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첫 회의를 열었다. 특위는 올해 11월30일까지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실현 등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지 2년5개월여 만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특위)가 활동을 개시했다.
그러나 이 특위는 입법권이 없고 활동시한이 9개월밖에 되지 않아 실제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를 놓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첫 회의를 연 특위(위원장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올해 11월30일까지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실현 등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2020년 9월에 통과된 국회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에 따르면 특위는 "기후위기대응 관련 예산 편성을 지원하고 법제도를 개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수렴 및 공감대 형성을 통해 기술연구 및 인력개발 지원, 에너지 세제 개편, 취약 계층 지원 등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검토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지원·점검하여, 범국가적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특위가 이러한 활동을 펼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고 시민활동가들은 지적한다.
20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이 지적하는 국회 기후위기특위의 한계는 크게 세 가지다.
‘입법권이 없다. 활동시한에 9개월에 불과하다. 위원 다수가 지역구 의원이라 하반기에 공천 시즌이 오면 특위 활동을 사실상 중단할 수밖에 없다.’
◆ 입법권 없는 특위, 위원들도 한계 지적 "법안 발의하겠다"
입법권 부재는 특위 위원들 스스로도 지적한 한계다.
장혜정 정의당 의원은 14일 열린 첫 회의에서 "정치·사법·연금 특위는 입법권을 갖는데 위기나 중요성의 크기가 뒤지지 않는 특위에는 왜 입법권이 주어지지 않는지 의구심이 있다"며 “입법권을 추가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기후 관련 법안들은 정부 여러 부처, 국회 여러 상임위에 걸쳐 있기 때문에 특위는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때로는 (이견을) 돌파해 나가면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 성과물이 바로 입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권이 없으면 당연히 특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활동기간은 9개월인데 시민단체 "공천 시즌엔 사실상 활동 못해" 우려
올해 11월30일까지로 제한된 활동기한도 제한요인이다.
특위는 3월25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발표할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기본계획(기본계획)을 검토해야 한다. 또, 국회 계류 중인 여러 법안의 통과를 견인해야 한다.
이 국장은 “특위가 정부를 추동해 입법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련 정책을 꼭 실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데 여러 상황을 고려해보건대 의견 개진 정도의 활동보고서만 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은 위원들의 실질적 활동기간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 국장은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는 하반기부터는 공천에 도움이 되는 출마지역 방문이나 지역 현안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며 “11월말이란 활동시한 내에 특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즈니스포스트 조사 결과, 특위 위원 18명 중 14명이 지역구 의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례대표는 양이원영(더불어민주당), 이태규·조명희(국민의힘), 장혜영(정의당) 의원 등 4명이었다.
◆ 더 심각해질 기후위기 "기후특위에 입법권 부여하고 상설화해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특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입법권을 부여하고 상설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캠페이너는 “기후위기 문제는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종합적인 접근과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특위 권한을 강화하고 기간을 임시 활동으로 한정하지 않도록 상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를 국회상설특별위원회로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미래국회법’을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특위 활동에 기대를 드러냈다. 특히 정부 측이 낼 기본계획이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목표에 부합하는 이행계획을 제시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특위가 제대로 해내길 원했다.
정 캠페이너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78조에서 정부는 국가기본계획을 수립, 변경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며 “탄소중립이 중요한 국가 정책인 만큼 국회에서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것을 법조항에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 그중에서도 기후 정책 분야를 다루는 기후위기 특위는 행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방향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의 박수홍 활동가는 "입법권이 없는 분명한 한계는 있지만 기후위기특위는 기후위기 비상 대응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에 기반해 탄생했다는 상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위가 기본계획에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지구온난화 1.5도 제한 목표에 부합할 만큼 강화된 연도별 부문 감축목표가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신규 석탄발전 중단, 풍력발전 촉진, 분산에너지 등 기후 법안에 중재 역할 기대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신규석탄발전중단법)' 제정을 국회에 요청하고 있는 시민사회 진영은 특위가 국회와 정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이 국장은 “시민사회에서는 국민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신규석탄발전중단법을 입법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특위가 관심을 가지고 입법이 되고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는 "탈석탄법안 등 기후위기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이 입법속도를 낼 수 있도록 특위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산에너지활성화법,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 해상풍력 보급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등 재생에너지 관련법의 처리를 견인하는 역할도 기대됐다.
정 캠페이너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시스템으로 가려면 지금과 같은 중앙집중식의 전력망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주요 입법안들이 여전히 상임위 계류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은 풍력발전 인허가에만 6년 가량 걸리는 것을 2년 반 정도 대폭 앞당길 수 있다”며 “현 정부가 해상풍력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 통과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국장 역시 “온실가스 감축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이라며 “재생에너지 발전 증대와 석탄발전에 대한 조속한 퇴출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양대 축”이라고 말했다.
◆ 10개 상임위로 구성된 특위, "기후 대응 방향과 속도 권고하고 방안 내놓을 것"
특위가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등 10개 상임위 위원들로 다양하게 구성되었다는 점은 중재 역할에 대한 기대를 일으킨다. 현재 계류 중인 기후 관련 법안들과 관련, 서로 다른 관점과 이해관계를 논의할 기반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이 한 예다. 이 법안은 풍력발전을 확대하려는 산업계와 풍력이 어업 활동에 지장을 줄 것이라 우려하는 어민단체 사이의 갈등 탓에 3년째 계류되고 있다.
이 법은 상임위로 치면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 이해관계가 걸쳐 있다. 특위엔 산자위 5명, 농해수위 4명이 포함됐다. 이들의 중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특위 관계자는 “기후위기 관련법은 여러 상임위에 산재해 있다"며 "특위는 법안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법안들에 대해) 방향을 제안하고 목표에 맞는 속도를 내도록 권고하는 한편 대응방안을 내놓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계획과 관련해선 “산업계뿐 아니라 복지, 노동 등 여러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위는 3월 초 두 번째 회의 등 매달 전체회의를 열겠다는 계획를 세우고 있다. 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