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5-07 16: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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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유한 위믹스를 ‘김치코인’으로 지칭했다.
위믹스는 국내 중견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다. 한 장관이 국내에서 발행·유통되는 가상화폐를 다소 낮춰 부르는 '김치코인'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가상화폐 보유자나 코인을 발행한 기업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선도 떠오른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유했던 가상화폐 위믹스를 '김치코인'이라 표현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4월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60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을 두고 김 의원과 한 장관 사이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상화폐 매매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다거나 일체 문제가 될만한 행동은 전혀 없었다"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에 공동발의를 한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날 한동훈 장관이 김 의원이 가상화폐 정책에 국회의원으로서 거액의 가상화폐를 샀다는 점을 꼬집는 말을 하자 이를 의식한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의 설전이 시작된 것은 김 의원이 지난해 1~2월 가상화폐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던 사실이 보도되면서부터다.
조선일보는 5일 김 의원이 자신의 가상화폐 지갑에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 보유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22년 1월부터 2월 사이에 위믹스 코인을 대량 유입했다가 2월 말~3월 초에 전량 인출했다.
조선일보는 2020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김 의원은 올해까지 세 차례 재산 변동 신고를 했는데 가상 화폐 보유는 신고 내역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가 가상 화폐를 보유 재산으로 등록·신고할 의무가 없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가상화폐 거래 정보가 구체적으로 보도된 것과 관련해 검찰이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주장하며 한동훈 장관을 거론했다.
김 의원은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와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은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생각된다”며 “의혹을 부풀려 제기하고 흠집 내 지금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덮으려는 아주 얄팍한 술수”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한 장관도 입장문을 내며 반격에 나섰다.
한 장관은 “코인 이슈에 관여하는 고위공직자인 김 의원에게 누구도 거액의 ‘김치 코인’을 사라고 한 적도, 금융당국에 적발되라고 한 적도 없다”며 “아무런 사실과 논리, 근거 없이 국가기관을 폄훼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다만 한 장관이 정부 부처 수장으로서 위믹스를 ‘김치코인’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가상화폐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파장이 번지고 있다.
김치코인은 일반적으로 국내 거래소에서만 상장·유통되는 가상화폐를 뜻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주요 가상화폐들과 달리 국내용으로 평가절하하는 어감이 없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2021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치코인이라는 표현을 두고 “한국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가운데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팀이 적지 않은데 이를 싸잡아 '김치코인'이라 폄하하고 국내에서 더 이상 거래를 못하는 규제 환경을 조성하면 결국 해외 프로젝트만 한국에 와서 신나게 코인 팔아먹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장관이 김치코인이라 지칭한 위믹스는 '미르의 전설2'로 잘 알려진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다. 위믹스는 사용자가 게임을 하며 획득한 재화나 아이템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산으로 활용되는 ‘P2E(플레이투언)’ 모델로 개발됐다.
위믹스는 2021년 말부터 유통량 조작 등이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법원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2022년 12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종료되는 등 논란을 빚으며 한때 '김치코인'의 대표 격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위믹스가 상장폐지될 당시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자닥의 한승환 대표가 추산한 투자자 수는 54만여 명에 이른다.
다만 최근에는 일부 재상장이 이뤄지며 부활 조짐을 보인다. 올해 1월17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마트에 상장됐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 가운데 일일 거래대금 3위인 코인원에도 2월16일 재상장됐다.
위메이드는 최근 ‘위믹스’ 생태계 확장과 약속했던 신뢰도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메이드는 6일 자체 블록체인 ‘위믹스3.0’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 NFT(대체불가능토큰) 플랫폼 ‘나일(NILE)’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 플랫폼 ‘위믹스파이’ 등 세 가지 플랫폼을 만들고 거대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블록체인 게임 및 플랫폼에 온보딩할 게임 라인업 100종을 확보한 데 이어 투자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늘리고 있다.
위믹스는 코인마켓캡에서 7일 오후 3시44분 기준으로 시가총액 2억4155만7천 달러(약 3205억4670만 원)을 기록했다. 한때 3조5천억 원대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작지만 상장폐지 당시 500억 원대 이하로 주저앉았던 것에 비하면 다소 회복됐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