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이 추진해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중심의 그룹 방산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
[비즈니스포스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추진해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의 그룹 방산 사업구조 개편이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까지 마무리되면 김 부회장이 ‘한국판 록히드마틴’의 위상을 세우기 위한 주춧돌이 완성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톱10 방산기업의 목표를 향해 내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경쟁당국 심사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화그룹 내부에서는 인수에 필요한 실무작업 준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애초 협의됐던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를 위한 2조 원가량의 현금 마련과 대우조선해양의 사명 변경, 새 경영진 구성을 비롯한 조직정비 방안이 세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전원회의를 통해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세계 각국의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올해 2월 튀르키예 경쟁당국에서 가장 먼저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일본과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차례로 승인을 받았다.
이제 공정위 판단만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공정위가 경쟁제한을 문제 삼으며 한화그룹 쪽으로서는 애가 타는 형편에 한 때 몰리기도 했다.
다만 한화그룹과 공정위의 협의가 비교적 원활히 진행되며 이달 안으로 승인이 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은 공정위가 제시하는 시정방안을 이행하는 조건 아래 기업결합 승인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김동관 부회장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을 만든다는 밑그림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선 건조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조선기업이지만 군함과 잠수함 등 방산물자를 만드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3천톤 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인도한 곳도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대한민국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첨단기술 기반 해군 청사진인 ‘스마트네이비’에 발맞춰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의 특수선 부문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해상 방산 역량까지 흡수한다면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주로 정부가 고객인 방산시장에서 한화그룹은 육·해·공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폭 넓은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각자의 고객 네트워크 공유하며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비롯한 한화그룹의 방산부문 사업구조 개편은 김 부회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약 2조 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절반인 1조 원을 담당한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데 사실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래 대우조선해양이 놓이게 되는 셈이다.
이밖에 한화시스템(5천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천억 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천억 원)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화시스템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분 46.73%를 쥐고 있는 연결 자회사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은 여러 계열사로 분산됐던 방산 역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결집시켜 놓았다.
삼성그룹 방산계열사 삼성테크윈을 모태로 하는 한화디펜스, 한화의 방산부문이 물적분할한 한화방산 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통합돼 4월 초 3사 통합이 마무리됐다.
김동관 부회장은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방산 3사 통합을 공식화하기 위해 마련한 ‘뉴비전 타운홀’ 행사를 통해 "우리는 국가대표 기업으로서 대한민국은 물론 자유세계를 수호하는 책임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우리 모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한 대체 불가능한 한화그룹을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에 든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다.
미국 국방 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2021년 매출 기준 방산업체 순위에서 한화그룹은 매출 47억8700만 달러로 30위에 머물렀다. 1위인 록히드마틴(644억5800만 달러)은 물론 10위인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149억2400만 달러)와도 격차가 매우 크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데다 앞으로 통합된 방산 역량의 결집효과가 더해지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방산사업 확장이 본격화할 가능성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30년 매출 40조 원, 영업이익 5조 원의 비전과 ‘토털 디펜스 솔루션’, ‘우주사업 확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진출’을 3대 사업방향으로 제시했다"며 "사업확장 및 대규모 투자가 뒤따를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뒤 추가적 비전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방산과 관련한 그림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외적으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사업을 확장하기에 우호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분쟁, 중국과 대만 사이 양안 갈등 등은 국제적 갈등과 불안을 촉발하는 요인이지만 방산업체로서는 무기 수요 증가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무기 수요가 다방면으로 발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민간인을 향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정찰·정보 분석 능력을 강화하고 초고성능 무기를 개발할 것”이라며 무기 고도화를 통한 대북억제책을 강구할 뜻도 보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