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레벨3 자율주행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전기차 브랜드 위상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인 HDP가 탑재되는 EV9 GT-라인.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전기차 판매 경쟁이 올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시속 80km 수준의 레벨3 자율주행기술을 플래그십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를 앞세워 전기차 브랜드 위상을 다져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하반기 국내에 출시되는 플래그십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EV9 GT-라인에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기능을 탑재하기 위한 막바지 기술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은 레벨3 자율주행 기술로 이를 활용하면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를 주행할 때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앞 차와의 안전거리와 차선을 유지하며 최고 80km/h의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기아는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EV9 GT-라인에 2개의 라이다를 포함한 모두 15개의 센서와 정밀지도, 통합 제어기 등을 장착한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EV9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행사에서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은 안전과 직결돼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기술"이라며 "고속도로, 터널 등 도로에서 날씨, 시간, 정체 여부 등 모든 주행환경에 대해 반복 주행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올 하반기 유럽과 북미, 아시아태평양,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EV9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어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GT-라인 모델 역시 세계 곳곳을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EV9 GT-라인에 시속 80km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이 장착되면 현대차그룹은 실용성이 높은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사실상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하게 된다.
물론 지난해 5월 메르세데스-벤츠가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인 '드라이브 파일럿'을 독일에서 판매되는 S클래스와 전기차 EQS에 옵션으로 처음 제공했다. 그러나 해당 기능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h에 머물러 사용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현대차그룹 역시 애초 레벨3 자율주행 최고 속도를 시속 60km로 설정했었으나 제한 속도를 30% 이상 끌어올려 고속도로에서 사용성을 크게 높였다.
현대차도 현재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에 HDP를 추가하기 위한 반복 검증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검증이 완료되면 내년 출시되는 현대차 플래그십 전기SUV 아이오닉7에도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 3위에 올랐다. 다만 올해 세계 전기차 시장은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이 완료되는 2025년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경쟁을 펼치는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유럽에서도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정통의 유럽 강호인 폭스바겐그룹과 스텔란티스에 중국 업체들과도 전기차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럽에서 중국 지리그룹은 현지 전기차 판매량을 2021년보다 122%,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MG를 포함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129% 늘렸다. 이는 유럽 전체 전기차 시장성장률(29%)의 4배가 넘는 무서운 성장세다. 올 상반기부터는 테슬라에 이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 2위의 중국 전기차업체 BYD(비야디)도 유럽에 전기차 3종을 출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업체로써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미래차 전략의 양대 축으로 여겨진다. 기아가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점찍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역시 자율주행하는 무공해 전기차를 전제로 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SUV EV9가 출시되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로써 앞선 기술경쟁력을 입증할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개화기를 거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선 플래그십 모델 등에 집약된 기술경쟁력이 전기차를 만드는 업체의 브랜드 위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 시장이 성숙하고 기술이 영글어 전기차 브랜드들이 저가 전기차 모델들을 잇달아 내놓고 본격적 가격 경쟁을 펼치는 시점은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호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전기차 보급 확대는 자동차의 전장화를 촉진해 하드웨어 중심의 운송수단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첨단 전자장비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만큼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력이 당분간 전기차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인 CES2023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일본 혼다와 소니의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는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브랜드 첫 전기 콘셉트카 '아필라'를 CES2023에서 공개했는데 2006년 상반기 북미 출시를 목표로 한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송 사장은 EV9 월드 프리미어에서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EV9가 기아의 전기차 브랜드 위상을 높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송 사장은 "EV9는 기아 역사상 가장 혁신적 차량 중 하나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회자되는 차량이 될 것"이라며 "전세계 전동화 경쟁구조를 재편하고 기아가 전기차 탑티어 브랜드로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