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2-1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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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4대 금융지주 이사회 제도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가 금융지주 지배구조 이슈의 핵심이라고 보고 대대적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3월 주총 인사시즌을 맞아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짚어보고 4대 금융지주 별로 사외이사진 현황과 이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금융당국, 권한만 커진 4대 금융지주 비경영진 정조준
신한금융, 단단한 글로벌 사외이사 구조 이어갈까
KB금융, 교수 중심 사외이사 구조 변화 기류
하나금융, 지난해 이어 사외이사에 법조인 합류?
우리금융, 임종룡 색깔 사외이사 선임 영향 촉각
▲ 금융당국이 4대 금융지주 이사회 제도에 메스를 들이댈 준비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그동안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의 역할과 권한을 계속 확대해왔다.
하지만 현재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라는 같은 이유를 내세워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교체를 압박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그동안 금융지주 경영과 관련해 막대한 권한을 확보한 만큼 진용에 변화를 주면 금융지주의 투명성 강화를 이끌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현재 사외이사가 모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회장 후보와 계열사 대표 등 인사, 임원진의 성과급 등 평가보상, 위험관리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회사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 권한을 대부분 들고 있다.
각 금융지주별 이름은 다르지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등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중심으로 꾸린 소위원회는 적은 곳은 7개, 많은 곳은 10개에 이른다.
4대 금융지주는 매년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알리기 위해 ‘ESG보고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등을 발간한다.
이를 보면 4대 금융지주 모두 경영진 견제와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법적 권고사항 이상으로 높이고 많은 권한을 부여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시장이 바라보는 평가는 이와 조금 결이 다르다.
금융업계에서는 사외이사가 많은 권한을 지녔지만 이에 걸맞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는 4대 금융지주의 이사회 안건 통과율에서도 잘 나타난다.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상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이사회에 올라온 결의사항 안건 78건(신한 18건, KB 17건, 하나 26건, 우리 17건) 중 이사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한 건도 없다.
찬반이 첨예하게 갈린 안건도 없다. 78건의 안건들이 이사회를 통과하는 동안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맡았던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이 2022년 3월 이사회에서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안건에 던진 반대표가 유일하다.
78건의 안건에는 전년도 재무제표 승인뿐 아니라 이사 보수 결정, 임원 특별공로금 지급, 사외이사 선임, 이사회 정관 개정 등 금융지주 경영과 관련한 주요 사안들이 포함됐다.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 올라온 모든 안건이 100% 통과된 것은 2021년도 마찬가지다.
2020년에는 3월5일 신한금융 정기 이사회에 올라온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의 건’ 안건이 보류된 적이 있으나 곧바로 열린 3월26일 임시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2020년도 사실상 이사회에 올라온 모든 안건이 통과된 셈이다.
사외이사들은 각 금융지주에서 1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동시에 경영진이 잘 다져놓은 관계 속에서 이사회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은 지난해 11월3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따라 정작 역할을 해야 하는 이사회에서는 소신 있는 목소리보다는 경영진의 뜻과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냈던 변양호 대표는 올해 1월 사외이사에서 자진 사퇴했는데 이후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요 과제로 사외이사를 정조준 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요 은행장 인선 등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던 관치금융이 사라진 뒤 주요 CEO의 셀프연임이나 임직원의 고액 성과급 지급 문제는 잊을 만하면 반복됐다.
하지만 과거에는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회사의 이익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지면 경영진을 견제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4대 금융지주는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주요 권한을 지속해서 사외이사에게 넘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외이사가 주요 안건에 경영진을 위한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CEO 셀프연임과 고액 성과급 등 예전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막대한 권한을 넘겨받은 사외이사의 역할이 그대로 남았다는 것이다.
이미 사외이사가 금융지주 대표와 계열사 사장 선임, 임원들 성과급 측정, 위험관리 운영, ESG경영 등 사실상 많은 권한을 지닌 상황에서 사외이사 물갈이를 통해 지배구조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권의 눈치를 크게 보는 금융지주 특성상 3월 새로 영입된 사외이사 중 한 명이라도 특정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다면 그 안건은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사외이사 권한이 막강해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사외이사를 통제한다면 금융지주 전체를 장악하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