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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부모가 한 기부에 자녀가 상속세 내는 일 피하려면

고윤기  info@kohwoo.com 2023-05-0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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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부모가 한 기부에 자녀가 상속세 내는 일 피하려면
▲ 기부금은 반드시 영수증을 발급받는다. 필요한 경우 기부금 공제도 받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상속인이 세금을 내야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주로 기부(寄附)와 관련해서 많이 인용되는 말이다. 기부의 사전적 의미는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이 ‘기부’는 ‘천사’라는 단어가 붙어 ‘기부 천사’라는 조어가 일반적일 정도로 좋은 어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상속인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의 기부가 꼭 좋지만은 않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이 하소연했다. 아버지가 1년 전에 20억 원이 넘는 돈을 종교단체에 기부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 시기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들 때였는데, 자식을 도와주지 않고 종교단체에 기부한 것에 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따졌더니 “부모가 돈을 어떻게 쓰든 간에 자식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때 기부를 하고 기도를 했기 때문에 네가 잘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사례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아버지가 기부한 돈을 자식이 찾아올 수 있는가이다. 부모가 치매로 성년후견을 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부모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데 자식이 관여할 수 없다. 부모의 돈은 내 돈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당연히 물려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상속인이 될 자녀가 민법상 유류분이라는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을까?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유류분권을 주장할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큰 형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하려고 해도 다른 자식이 유류분권을 주장해서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들이 유류분을 포기하는 각서를 썼다 해도 무효이다. 유류분권은 사전 포기가 불가능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에만 포기가 가능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돌아가신 후라면 유류분 반환청구로 종교단체에 한 증여를 반환받을 수 있을까? 만약에 부모가 돌아가시기 1년 이내에 한 증여이고 유류분 침해가 되었다고 인정되면 반환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사례에서는 증여한지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반환청구가 불가능하다. 물론 증여자와 증여를 받는 자가 모두 그 증여로 인해서 상속인의 유류분권이 침해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1년이라는 기간의 제한 없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요건은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는 상속인이 증명해야 하는데 그 증명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사안처럼 아버지가 몇 년 전에 종교단체에 기부한 돈을 찾아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속과 관련된 문제의 결국 세금이다. 필자는 지인에게 ‘아버지가 기부금 영수증은 제대로 받았는지’를 물어보았다. 왜 이제 와서 영수증이냐고? 우리 상속 및 증여세법 제15조는 ‘상속개시일 전 처분재산 등의 상속추정’이라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일(피상속인의 사망일) 전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 또는 채무를 부담한 경우로서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아니한 금액은 이를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아버지의 통장에서 몇억 원이 인출되었는데, 그 돈을 어디다 썼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과세 관청은 그 돈에 관해 일정한 요건 아래에 상속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상속인이 통장에서 찾아서 내연녀에게 돈을 주고 사망했는데, 그 내역을 찾을 수 없어서 자식들이 상속세를 대신 납부해야 했던 사례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피상속인의 사용처를 알 수 없는 모든 돈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인은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일(피상속인 사망일) 전 1년 이내에 2억 원 이상, 2년 이내에 5억 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밝혀야 한다.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는 금액은 법에서 정한 계산식에 따라서 상속재산에 포함되고, 상속세가 부과된다. 이것을 추정상속재산이라고 한다. 추정상속재산의 계산식은 아래와 같다. 
 
1.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하여 받은 그 처분대금 또는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인출한 금액에 대하여 사용처가 불분명한 경우
추정상속재산 = 미입증금액 - (처분재산가액 등 × 20%와 2억 원 중 적은 금액)

2. 국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여 피상속인이 부담한 채무로 사용처가 불분명한 경우
추정상속재산 = 미입증금액 - (처분재산가액 등 × 20%와 2억 원 중 적은 금액)

3. 국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이 아닌 자로부터 차입하여 피상속인이 부담한 채무로 사용처가 불분명한 경우
추정상속재산 = 미입증금액 전체

예를 들어 상속개시일 1년 이내 부동산 처분금액이 5억 원이고, 그중 용도가 확인된 금액이 2억 원이면 추정상속재산은 2억 원이다. 이 2억원을 상속재산으로 넣어, 상속세를 내야한다. 계산식은 아래와 같다. 

추정상속재산 2억 원 = 미입증금액 3억 원(처분금액 5억 원 - 용도 확인된 금액 2억 원) - (처분재산가액 5억 원 × 20%과 2억 원 중 적은 금액 => 1억 원)

보통 자식들이 부모의 통장 입출금 내역을 알기는 어렵다. 부모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의 금융 내역은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식들이 물려받지 않은 금액에 관해서 상속세를 내지 않도록 해주는 게 맞다. 세금은 정확히 내야 하지만, 부담하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낼 필요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상속과 관련한 사용처 증명은 결국 증명할 자료와 기록을 제대로 해 놓았는가의 문제이다. 그 기록은 과세 관청과 최종적으로는 판사가 이해할 수 있는 증빙자료의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서 기재하거나 증빙자료를 남겨 두면 좋다. 

1. 기부금은 반드시 영수증을 발급받는다. 필요한 경우 기부금 공제도 받는 것이 좋다. 종교단체에서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2. 금전 채권·채무 관계가 있는 경우 차용증, 입금 내역 등을 따로 보관한다. 
3. 영수증을 받을 수 없는 경조사의 경우, 부고 문자를 캡쳐해 두고 청첩장의 사진을 찍어 둔다. 
4. 될 수 있으면 현금보다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5. 자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큰돈을 보낼 때는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 계좌이체를 이용한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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