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3-03 11:55:31
확대축소
공유하기
▲ 문성주 나라그룹 회장이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편에 서 경영권 확보에 나선다.
[비즈니스포스트] 헬릭스미스 3대 주주인 문성주 나라그룹 회장이 헬릭스미스 경영권 다툼에서 소액주주 편에 섰다.
문 회장의 개입이 사측과 소액주주 측의 갈등에 의미 있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문 회장을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고 헬릭스미스 경영을 맡기기로 했다.
문 회장은 현재 중소 기업집단 나라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나라그룹은 건물자동제어 전문기업 나라컨트롤, 실험동물 생산기업 나라바이오텍, 자산관리기업 나라에이스홀딩스, 자동차 부품기업 나라삼양감속기 등으로 구성됐다.
문 회장이 소액주주 측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는 것은 그가 보유한 헬릭스미스 지분 덕분이다.
문 회장은 앞서 1월 소액주주 비대위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을 통해 본인을 헬릭스미스 3대주주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인 지분율은 공개하지 않아 공시 대상인 5% 지분보다 작은 규모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헬릭스미스에 매력을 느껴 장기간 투자하다 보니 보유 지분이 커졌다는 게 문 회장의 설명이다.
눈에 띄는 것은 문 회장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 외에도 나라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헬릭스미스 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나라컨트롤은 2021년 말 기준으로 헬릭스미스 지분 0.24%를 들고 있다. 또 문 회장의 아들로 알려진 문찬혁 회장이 지배하는 나라에이스홀딩스도 헬릭스미스 지분 51억 원(취득원가 기준) 규모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헬릭스미스를 인수한 카나리아바이오엠 측과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소액주주 측으로서는 문 회장을 아군으로 끌어들일 개연성이 충분한 셈이다.
소액주주들은 문 회장이 이끄는 나라그룹이 부실기업 케이아이씨를 정상화한 경력이 있다는 데도 주목하고 있다.
나라그룹 계열사 나라에이스홀딩스는 2013년 이스타항공 모회사 케이아이씨를 인수해 나라케이아이씨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나라케이아이씨는 이스타항공 부실의 여파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나라케이아이씨는 이스타항공 지분과 계열사 등 자산을 매각하면서 재무구조를 차츰 개선했다. 이후 2017년 나라에이스홀딩스는 신약개발기업 에이프로젠에 나라케이아이씨 보유 지분을 모두 500억 원에 넘기면서 '엑시트'에 성공했다.
나라그룹 자체도 경영상황이 호조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 나라컨트롤은 매출 200억 원에 영업이익 16억 원을, 나라에이스홀딩스는 매출 612억 원에 영업이익 77억 원을 각각 거뒀다. 모두 전년보다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헬릭스미스의 오랜 적자와 반복되는 유상증자에 지친 소액주주들에게는 문 회장의 경영능력이 매력적으로 다가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문 회장 자신이 헬릭스미스 경영권 갈등에 참전한 까닭은 무엇일까.
문 회장은 김선영 전 헬릭스미스 대표가 카나리아바이오엠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맺은 데 대해 헬릭스미스의 오랜 주주로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문 회장은 비대위 카페에 "전환사채(CB) 돌려막기로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세력에 회사를 헐값에 양도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다"며 "소액주주들에게 재산상의 피해를 준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 이런 딜을 한다는 것은 공개기업의 대표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고 적었다.
▲ 문성주 회장(가운데)이 2019년 11월 에너지효율 향상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그는 "최종적으로 사측을 이기고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무보수로 회사 정상화에 나서는 헌신을 하겠다"며 "전에도 상당히 부실한 코스피 상장회사를 인수해 아주 건실한 회사로 만든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로 문 회장을 비롯한 소액주주 측이 헬릭스미스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로 헬릭스미스 최대주주에 오른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현재 지분 14.21%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사측은 15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추천 사내이사 3명을 해임하고 사측 이사를 새로 선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액주주 측이 헬릭스미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이사 해임을 막아낸 뒤 정기주주총회에서 문 회장 등 소액주주 이사 후보를 선임시켜 표 대결 연승을 이뤄야 한다.
문 회장은 "일단 이번 임총과 주총에서 이겨야 한다. 물론 많은 주주님들의 도움이 필수다"며 "주주님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