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지원 권한의 상당부분을 지자체에 넘겨 지역에서 자생력을 높이는 방안과 혁신 역량과 의지가 있는 지역대학을 선정해 예산을 몰아주는 방안이 지역대학 개혁의 두 축이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월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회 글로컬대학 30 추진방안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 수행 속도가 너무 빨라 지역대학 개혁이 졸속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떠오른다.
17일 교육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이주호 부총리가 대학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글로컬(Global+Local 합성어)대학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공청회를 열고 '글로컬대학 30 추진방안' 시안을 공개했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각 지역의 특화산업과 연계해 지역대학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2027년까지 비수도권에서 30곳의 대학을 추려 5년 동안 1천억 원씩 지원하고 여러 규제도 풀어준다.
이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지금은 대학의 대격변기로 근본적 변화를 해야 하는 변화의 골든타임"이라며 "비관적으로 얘기하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감하게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 보라"며 "(교수) 정년 때까지 하지 말자는 분들의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연구개발 전면 개편 △대규모 구조개혁과 정원조정 △과감한 교원인사 개혁 △대학 간 통합과 학문 간 융합 △지역 산업·문화와의 파트너십 형성 등을 혁신방안의 예시로 들었다.
대학 통합, 학과 통폐합을 비롯해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방안들이 상당하다. 대학의 안과 밖을 비롯해 학과·교수의 벽을 허물어야 하고 과감한 혁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 혁신을 위한 산학협력 허브의 역할을 위한 구상도 제시해야 한다.
대학을 바닥부터 뒤집어 엎을 개혁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역대학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4월 말까지 글로컬대학 사업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계획서를 받고 7월 10개의 글로컬대학을 선정하겠다고 시간표를 짜놨다.
급하게 마련한 혁신안이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과연 실제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낼지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모습은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이른바 RISE(라이즈)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났다.
라이즈 사업은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것을 뼈대로 한다. 그동안 교육부가 목적에 맞는 대학을 선정해 개별 학교에 나눠줬는데 앞으로는 예산을 상당부분 지자체에 배분해 지자체가 지역발전에 필요한 대학·사업을 선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절반 이상을 교육부에서 지자체 주도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17개 지자체로 보내질 대학지원사업 예산은 한 해에 모두 2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부총리는 라이즈 사업 추진에도 속도전을 펴고 있다. 교육부는 1월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처음 공개된 라이즈 사업의 공모를 2월21일에 마감했다.
한 달여 만에 공모를 마무리해 대학 사회는 물론이고 교육부 내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여유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도 시간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짧은 시일 안에 교육부가 넘길 예산을 관리할 비영리법인을 지정하고 대학지원 전담조직을 만들며 지역 내 대학의 육성에 대한 기본적 구상을 내놔야 했다.
교육계에서 이 부총리의 지방대학 개혁 방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교수단체 7곳이 모인 전국교수연대회의는 7일 호소문을 내고 라이즈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주호 장관은 대학 관리책임을 지자체에 넘기겠다고 하지만 지자체는 대학을 관리할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고 경험도 없다"며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해 라이즈 사업을 발표했지만 과거 사업의 이름만 바꿔 단 꼴이며 준비기간도 너무 짧아 국민 세금만 축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22일 이 부총리를 만나 직접 반대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