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BGF그룹이 ‘준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대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지만 기업이 성장한 만큼 많은 의무도 따른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BGF그룹은 5월1일자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다. BGF그룹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82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는데 BGF그룹이 이름을 올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란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인 기업집단을 의미한다. 자산 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인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구분해 ‘준대기업집단’으로 부르기도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BGF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정자산 5조700억 원을 보유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 82위에 올랐다. BGF그룹의 공정자산은 2021년과 비교해 2700억 원이 증가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대기업집단으로 한 발짝 가까워졌다는 것이지만 그만큼 많은 의무가 따른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기업들은 특수관계인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할 수 없고 비상장 계열사의 중요사항 공시와 대규모 내부거래와 관련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 기업집단 현황공시 등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의무를 위반하면 법인에게는 1억 원 이하, 개인에게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시정조치가 내려진다.

겉으로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으로 인해 BGF그룹이 당장 서둘러야 할 과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으로 인해 대규모 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 등 공시 의무가 생기므로 BGF그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은 2022년12월 자신이 53.54%를 보유하고 있던 BGF 주식을 두 아들에게 매각하며 BGF 지배구조에 변화를 줬다.

BGF그룹의 핵심은 BGF리테일이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7조5778억 원, 영업이익 2492억 원을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BGF그룹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이유에 대해 편의점 사업 관련 영업이익 증가에 따른 자산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BGF리테일의 최대 주주는 BGF로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홍석조 회장이 7.36% 지분을 가지고 있다.

홍석조 회장의 차남인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이 BGF리테일 주식 0.08%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 가지고 있던 주식 전부를 매각했다.

BGF리테일 지분 관계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다.

홍정혁 대표는 BGF리테일 주식을 처분한 지난해 12월1일 홍석조 회장으로부터 BGF 주식 1005만812주(10.50%)를 사들였다.

홍석조 회장은 같은 날 장남인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에게도 1002만5095주(10.44%)를 팔았다.

이에 따라 BGF 지배구조는 홍석조 회장이 32.40%, 홍정국 대표 20.77%, 홍정혁 대표 10.50%가 됐다.

홍정혁 대표가 BGF리테일 주식을 모두 처분했고 홍정국 대표의 BGF 지분이 20%를 넘어서면서 그룹 핵심인 BGF리테일을 장남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홍석조 회장이 아직 32% 넘는 주식을 보유한 BGF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홍석조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53년생인 홍석조 회장이 아직 경영 일선에 활발하게 활동 중이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BGF 주가는 25일 4170원에 장을 마감했다. 2017년 12월8일 재상장 당시 시가인 4만750원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BGF는 2017년 11월1일 BGF와 BGF리테일로 인적분할 한 뒤 재상장한 바 있다.

핵심 계열사인 BGF리테일의 실적은 매년 좋아지고 있다. 

2021년과 비교해 지난해 BGF리테일 매출은 12.3%가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6.6% 증가했다.

그룹의 핵심 사업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지주사의 주가는 떨어진 상태가 되면서 오너 일가에게는 최적의 승계 시점이 찾아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지배구조 정리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이제 남은 승계 작업은 홍석조 회장이 보유한 BGF 지분 32.40%를 누구에게 넘겨주느냐는 것이다.  

홍석조 회장이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 정리를 통한 승계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