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19 관련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금융지주에도 작지 않은 후폭풍이 밀려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 1분기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모두 상승했다. 금리 상승과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등이 종료하면 연체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에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4대 금융지주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의 1분기 연체율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모두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0.1%대를 나타냈으며 올해 들어 0.2%대로 높아졌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1분기 각각 0.28%로 지난해 4분기보다 0.06%포인트씩 올랐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0.2%에서 1분기 0.23%로 0.03%포인트 높아졌다.
금융지주 소속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일제히 상승했다.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92%에서 1분기 1.19%로 올랐다. 신한카드는 같은 기간 1.04%에서 1.37%로, 우리카드는 1.21%에서 1.35%로 상승했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0.98%에서 1.14%로 높아졌다.
연체율은 앞으로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금리 상승으로 가뜩이나 차주들의 부담이 커졌는데 곧 ‘코로나19 청구서’도 날아든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만기 연장, 이자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을 해 왔는데 올해 9월로 상환유예 조치는 종료된다.
코로나19 동안 대출 상환이 유예되면서 오히려 그동안은 연체율이 크게 치솟지 않았는데 2분기 뒤로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도 금융사의 연체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가계·기업) 연체율은 0.36%로 1월 말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0년 8월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금융지주 성적표는 각 금융지주 회장의 위기대응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금융지주들은 연체율이 높아지면 충당금도 더 많이 쌓아야 하는 만큼 실적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충당금 적립액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대폭 증가했는데 2분기 뒤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지주별 충당금 적립액은 KB금융지주 6682억 원, 신한금융지주 4610억 원, 하나금융지주 3430억 원, 우리금융지주 2610억 원 등으로 각각 지난해 1분기보다 358.3%, 89.4%, 107.9%, 57.4% 증가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관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의 성장 전략은 지속가능하고 내실 있는 성장이다”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작금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혹한기 또는 빙하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 우리 업(業)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