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비즈니스포스트는 2023년 창간 10주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공익 확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 협약’을 맺고 기후위기 지역지원 캠페인 '사라지는 이들의 삶을 지켜주세요'를 진행했다. 2월에는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시리아 긴급구호 캠페인을 벌였다.
5월에는 옥스팜의 대표적 기부행사 ‘트레일워커’에 언론사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해 함께 걸었다. '트레일워커'는 물을 구하러 수십km를 걸어야 하는 해외 아동들의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로 1981년 홍콩에서 시작된 기부 프로젝트다. 네 명이 한 팀으로 100km를 39시간 내 완주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지인과 동료들이 기부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래의 '트레일워커'들을 위해 비즈니스포스트는 2회에 거쳐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직접 참가한 체험담을 전한다.
[현장] '기부도 축제' 옥스팜 트레일워커, "함께 기부하고 추억 쌓는 인생 경험”
[체험기] 옥스팜 트레일워커, 무박 100km 걷기로 깨달은 작은 희로애락 |
▲ 강원도 인제군에서 진행된 '2023 옥스팜 트레일워커'에서 참가자들이 20일 출발선에서 함께 출발하고 있다. <옥스팜코리아> |
[인제=비즈니스포스트] 함께 걸으면 기부도 축제가 된다.
기부를 위해 단순한 경제적 후원을 넘어 누군가와 함께 즐기며 특별한 ‘인생 경험’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옥스팜 트레일워커 참가를 위해 강원도 인제에 모였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강원도 인제군 일대에서 20~21일 진행된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함께하며 직접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4명이 한 팀을 이뤄 38시간 동안 100km를 완주하는 도전형 기부 챌린지다. 식수를 얻기 위해 수십 km 거리의 길을 걸어야 하는 가난한 지역 국가 아이들의 고통에 공감해 보자는 취지로 1981년 홍콩에서 시작된 행사다. 현재는 한국을 포함해 12개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참가비 외에 주변 사람들에게 대회 참가를 알리고 기부펀딩을 진행해 팀당 50만 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아야 한다.
사실 독특하고 도전적인 행동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참여하는 기부 문화는 이제 낯선 일은 아니다. 이미 2014년에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더욱 특별하다. 대부분 산길로 구성된 100km라는 먼 거리를 4명의 팀원이 함께 38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 기회는 흔치 않다. 특히나 각자 일자리를 찾아 흩어져 살다 보면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여도 더욱 그렇다.
그래서 25년 지기 친구들은 ‘파이어 솔저(FIRE Soldier)’로 다시 뭉쳤다. 파이어 솔저 팀은 직업군인과 소방공무원으로 구성된 팀이다.
파이어 솔저 팀은 옥스팜 트레일워커 참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운동도 하고 기부도 하고 발걸음을 통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끼리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참가하게 됐다”며 “지금은 각자 흩어져 살아 자주 보지 못하기도 해서 함께 휴가를 내고 모였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라를 위한 봉사도 좋지만 정말 어려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도전해 보자 했을 때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며 “옥스팜 트레일워커 참가는 즐긴다는 취지가 크고 경쟁하자는 취지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과도 함께 한다는 봉사의 정신으로 완주하겠다”고 참가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 '2023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가한 '체력동료' 팀이 코스를 달리고 있다. <옥스팜코리아> |
함께 하는 기부는 오랜 고향 친구들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맺은 인연이라도 충분하다.
‘랜선까미노’ 팀이 이를 증명해 준다.
랜선까미노 팀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할 당시인 2020년 5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맺은 인연을 통해 탄생했다. GPS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상에서 순례길을 만들고 도전한다. 구성원 나이대도 20~60대이며 사는 곳도 전국 각지에 제각각이다.
랜선까미노 팀은 옥스팜 트레일워커 참가이유를 놓고 “국내에서 이렇게 긴 거리를 걸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며 “기부라는 좋은 의미도 있고 새로운 도전이기도 해서 사람들을 모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임 내에서는 8명이 뭉쳐 ‘랜선까미노 팀블루’, ‘랜선까미노 팀핑크’ 두 팀으로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여했다. 주변 사람들도 많은 응원을 보내 줬다고 한다.
랜선까미노 팀은 “처음에는 참가를 위한 목표 기부금 달성을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1만 원씩만 기부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나중에는 목표 기부금을 넘겨도 되냐고 물어올 정도였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팀으로 참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옥스팜 트레일워커 참가를 통한 기부를 위해 모르는 사람과 뭉친 팀도 있다. 바로 ‘체력동료’ 팀이다.
체력동료 팀은 결성 과정을 놓고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고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의미도 좋아서 참가하고 싶었는데 100km가 짧은 거리는 아닌 만큼 체력, 성향 등을 놓고 선호도 조사를 통해 비슷한 사람들로 모았다”며 “한 차례 만나 보고, 운동도 한 번 같이 해 본 뒤 ‘잘 맞네’ 하고 인제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도전을 새로운 인연과 함께 하는 일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체력동료 팀은 “몸에 조금 아픈 곳이 있는데 친한 친구면 도전 중에 아프다, 힘들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과 모여 그러고 싶지 않아 전에 이렇게까지 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았다”며 “도전 과정에서 팀원들과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 '2023 옥스팜 트레일워커'에서 13시간 7분 57초의 기록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한 '스카르파' 팀이 시상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옥스팜코리아> |
트레일러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에게도 옥스팜 트레일워커의 ‘함께’, ‘나눔’이라는 가치가 유효하다.
스카르파(SCARPA) 팀은 “옥스팜 트레일워커와 같은 기부형 대회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안다”며 “팀전으로 하는 트레일러닝 대회도 별로 없다 보니 이번 옥스팜 트레일워커 참가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끔 하고 싶다”고 말한다.
스카르파 팀은 아웃도어 슈즈 브랜드인 ‘스카르파’에서 운영하는 트레일러닝 팀으로 이번 옥스팜 트레일워커에서 13시간 7분 57초의 기록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일반인 참가자들에게 "50km 코스는 몰라도 100km 코스라면 기본적인 체력은 갖추고 도전하는 것을 추천하고 체력 관리 등 도전을 위한 과정부터 즐기셨으면 한다”며 “체력 관리를 통해 완주라는 결과를 내면 그것도 큰 행복이 될 테지만 도전 과정의 만족감부터 즐긴다면 전체 여정의 즐거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나눔과 도전에 함께하는 방법은 반드시 함께 걷고 달리는 데에만 있지 않다. 이번 옥스팜 트레일워커에는 지역사회도 참가자들을 돕는 방법으로 기부행사에 참여한다.
특히 강원대학교에서는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행사 진행, 심폐소생술 교육 등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인력을 지원했다. 강원대학교는 옥스팜과 5월에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강원대 참가자는 “어렸을 때부터 평소에도 국제기구나, NGO를 통해 소액기부를 꾸준히 해 왔지만 돈으로만 했을 뿐 행동으로 한 적은 없었다”며 “이제는 경제적 후원을 넘어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여러 가지로 시너지도 나고 사회적 효과도 클 것이라고 생각해 옥스팜 트레일워커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옥스팜 트레일워커를 통해 약 1억5520만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기부금은 전액 국제구호개발 자금으로 쓰인다. 옥스팜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전 세계 긴급구호 현장에 기부금을 전달해 식수 및 위생지원 사업뿐 아니라 자립을 위한 생계활동 등에 사용한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