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3-02 14: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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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깊어지는 당 내홍으로 고심에 빠졌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30표 이상의 이탈표(찬성 또는 기권)가 발생한 것을 두고 당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사이에 날선 공방이 오가며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계파갈등으로 고심에 빠졌다. 이재명 대표가 2월28일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진단과 관련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방문해 급식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친명계와 비명계는 검찰의 기소에 따른 당 대표 거취 문제와 차기 원내대표 선거라는 두 개의 전장에서 강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로서는 두 차례 위기를 원만하게 넘어서야 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검찰이 추가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회에서 다시 한번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붙여질 가능성은 또 다른 변수로 남아 있다.
3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친명계 의원들과 비명계 의원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남국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러 명의 의원님들께서 무효나 가결 표를 나눠서 이렇게(표결해) 해달라는 전화를 적게는 한 통화에서 많게는 세 통화를 받았다고 한다”며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실력행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지금 누가 수장이 돼서 (표결 기획을) 만들 정도의 그런 것은 없다”며 ”정치 현안과 당내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건 일상화된 일“이라고 반박했다.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은 이 대표의 향후 거취까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했을 때 대표직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조만간 이 대표를 대장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당헌 80조에 따르면 뇌물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당직을 정지하되 당무위원회에서 정치탄압 등 부당한 수사라는 판단을 해야 당직 정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민주당이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당헌 80조 적용을 근거로 이 대표 거취에 관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당에 아주 어둡게 드리워진 검은 구름”이라며 “당을 위해 (사법리스크를) 차단시켜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가 복귀하는게 어떠냐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남국 의원은 “80조를 적용하는 것은 개인 비리냐 아니냐는 판단을 전제로 하는 건데 이미 이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정적 제거 수사'라는 것에 의원들과 당원들의 중지가 모인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인 안민석 의원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의 위기이자 당 대표 진퇴 문제와 관련돼 당 대표를 뽑은 당원들에게 물어보는 게 마땅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더라도 자신의 거취를 두고 벌어지는 계파 간 이견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오는 4~5월 사이에 열리게 될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이 대표의 거취에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당헌 제55조에 따르면 매년 5월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를 선출하게 돼있는데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뒤 원내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4월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떠오른다.
이 대표로서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명계 의원이 당선된다면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의원들의 표심이 다시 한 번 자신을 떠난 것을 확인하는 것인 데다 원내전략과 당 운영을 두고 원내대표와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에서 3선 박광온, 이원욱, 전해철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명계는 당내 비주류로 의원들 수가 적은 만큼 후보를 단일화해 지지를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명계는 뚜렷한 후보 없이 원내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4선 안규백 의원이나 3선 홍익표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과 홍 의원은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비명계의 공세가 강화되고 이 대표의 리더십 흔들기가 계속된다면 더욱 선명한 친명계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명계가 원내대표 후보를 낸다면 5선 조정식 사무총장이나 4선 정성호 의원을 차출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 대표가 당의 화합을 고려해 자신의 측근이나 친명계 의원을 원내대표 후보로 내세우는 일을 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가 '내 측근이나 친명계는 원내대표 후보로 나와서는 안 된다(고 했다더라)”며 “이 대표가 중립적인 원내대표를 생각하는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이 분열되고 위기로 가는 그런 원내대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