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해외시장에서 품질을 앞세운 정면돌파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 가속화와 신흥시장 침체, 저환율 등을 3대 위협 요소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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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정몽구 회장은 1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위협을 비켜갈 우회로는 없다”며 “우리 실력을 키워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등 모두 6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15일까지 계속된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기아차가 해외시장에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 가속화, 신흥시장 침체, 저환율 등 3대 요인이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404만 대 가량을 팔았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5%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로서 안심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유럽 자동차시장의 경우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고 중국의 경우 자동차 구매제한조치 확대시행에 따른 여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기아차가 선전하고 있는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에서 올해 자동차시장 침체가 전망된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일제히 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차의 경우 3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중국공장 신설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다만 기아차가 최근 멕시코 공장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완성차기업들이 점유율을 늘려가는 사이 현대기아차는 원화 강세 탓에 해외시장에서 판매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 국내시장에서도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으로 유럽 수입차 가격이 낮아질 경우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점유율은 마지노선인 70%선마저 무너질지도 모른다.
정 회장은 이런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품질과 서비스 등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사와 소통을 확대하고 제품개발 및 설계단계에서부터 품질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품질교육도 확대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현지 소비자에 특화된 제품개발 및 고객중심의 서비스, 마케팅 전략 수립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시장재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방침은 ‘기본에 충실하라’로 요약된다.
정 회장은 과거 위기 때마다 역발상의 경영방침을 내세워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 기아자동차 인수다. 당시 기아차의 부실이 현대차에 전가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아차를 인수해 오늘날 글로벌 완성차기업으로 키웠다.
2002년 이미 레드오션으로 불렸던 중국시장에 뒤늦게 진출해 현재 시장점유율 2위까지 오르면서 ‘현대 속도’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 미국 판매량이 급락하자 소비자가 구매 후 1년 안에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장점유율과 인지도를 크게 높이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역발상 경영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면서 “현재 위협이 더욱 복잡해진 만큼 진짜 실력을 키워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원화강세가 이어진 2분기의 실적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융정보제공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 세 곳은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하향조정했다.
남경문 동양증권 연구원은 “내수시장의 신차출시에도 현대차의 2분기 실적은 단기적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원화강세와 내수부진으로 신차효과가 반감됐다”고 설명했다.
3분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박인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3분기까지 가장 어려운 시기”라면서 “하반기 이후 2015년 신형 카니발 및 쏘렌토의 해외 신차효과와 해외공장 증설이 가시화되기 때문에 3분기 이후 주가가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