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AMD가 TSMC에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를 의존하는 데 약점을 실감하고 삼성전자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AMD와 퀄컴을 비롯한 반도체 설계기업이 첨단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사실상 TSMC에 모두 의존하는 데 따른 한계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성전자가 핵심 고객사들의 위탁생산 물량을 수주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2일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 보도에 따르면 TSMC가 현재 AMD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의 반도체 주문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WCCF테크는 AMD의 신형 노트북 CPU ‘라이젠7040’ 출시 시점이 기존 3월에서 4월로 늦춰진 점을 근거로 TSMC가 납기 일정을 예정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라이젠7040은 TSMC의 4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되는 CPU다. 그러나 TSMC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 고객사 주문 물량이 급증하면서 수요 대응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AMD에서 앞으로 출시하는 신형 반도체 출시 시기가 계속 늦춰질 가능성을 고려해 삼성전자의 4나노 파운드리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WCCF테크는 “AMD도 퀄컴을 뒤따라 여러 파운드리업체에서 반도체를 조달하는 ‘듀얼소싱’ 체계를 갖추려 할 것으로 보인다”며 “출시 일정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AMD는 그동안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모두 활용해 왔지만 4나노 등 첨단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는 TSMC에만 계속 위탁생산을 맡겨 왔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 진출이 비교적 늦은 만큼 AMD와 깊은 협력관계를 구축할 시간이 부족했고 반도체 생산수율 등 측면에서도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성능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 반도체 등의 수요가 급증해 TSMC가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며 삼성전자가 중요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는 특히 4나노 공정에서 최근 수 개월 동안 뛰어난 발전을 이뤄낸 것으로 파악된다”며 “AMD가 파운드리 단가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AMD가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TSMC와 가격 협상에서도 다소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의 핵심 파운드리 고객사에 해당하는 퀄컴도 이미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놓고 이러한 전략을 쓰고 있다.
▲ AMD가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TSMC와 가격 협상에서도 다소 유리한 위치에 설 수도 있다. 사진은 AMD의 라이젠 CPU 이미지. |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1세대 제품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반면 이듬해 출시된 2세대 반도체는 TSMC가 전량 위탁생산을 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냅드래곤8 3세대 제품도 TSMC의 4나노 공정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WCCF테크에 따르면 퀄컴은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스냅드래곤8 4세대 제품을 TSMC와 삼성전자에서 모두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TSMC가 모두 올해 하반기 도입을 추진하는 3나노 2세대(N3E)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3나노 파운드리 물량도 이미 공급 능력을 웃도는 수요를 확보해 퀄컴의 반도체 위탁생산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TSMC가 도입한 최신 공정인 3나노 초기 공정은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제품에 적용하는 자체 프로세서를 모두 TSMC 파운드리에서 활용한다면 자연히 다른 시스템반도체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는 어려워진다.
더구나 3나노 2세대 공정 역시 애플 이외에 인텔 등 대형 고객사들이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만큼 퀄컴이 충분한 파운드리 생산라인 확보를 보장하기 어렵다.
퀄컴 모바일 프로세서 특성상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출시 시기에 맞춰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반도체 생산이 늦춰지거나 충분한 물량을 얻기 불가능해질 가능성은 상당한 리스크에 해당한다.
결국 AMD와 퀄컴 모두 TSMC에 첨단 반도체 생산을 의존해서는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AMD와 퀄컴 등 대형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을 첨단 파운드리 고객사로 확보한다면 다른 고객사들도 뒤를 따라 삼성전자에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가 TSMC에 맞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며 삼성전자 3나노 미세공정을 두고 업계에서 긍정적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
▲ 삼성전자와 대만 TSMC 파운드리 생산공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