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이 동남아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세안시장 개척이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가 리오프닝과 맞물려 투자금융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를 목표로 한 민관 협력이 개화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아세안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와 함께 수교 50주년을 맞는 인도네시아, ‘포스트 중국’ 베트남,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금융시장 성장 발판을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에서의 국내 금융업계 활약상을 생생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캄보디아 글 싣는 순서
① 달러 거래되는 은행의 천국, 적자생존 긴장감 고조
② 프라삭 김현종 “KB캄보디아은행과 통합 후 ABA와 정면승부”
③ 우리은행 김홍주 “캄보디아 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은행”
④ 신한은행 김남수 “일상을 이끄는 강한 은행, 디지털로 기반 확보”
⑤ JB금융 이진규 “우리의 힘은 개인예금, 은행업무를 쉽게 만든다”
⑥ KB대한특수은행 이상인 “자동차론에서 리스로 확대, 제2도약 준비”
⑦ IBK기업은행 장영규 “위기는 기회, 내실경영으로 지속성장”
|
|
▲ 김현종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 부대표(사진)는 2024년 KB캄보디아은행과 합병 이후 캄보디아 1위 상업은행인 에이비에이은행과 자웅을 겨룰 준비를 하고 있다.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 |
[비즈니스포스트] “KB프라삭은행의 경쟁자는 에이비에이(ABA)다.”
26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프라삭) 본사에서 만난 김현종 부대표는 KB캄보디아은행(KBC)과의 합병 이후 캄보디아 1위 상업은행인 에이비에이은행과 자웅을 겨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 부대표는 “프놈펜 이외 지방에서 프라삭의 점유율은 50% 가까이 되는데 통합 이후 프놈펜에 영업을 집중하려고 한다”며 “한 번은 해야 할 승부며 뜨거운 한 판이 될 것이다”고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소액대출기관인 프라삭은 2024년 KB캄보디아은행과 합병을 통해 KB프라삭은행이라는 이름의 상업은행으로 재탄생한다.
KB프라삭은행의 위상은 출범 직후 캄보디아 전체 금융회사 가운데 총자산 기준으로 4위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라삭은 9573명의 인력과 점포 182곳을, KBC는 266명과 점포 8곳을 각각 확보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캄보디아 전체 금융회사 총자산 순위를 살펴보면 프라삭은 4위, KBC는 38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KB국민은행이 프라삭을 인수할 때부터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으로부터 합병을 권고받았기 때문이다.
프라삭은 다른 국내 금융지주회사에서도 호시탐탐 인수를 노리던 매물이었는데 KB국민은행은 약 1조 원의 거금을 들여 프라삭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프라삭 지분 70%를 인수했고 2021년에 나머지 지분 30%도 사들이면서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김 부대표는 프라삭을 인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놓고 “NBC는 대주주가 장기적으로 전략적 투자 측면에서 프라삭을 지켜줄 수 있는지를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캄보디아 전체 금융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대주주가 이끌어 가고 지원해줄 수 있는 능력을 바랬을 것이다”고 말했다.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 본점의 영업창구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김 부대표가 KB금융지주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맡다가 캄보디아에 온 것도 프라삭과 KBC의 순조로운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2021년부터 KBC 법인장을 1년 동안 지낸 뒤 프라삭으로 자리를 옮겨 현지인 대표와 손발을 맞추고 있다.
프라삭의 1만여 명 가까운 직원 가운데 한국인 직원은 채 10여 명에 불과하지만 프라삭과 KB금융의 화학적 결합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진행되는 영업은 모두 현지인들이 맡고 있다. 한국인 직원들은 합병추진, 재무관리, 리스크관리, 여신체계 및 디지털뱅킹 고도화 등 프라삭에 개선이 필요한 분야에서 노하우를 전수하는 차원에서 개입하고 있다.
김 부대표는 능력 있는 현지 경영인과 전문역량을 갖춘 한국인 직원들의 협업으로 캄보디아에 확실하게 통하는 전략을 세워 추진하는 것이 프라삭의 전략이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대표는 “KB와 프라삭은 궁합이 맞는다”며 “우리는 다른 한국계 은행처럼 파견 직원이 전체적 전략을 지시하지 않고 현지인을 서포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끈끈한 조직문화, 한 번 하자 하면 뭉쳐서 하는 문화가 20년간 내려온 프라삭의 경영문화인데 거기에 KB만의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를 더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대표는 프라삭과 KBC의 통합 이후 에이비에이은행에 우위에 설 무기로 ‘디지털’을 앞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중요한 화두는 디지털뱅킹의 강화다. 캄보디아는 현금사회에서 최근 큐알(QR)결제로 빠르게 넘어오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이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삭은 KBC와의 통합과 상업은행 전환을 시작으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강화하고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포스 서비스와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뱅킹을 선보일 계획을 세워뒀다.
특히 상업은행 출범을 통해 캄보디아 수도권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디지털브랜딩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모바일뱅킹 서비스와 상품을 내놔 디지털금융 서비스의 스펙트럼을 확대할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김 부대표는 프라삭과 KBC의 통합 이후 청사진도 그려놨다.
KB금융지주가 대한민국에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프라삭 자체적으로 인도차이나 주변 국가에 진출해 지점을 내겠다는 것이다.
김 부대표는 이미 캄보디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라오스와 미얀마에서 영업이 가능한 곳을 찾아 사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부대표는 “영원히 캄보디아 내에서만 머물 수는 없다”며 “우리의 강점을 가지고 프라삭에서 글로벌을 개척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내보였다. 조승리 기자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 본점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