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11시 서울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관치금융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목전에서 밤샘 토론으로 생존전략을 강구해야할 판에 금융회사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아 온갖 고위험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게끔 하고 있다."
이재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20일 오전 11시 서울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관치금융 규탄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국 금융시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기자회견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급박하게 변화하는 대내외적 금융환경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당국을 비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대통령 집무실이 바라보이는 전쟁기념관 정문 앞 6·25 상징탑 주변 도로는 기자회견을 하는 단체들로 북적였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 50여 명도 대통령 집무실이 바라보이는 전쟁기념관 정문 앞 도로 한편에 도열해 40여 분 남짓
윤석열정부의 금융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마이크를 잡은 이재진 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파산 위기 사태를 언급하며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 모든 상황은 우리가 위기 중의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에 목전에 와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며 “현 상황에서 우리 금융당국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TF를 만들고 밤을 새워 토론해야 할 지금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아 온갖 고위험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게끔 혈안이 돼 있는 게 현 정부의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맞춰 인상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기관을 압박해 금리 인하를 강요해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금융당국 수장의 행보를 두고 “법 제도를 통한 정책 실현이 아니라 경제주체에 대한 협박으로 본인이 원하는 바를 실행하겠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발표한 회견문에서도 "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마디를 꺼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뒤따라 나선다"며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의 엉뚱한 진단이 무능한 금감원장의 엉터리 대책으로 이어지며 최악의 관치금융과 정책실패가 일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금융당국이 금융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태스크포스(TF)만 무수히 만들고 있으며 그 TF는 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2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 3월 '금융산업 글로벌화 TF'를 만드는 등 20여 개가 넘는 TF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분석했다.
게다가 이들 TF들도 제대로 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회견문에서 "챌린지뱅크를 만들겠다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 '에서 선진 사례로 제시됐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은 최근 보란 듯이 파산했다"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정부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금융 부문을 방어해야 할 금융공공기관 수장에 비전문가를 임명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물론이고 사무금융노조 산하 공공부문에도 전문성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연결된 인사들이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우 자본시장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금융연구원의 연구실장이 대선캠프 인연으로 선임됐다”며 “향후 임기가 도래하는 모든 공공기관에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금융공공기관에 낙하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현재 대규모 기관과 공기업의 기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으나 영국의 ‘공직임명 감독관’이나 프랑스의 ‘공기업관리청’처럼 각종 공공기관 임원 임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감시하는 별도의 기구를 둬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회견문에서 “낙하산인사가 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후퇴시키는 것인데 (금융당국의) ‘금융산업 글로벌화 TF’가 어떤 사례를 들고 올지 벌써부터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엉망진창 금융정책을 내놓고 있는 각종 TF를 즉각해체하고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주장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