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5-30 11: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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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세계에 백신을 공급할 길이 열렸다.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에 이름을 올린 뒤 약 1년 만에 얻은 성과다.
최근 엔데믹(질병의 풍토병화) 추세로 코로나19 백신사업이 위기에 놓였다는 시선이 많지만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은 앞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시장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이 코로나19 백신 해외 허가를 기반으로 유의미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허가는 안 사장의 믿음이 실제로 상업적인 성과로 연결되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중저개발국가에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스카이코비원이 영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처음으로 해외에서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영국 허가 사실을 알리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저개발국가 인구의 70.1%가 아직 한 차례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못했다는 점을 소개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수출할 시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저개발국가가 많은 아프리카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아프리카에서 백신 완전접종을 마친 인구가 전체의 51.7%에 그친다고 집계했다. 아프리카 인구가 14억 명가량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7억 명 수준의 인구가 ‘백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글로벌 공급에 대한 긍정적 전망으로 연결된다. 스카이코비원은 그동안 세계 백신의 주류를 차지했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과 달리 초저온설비가 필요 없다. 2~8도를 유지하면 유통과 보관이 가능하다. 값비싼 인프라를 마련하기 어려운 중저개발국가에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안 사장이 바라보는 코로나19 백신시장의 미래는 중저개발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는 한 백신 필요성은 유지된다는 것이 안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4월 SK바이오사이언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코로나19는 계속 우릴 위협하는 질병으로 남을 것이다”며 “2028년 백신시장을 100조 원 정도로 예상할 때 28%를 코로나19 백신이 차지하고 이 가운데 30%가 스카이코비원과 같은 합성항원 백신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검출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살펴보면 새로운 변종들이 빠르게 기존 바이러스를 대체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BN.1’은 4월3주차 검출률 24.1%를 기록했으나 5월2주차에는 검출률 8.9%로 내려앉았다. 반면 변이 ‘XBB.1.9.1’과 ‘XBB.1.9.2’는 각각 검출률이 12.4%에서 21.5%로, 8.7%에서 15.6%로 높아졌다.
이처럼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완화하면서도 백신 접종은 계속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중이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독감 백신처럼 연 1회 접종하기로 했다.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연례 접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사장은 앞으로 백신 접종이 일상화하는 만큼 스카이코비원 등 합성항원 백신의 안전성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mRNA 백신의 경우 빠르게 개발돼 널리 공급됐으나 드물게 심근염과 심낭염 등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이와 달리 스카이코비원은 심각한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
안 사장은 “팬데믹이 끝나면 속도보다 백신의 최고 가치인 안전성이 중요해질 것이다”며 “지속성과 저온 유통망(콜드체인), 가격 등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전략이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안 사장은 다만 코로나19 백신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신사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차세대 백신 개발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사업, 해외에 백신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 앞으로 5년 동안 2조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미국 MSD의 에볼라 백신 후보물질 위탁생산을 수주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안 사장의 사업전략이 위축된 실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호황을 맞이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위탁생산 수요가 줄어들자 실적이 급감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