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퓨처엠이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양극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다른 국내 양극재업체들과 비교하면 아직은 후발주자로서 약점도 있지만 김준형 대표이사 사장은 양극재의 수직계열화와 더불어 음극재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며 배터리소재 밸류체인을 내재화하고 있다.
▲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양극재의 수직계열화와 더불어 음극재 쪽으로도 사업을 넓히며 경쟁사들이 쉽사리 넘볼 수 없는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내재화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28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포스코퓨처엠은 주력사업인 양극재 분야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원료 공급망 강화와 취급 소재 다변화를 통해 종합 배터리소재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352억 원을 내며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이 70.8%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0.7% 감소했다. 신규 생산시설의 초기가동 비용과 원료가 하락에 연동된 제품의 가격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탓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익성 악화 요인들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은 데다 매출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앞으로 실적 전망이 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회성 수익성 악화 요인들은 2분기부터 상당 부분 정상화될 것”이라며 “얼티엄셀의 생산 안정화로 포스코퓨처엠 매출도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에 세운 합작법인으로 포스코퓨처엠은 얼티엄셀즈에 양극재를 납품하고 있다.
김준형 사장은 2차전지 수요 급증에 대비해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5년까지 6148억 원을 투자해 포항 영일만 4일반산업단지에 4만6천 톤 규모 하이니켈 NCMA(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을 원료로 제조)양극재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광양공장(연산 9만 톤), 구미공장(연산 1만 톤 ), 중국 저장성 절강포화 공장(연산 5천 톤) 등 연산 10만5천 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포항 증설 계획이 완료되면 양극재 생산능력이 연산 27만1천 톤으로 늘어난다.
김 사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2030년까지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연산 61만 톤으로 확대할 계획도 마련해 두고 있다.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뿐 아니라 양극재 밸류체인의 수직계열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사를 세우고 약 1조2천억 원을 투입해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와 전구체의 주요 원료인 고순도 니켈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중간 물질로 양극재 재료비의 65~7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차전지에서 양극재 원가 비중이 70% 가량 되는 만큼 흔히 양극재를 2차전지 핵심 소재로 꼽는데 양극재에서는 전구체가 핵심인 셈이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의 전구체 생산능력은 연산 1만5천 톤으로 자체 생산 비중이 약 14%에 불과하다. 이를 2030년까지 연산 44만 톤으로 확대하고 자체생산 비율을 73%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사장은 음극재 사업도 확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음극재는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성능 등을 결정하는 2차전지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흑연계 음극재 양산체제를 구축해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생산능력은 세종 공장의 천연흑연 음극재 7만4천 톤, 포항 공장의 인조흑연 음극재 8천 톤 등 8만2천 톤 수준인데 이를 2030년까지 32만 톤으로 확대할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차세대 음극재로 불리는 실리콘·리튬메탈 음극재로 제품을 다변화할 방침도 세웠다. 현재 포스코그룹 관계사인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3천억 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연산 5천 톤 규모의 실리콘음극재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포스코퓨처엠도 생산설비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음극재 시장에서 실리콘음극재 비중은 2020년 6천 톤 규모에 불과했지만 2027년 약 32만 톤까지 늘어나 10.1%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2027년 실리콘 기반 음극재 소재의 연평균 성장률은 76.6%로 다른 음극재 종류와 비교해 성장률이 매우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형 사장은 보도자료에서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원료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의 풀 밸류체인을 고도화해 권역별 공급망 재편에 따른 고객사의 요청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는 포항시에 배터리소재 투자를 지속 확대해 K-배터리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포스코퓨처엠이 포항에 건설 중인 생산공장 조감도. <포스코퓨처엠>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2차전지 원료 확보 능력은 포스코퓨처엠의 배터리 소재사업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인근에 2만5천 톤 규모의 염수리튬 상용화공장 1단계를 건설하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같은 규모의 2단계 공장도 올해 착공한다.
이에 따라 2025년 수산화리튬 5만 톤 생산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와 호주에서 리튬과 니켈을 2030년까지 각각 연간 30만 톤, 22만 톤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포스코퓨처엠으로서는 원료 조달의 예측가능성을 높일뿐 아니라 원가도 낮추며 소재사업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김준형 사장은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를 맡기 전 포스코그룹 양극재 계열사인 포스코ESM 대표이사, 포스코케미칼(현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본부장 등을 거친 그룹 내 배터리 소재 전문가로 평가된다.
포스코퓨처엠 대표로 선임되기 직전에는 SNNC 대표이사로 일했다. SNNC는 2006년 포스코와 뉴칼레도니아 최대 니켈 광석 수출기업 SMSP가 설립한 페로니켈(철·니켈 합금) 제련합작사로 포스코가 49%, SMSP가 51% 지분을 들고 있다.
뉴칼레도니아 니켈 광산 투자를 통해 세운 원료법인 NMC에서 니켈 광석을 공급받으면 SNNC가 페로니켈을 생산하는 구조다.
김 사장은 SNNC 대표로 있으면서 2021년부터 탈철 공정을 통해 페로니켈을 니켈 순도가 높은 니켈매트로 전환하는 일을 추진했다. 이 니켈매트는 포스코에서 정제 공정을 거쳐 순도 99% 이상의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로 탄생한다.
이런 그의 경력을 고려하면 김 사장이 올해 포스코퓨처엠 사령탑을 맡게 된 배경에는 포스코퓨처엠의 소재 사업과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의 원료 사업 사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그룹 차원의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제조하고 전구체 내재화 비중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그룹사의 메탈 가공 역량을 기반으로 광물-가공-소재생산 일원화 생산 구축이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은 제품다각화가 본격화되고 있고 고객사도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안정적 사업구조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