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권자들이 3월8일 부산시 동래구 부산시산림조합 투표소에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맞아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80%에 육박하는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보자와 당선자 면면을 살펴보면 남성·고령자·현직 일색이라 예비후보자 제도 도입 등 ‘다양성 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살펴보면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최종투표율은 79.6%로 집계됐다. 제1회 투표율 80.2%과 2회 80.7%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제20대 대통령선거의 77.08%를 넘어선 수치다.
이와 같은 뜨거운 관심에도 조합장 선거는 국내 농촌과 어촌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남성 중심의 구도가 굳건했다. 농축협과 수협, 산림조합 당선자 1346명 가운데 남자가 1330명이었고 여자는 16명으로 1.2%에 그쳤다.
당선자 이전에 후보자부터 남성 위주의 선거였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3071명이 후보로 나섰는데 남자가 3035명, 여자가 36명이었다.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 구성에서 남성은 68.1%(138만1402명)를 차지했다. 이 또한 높은 수치지만 후보자와 당선자의 성비는 거의 완전히 남성 일색인 셈이다. 참고로 선거인단의 여성 비율은 31.8%(64만5793명)였다.
물론 '유리 천장'을 깬 여성도 있었다.
김미자 제주 서귀포수협조합장은 이번 선거에서도 무투표당선으로 3선 고지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17년 재선거에서 ‘수협 최초 여성조합장’이 됐다.
고령화 추세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선자를 연령에 따라 구분해 보면 60~69살이 65.8%(885명)로 가장 많았다. 50~59살이 24.2%(326명)로 뒤를 이었다. 70살 이상 후보자도 8.7%(117명)였다. 50살 이상이 모두 98.7%에 이른 셈이다.
30대 당선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후보자도 30대는 광주광역시 축협 조합장에 도전장을 낸 김형민(38)씨 한 명뿐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최연소 당선자는 경상남도 진주시 산림조합의 정덕교(41)씨였다. 최고령 당선자는 서울시 관악농협의 박준식(82)씨였다.
▲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통계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후보가 1명만 나와 투표 없이 당선되는 무투표당선자 비율도 늘고 있다.
제1회 선거에는 1326개 조합 가운데 204곳(15.3%)에서 무투표당선자가 나왔다. 이번 선거에는 1346개 조합 가운데 290개(21.5%)로 증가했다.
현직조합장의 입후보 및 당선비율도 높았다.
중앙선관위 통계를 보면 후보자 3071명 가운데 직업이 '조합장'인 현역 조합장은 518명(16.8%)이었다. 그런데 당선자 비율을 보면 1346명 가운데 381명(28.3%)이 현역 조합장이었다.
요컨대 뜨거운 투표 열기에도 유권자의 선택권이 애초부터 제한돼 있었던 셈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조합장선거에서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로 다양성을 꼽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5년 제1회 조합장선거가 끝나고 후보의 다양성 부족과 예비후보자 제도 도입 무산, 무자격 조합원, 조합장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 등을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예비후보자 제도는 ‘새 얼굴 찾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도입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에 남아있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선거운동기간 전이라도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사람이라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다.
국내 공직선거에서는 모두 도입해 신인의 진출을 돕고 있다. 선거에서는 아무래도 현직이 신인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합장선거는 선거운동기간이 13일으로 짧아 현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을 개정하면 예비후보자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실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에 위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위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와 달리 예비후보자 제도 또는 후보자 초청 대담 및 토론회 등을 도입하지 않았다”며 “선거운동 자유를 늘리고 유권자 알권리를 보장해 조합장 선거 민주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관들도 긍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선거가 끝난 뒤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합장 선거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농협과 선관위, 국회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협 관계자도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위성곤 의원이 위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을 때 중앙회장 선거에는 있지만 조합장 선거에는 없기 때문에 예비후보자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법률안은 접수된 뒤 1년이 넘도록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