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관영매체에서 한국 정부와 반도체기업을 향해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에 가까운 메시지를 전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가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한 무역보복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경고’를 내놓았다.
한국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31일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려는 기업들이 사려 깊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중국이 객관적 판단과 기준에 따라 마이크론을 상대로 제재 조치를 내놓은 반면 미국 정부는 중국에 부당한 무역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나데일리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활발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론의 전략이 오히려 역풍을 맞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제재 대상에 올린 중국 반도체기업이 대부분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경쟁사에 해당하는 만큼 미국 정부의 결정에 마이크론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마이크론의 반도체가 정보 보안 측면에서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밝히며 일부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러한 조치가 마이크론을 제외한 다른 기업에도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마이크론과 같이 미국과 중국에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결국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는 마이크론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을 모두 중요한 시장으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미국 정부가 이미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에 마이크론의 중국 내 반도체 공급 물량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더 직접적으로 겨냥해 중국 정부의 무역보복에 따른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규제는 한국을 이도저도 못 하는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며 “한국이 실익을 염두에 둔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을 안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중국 반도체 물량을 대신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정부의 압박은 중국보다 한국을 겨냥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한국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단절하도록 미국 정부에서 유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정부는 미국의 지나친 요구에도 반대 의견을 낼 만한 용기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사실상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반도체 공급을 늘려 국익을 늘리는 데 기여하도록 하기보다 미국과 관계를 고려해 사실상 대중국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영향력이 한중 관계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러한 방해공작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기업을 추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등 미국을 넘어 한국을 향한 무역보복 조치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라는 점도 강조하며 한국이 이를 대체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더했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산업을 상대로 보복조치를 내놓는다면 한국에 상당한 수준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차이나데일리와 글로벌타임스는 모두 중국 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관영매체다. 중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경고장을 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정부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앞으로 문제 해결에 핵심”이라며 “그렇지 않는다면 앞으로 경제 전망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