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16일로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이 됐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대표와 시민단체, 야당 국회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남인순 의원실> |
[비즈니스포스트] 10·29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이 됐지만 관련법 입법이 공전하고 있다.
참사 피해자 유가족과 야권은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별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법안은 상임의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째 되는 날인 16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반복되는 재난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 및 불평등을 막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피해 복구 및 추모 사업 등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9일 '2022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보고서'에서 이태원참사를 별도의 장으로 다루면서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에 대한 상응한 조치,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 필요한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도 이태원참사 특별법안은 ‘양심과 상식의 법안’이라며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가족협의회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은 오로지 희생자들과 생존 피해자들을 위한 법”이라며 “참사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을 따져야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고 희생자들을 온전히 추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중심으로 추진된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의 법안소위 상정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20일 대표 발의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참사특별법안)에는 국민의힘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제외한 183명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뿐만 아니라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야4당이 법안에 동의한 것이다.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의 핵심내용은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이다.
유가족들의 최우선 요구사항인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와 운영방식을 담고 있다. 법안은 특조위 구성과 운영에 대통령과 정부기관의 관여를 배제하도록 했다.
특조위는 별도로 구성될 '특별조사위원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17명의 특별조사위원(특조위원)으로 구성된다. 추천위원회가 특조위원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무조건 임명해야 한다.
또 특조위원을 추천할 추천위원도 국회와 유가족이 뽑도록 했다. 여당과 야당, 유가족이 각각 3명씩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특조위원 추천방식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별법안에 따르면 특조위 추천위원 9명 가운데 6명을 야당과 유가족이 선정해 편향된 특조위가 구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이 발의된 이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4당이 제출한 특별법은 세월호 관련 특별법 3개를 합친 것만큼 문제가 많다”며 “무엇보다 특조위원 추천인 구성부터 지나치게 편파적이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규정을 두고도 여야의 이견이 존재한다.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은 이태원참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희생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3촌 이내의 혈족은 물론 참사 당시 현장에 체류했던 사람과 그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도 피해자로 규정했다. 참사 구조와 수습 활동에 참여한 사람(공무원 제외)과 그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도 피해자로 인정한다.
국민의힘은 특별법안에 담긴 피해자 범위가 과도하다고 비판한다.
박 정책위의장은 “피해자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광범위한 피해자 지원을 위한) 생활비, 간병비, 심리치료 휴직 등 예산낭비 문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당의 태도가 완고해 법안 처리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을 발의한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상임위) 법안 상정부터 여야 협상이 중요한데 국민의힘이 이태원참사특별법안에 관해서는 전혀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 역시 지난 8일부터 일주일 동안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다만 상임위원장 교체를 앞두고 있는 점은 이태원특별법 논의의 변수로 여겨진다.
현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행안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여야가 행안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소통신위원회 위원장을 1년씩 교대로 맡기로 한 합의에 따라 5월30일부로 민주당 소속 의원이 행안위원장을 맡게 된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행안위 법안 발의에서 상정까지 보통 2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법안은 6월에 법안소위 상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행안위원장이 민주당 의원으로 바뀌면 위원장의 적극적 중재를 통해 법안소위 상정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