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국내 최대·최고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스턴처럼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도약할지 주목된다.
▲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롯데바이오캠퍼스' 조감도. <롯데바이오로직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합류 소식에 바이오 클러스터 송도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30억 달러(약 3조6846억 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천명했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그 투자처로 인천 송도를 택했다.
지난해 법인을 설립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세계 10위 권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각각 12만 리터(ℓ) 위탁생산(CMO) 공장 3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먼저 2조5천억 원 가량을 투자해 2030년까지 2개의 CMO 공장을 세우고 기업공개 이후 1조2천억 원을 추가 투자해 2034년까지 모두 3개의 공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올해 하반기에 12만ℓ 생산 규모의 1공장을 착공하고 2025년 하반기 준공 후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인증을 받아 2027년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에 공장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인 롯데바이오캠퍼스를 마련한다. 스타트업, 벤처 등이 롯데바이오캠퍼스 내 시설을 활용하며 협력을 이어가는 '바이오-벤처 이니셔티브(Bio-Venture Initiative)'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송도에는 현재 국내 내로라하는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이미 자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이미 송도에 입주해 있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다.
2005년 셀트리온의 1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를 기반으로 설립됐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4년까지 연구·공정개발(R&PD)센터를 완공하고 본사를 판교에서 송도로 옮긴다.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이어서 투자유치에 유리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등 글로벌 접근성이 뛰어난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또한 송도에는 글로벌 대학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벨기에 겐트대와 미국 유타대가 바이오와 관련된 학사·석사 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송도는 4·5·7공구 92만㎥ 부지에 60여 개의 국내외 산·학·연 기관이 들어서 있으며 여기에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부속병원이 있어 산·학·연·병으로 연결된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이뿐만 아니라 앞으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는 한국형 '나이버트(NIBRT)'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도 구축된다. 나이버트는 아일랜드의 국립교육기관으로 첨단 바이오 공정시설을 활용해 인력 교육과 연구 솔루션을 제공한다.
올해 말 연세대 국제캠퍼스 내 준공되는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는 글로벌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기관이다. 이곳에서 2024년부터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현장실무 능력을 갖춘 전문 교육생이 연간 2천 명씩 배출된다.
국책사업으로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가 구축되는 것은 미국과 아일랜드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이고 아시아 국가 중에선 처음이다.
연세대 국제캠퍼스는 지난해 7월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의 바이오 창업 특화지원기관인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한 'K-바이오 랩허브'도 품었다.
송도에서는 이미 단일 도시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시밀러가 생산되고 있다.
▲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는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를 이끌고 있는 양대산맥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송도에 4개의 공장을 건설한 데 이어 지난해 7월18일 인천시와 송도 11공구 첨단산업 클러스터에 연구·제조시설을 건설을 위한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11공구에만 4개 공장을 추가로 건립해 생산 역량을 더 키우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송도를 기반으로 연구개발(R&D)과 생산 인프라 강화에 나선다. 2024년까지 송도 글로벌 R&PD(Research & Process Development)센터를 구축하고 백신 연구뿐 아니라 글로벌 바이오 인력을 양성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한국에는 15개 시·도에 25개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송도와 마곡, 판교 등 3곳이 대표적이다. 송도는 대기업의 바이오 생산 거점으로, 마곡은 중견 제약사의 연구개발단지로, 판교는 바이오벤처의 요람으로 각각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곳은 미국의 보스턴 클러스터다.
1980년대부터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등 지역 명문대학 인재를 고용하기 위해 의약 기업이 모이기 시작했고 지역 의료기관이 임상시험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바이오 생태계가 구축됐다. 자연스럽게 산·학·연이 클러스터를 형성한 셈이다.
현재 보스턴에는 GSK, 머크, 화이자 등 빅파마(대형 제약회사) 등 약 2천 개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이 밀집해 있다. 세계 10대 제약사 중 9개가 보스턴 클러스터에 위치한다.
이처럼 보스턴이 바이오의료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이유는 인재, 자본, 플랫폼 3박자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출신의 우수한 인재가 풍부할 뿐 아니라 400개 이상의 벤처캐피털(VC)의 본사 혹은 사무실이 있다.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은 인재와 초기 투자를 유치하기가 매우 유리하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대략 5~15년의 기간과 평균 2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이 필요해 민간투자는 신약개발의 필수 요건이다. 이병욱 유통바이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