 두루뭉수리한 홍보는 고객들의 만족도와 무관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이자 기업 활동을 보도하는 기자로서 물건을 구매한 뒤 택배회사의 서비스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편이다. 그 결과 최근 얻은 결론은 한마디로 '쿠팡 윈!'이다. 투자자로서 택배기업에 베팅하라면 쿠팡에 걸겠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특히 지난주 겪은 배송 악몽은 그동안 마음 속으로 갖고 있던 주관적인 결론을 확신 쪽으로 더 가깝게 움직이도록 했다.

지난주 수요일 한 라이브방송을 통해 유명 프랜차이즈의 밀키트 상품을 구매했다. 목요일 오후 판매자로부터 배송을 시작했다는 알림이 왔다. 배송 화면은 ‘발송준비’에서 ‘배송시작’으로, 곧 ‘배송중’으로 바뀌며 하루가 갔다.

금요일 오후 3시 반경, 드디어 배송 완료 알림이 왔다. 밀키트 상품이 하루에 걸쳐서 배송됐다는 사실이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문제없이 온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했다.

하지만 가벼웠던 마음은 이내 무거워졌다. 집 앞에 있어야 할 택배 박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간혹 다른 층에 잘못 배송되는 경우가 있어 다른 집 앞에도 가봤지만 찾을 수 없었기에 그제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밀키트 상품의 특성상 내용물의 변질 문제가 가장 걱정됐다. 저녁 8시가 넘었기 때문에 더욱 다급했다.

서둘러 판매자가 올린 글의 안내사항을 확인했으나 배송 관련 사항은 택배회사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고 돼 있었다. 담당 택배기사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담당 지사에도 연락했지만 전화 연결음만 계속됐을 뿐 응답이 없었다.

택배회사 고객센터에도 전화했다. 하지만 업무시간 이후인 18시부터는 상담원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자동응답기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판매자에게 1:1 문의도 시도했지만 이조차도 월요일 오전 9시가 넘어서야 답변을 준다는 챗봇의 안내멘트만 나왔다.

황당하게 사라진 택배의 행방을 어디서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좌절스러웠다. 

불행 중 다행히도 저녁 9시가 다 돼서야 담당 택배기사에게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기사는 제대로 배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날 집에 배송 예정된 2건 중 1개만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개의 행방은 다음날인 토요일 오전이 돼야만 확인할 수 있다는 답장을 받았다.

더 이상 손쓸 방법은 없었다. 확인을 부탁한다는 답장만 남긴 뒤 체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밀키트는 배송이 시작된 목요일보다 이틀이 지난 토요일 오후나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밀키트와 함께 동봉된 얼음팩은 이미 미지근한 물로 변해 있었다. 냉동된 상태여야 할 재료들은 모두 자연 해동된 상태였다.

담당 기사는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배송해준 기사에게 손실 보상을 해달라는 말을 차마 꺼내기 힘들었다.

결국 기자가 할 수 있었던 선택은 변질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재료는 살리고 나머지 재료는 뺀 채 반쪽짜리 밀키트를 즐기는 방법뿐이었다.

이번 배송 해프닝을 겪으며 얻은 깨달음은 하나다. 쿠팡의 물류 시스템 혁신이 새삼 대단하다는 사실이다.
 
[기자의 눈] 사라진 밀키트가 준 깨달음, 베팅하라면 '물류혁신' 쿠팡에 걸겠다
▲ 쿠팡은 서비스 초창기부터 고객 불만이 '배송'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쿠팡이 이커머스 판을 뒤흔든 데 이어 물류 사업자를 자처하고 나선 데에는 모두 이런 10년의 노력이 녹아 있다. 사진은 쿠팡의 로켓배송 차량 모습. <쿠팡>
쿠팡을 대표하는 단 하나의 핵심 경쟁력을 꼽으라면 단연 로켓배송이다. 로켓배송은 빠르면 당일, 늦어도 다음 날에는 고객의 집 앞에 정확히 택배를 배송해주는 쿠팡의 배송 서비스를 말한다.

지금이야 많은 택배회사들도 이를 구현하고 있지만 사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쿠팡과 같은 배송 모델은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고객들이 콜센터에 전화해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의 대부분이 배송 관련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개선 속도는 매우 느렸다.

이 지점에 집중했던 사람이 바로 김범석 쿠팡 창업자다.

김 창업자는 쿠팡의 서비스 초창기인 2013년 9월부터 약 석 달 동안 쿠팡 콜센터를 집중적으로 방문했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인 콜센터에 그가 잦은 방문을 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고객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직접 알기 위해서였다.

김 창업자는 고객들이 콜센터에 전화해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의 상당수가 배송 문제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빠른 배송을 약속했지만 제때 도착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고객 분노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곧 김 창업자는 수 조 원을 투자해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배송을 담당할 기사를 직고용하기 시작했다. 다들 ‘그러면 망한다’고 했지만 개의치 않았던 이유는 배송 문제를 해결하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쿠팡은 항상 제품 도착 예정일과 시간을 문자로 알려준다. 택배가 도착했을 때 구매자들에게 사진을 찍어 안전하게 배송됐다는 사실까지 전해준다.

혹시나 배송이 늦어지더라도 쿠팡 고객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배송 예정일보다 하루 늦게 배송하면 고객에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 1천 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준다.

실제로 수 년 동안 쿠팡이 지속한 투자는 서서히 성과로 나타나는 중이다.

쿠팡이 이마트를 넘는 매출을 내고 분기마다 1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배경에는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배송이 늦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통념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몰두한 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쿠팡을 제외한 다른 택배회사들도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쿠팡이 개척한 물류 혁신의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서둘러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쿠팡을 진짜 따라잡고 싶다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큰 물류센터를 짓고 그 안에 자동화 기기를 채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가장 단순할지도 모른다.

"배송 예정일에 정확하게 배송해달라." 택배회사들이 한번씩 자문해야 할 문제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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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공
쿠팡은 물건을 집앞에 버리고갑니다. 늘 그런식으로 하지요. 그래도 일반 택배사가 더 나아요   (2023-06-18 19:5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