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4-02 15: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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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에게 올해 가장 중요한 임무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투자금융시장의 한파 탓에 기업공개를 포기하긴 했으나 상황이 나아지면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히 유효한 만큼 기업가치 높이기는 김 대표의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 컬리가 지난해 예상 밖의 호실적을 냈다는 시선이 떠오르고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사진)가 올해 기업가치 상승의 기반을 마련한다면 올해 초 포기했던 기업공개에 재도전할 길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올해 물류인프라 확대와 사업다각화, 수익성 중심 경영 등 3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반을 닦아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지난해 시장의 눈높이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냈다는 시선이 많다.
컬리는 3월31일 사업보고서를 공개하며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372억 원, 영업손실 2335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30.5% 늘었고 적자 규모도 7.3% 증가했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는 점만 보면 컬리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섞인 시선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영업손실률이 줄었다는 점에서 향후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을 일부 보여줬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컬리의 2021년 영업손실률은 13.9%였으나 지난해에는 11.5%로 2.4%포인트 개선됐다. 테크와 물류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적지 않다.
보유 현금도 시장 우려보다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컬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1956억 원 보유하고 있다. 2021년 말보다 473억 원 늘었다.
지난해 추가로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상장까지 실패한 탓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바닥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돌았지만 재무제표 공개를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했다.
컬리가 항상 강조하는 공헌이익도 4년 연속으로 흑자를 보였다. 공헌이익은 매출에서 변동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이 수치가 흑자를 기록하면 인프라 투자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이후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특히 컬리는 공헌이익률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22년 4분기에는 연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도 강조했다.
이런 숫자들을 감안하면 김슬아 대표가 지난해 시장의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컬리의 살림을 잘 꾸려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컬리가 올해 초에 코스피 상장 계획을 접었던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컬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지난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투자금융업계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보다 수익성을 잘 방어하는 회사를 찾는데 주력했다.
단 한 차례도 이익을 내지 못한 컬리 입장에서는 시장 환경이 좋지 못했던 셈이다. 그 결과 컬리의 기업가치는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결국 상장 문턱을 넘는 데도 실패했다.
하지만 컬리가 예상 밖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김슬아 대표의 올해 행보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컬리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올해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가 내세울 첫 번째 무기는 물류 인프라다. 현재 컬리는 경기 김포와 서울 송파에서만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분기에는 경기 평택과 경남 창원에서도 물류센터를 돌리기 시작한다.
컬리가 현재 국내를 대표하는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컬리의 새벽배송 시스템 ‘샛별배송’이 있다. 컬리의 물류센터 확장은 샛별배송의 전국화에 한 발 더 나아간다는 의미와 같다.
물론 물류센터 확대가 컬리에게 득일지 실일지는 예단할 수 없다. 물류인프라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와 동시에 적자가 늘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실적에서 영업손실률 하락이라는 성과를 거둔 만큼 앞으로 변동비를 줄여 흑자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의 두 번째 무기는 컬리가 지난해 11월 뷰티 특화 버티컬 서비스로 문을 연 ‘뷰티컬리’다.
장보기에 집중하던 컬리가 본격적으로 외연을 확대한 서비스인데 장보기 서비스보다 객단가가 높은 데다 컬리의 주된 고객층인 3040 여성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뷰티컬리 론칭 이후 컬리의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은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컬리 관계자도 “뷰티컬리는 주요 프리미엄 화장품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는데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은 일반 장보기보다 매우 높다”며 “뷰티컬리가 컬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잘 안착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주력하고 있는 세 번째 지점은 수익성 중심의 경영 효율화다.
컬리는 최근 들어 내부적으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컬리 재무팀은 최근 한 구매팀이 파트너사와 오랜 기간 수의계약한 것을 놓고 향후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 경쟁입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뷰티컬리와 효율적 비용 집행 등으로 지난해 견조한 성장세와 수익성 개선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올해 더욱 안정된 물류 시스템과 독보적 상품 관리, 데이터 및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