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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도 손떼라 촉구한 '블러드 코발트', 미국은 아동 노동 착취 눈 감아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3-02-0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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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도 손떼라 촉구한 '블러드 코발트', 미국은 아동 노동 착취 눈 감아
▲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31일(현지시각) 오후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 대통령궁에서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과 만났다. < EPA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되는 코발트 등 천연자원을 두고 아동노동 착취, 경제식민주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모든 비난을 감내하며 콩고민주공화국을 중심으로 코발트 공급망 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녹색 기술을 둘러싼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함이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저마다 리스크 대비에 나섰다. 

AP통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유한 국가들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천연자원에서 손을 떼라"며 "아동 노동을 종식하고 교육에 투자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6일 동안의 아프리카 순방길 첫 목적지인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에서 "아프리카의 목을 더이상 조르지 말라"며 '경제 식민주의(economic colonialism)'를 비판했다.

블룸버그도 최근 사설을 통해 미국이 콩고민주공화국과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블러드 배터리"라는 단어까지 쓰며 비판했다. 

해당 양해각서는 미국이 콩고민주공화국 및 잠비아와 2022년 12월13일 맺은 것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는 코발트 등의 광물 채굴부터 제련까지 아우르는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의 핵심광물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 코발트의 70%가 넘는 양이 묻힌 콩고민주공화국은 아동노동으로 코발트를 채굴하는 점 때문에 꾸준히 윤리적 비판을 받아 왔다. 
 
교황도 손떼라 촉구한 '블러드 코발트', 미국은 아동 노동 착취 눈 감아
▲ 코발트는 지속적으로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 등을 일으킨다. 또 코발트 분진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와 폐조직을 섬유화시키기 때문에 보호장비 없이 코발트를 다루면 건강에 치명적이다. 사진은 콩고민주공화국 루알라바 주 틸웨젬베의 한 코발트 광산에서 소년 광부들이 보호장비 없이 일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노동부는 2022년 보고서에서 중국의 리튬철 배터리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아동노동으로 채굴한 코발트를 사용한다며 ‘아동노동 또는 강제노역으로 생산한 제품’ 목록에 넣었다.

블룸버그는 강제노동으로 만든 제품을 수입하지 않던 미국이 아동노동으로 만든 코발트에는 이 지침을 적용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의 행보를 위선적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비판을 감수하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코발트를 수급해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전기차 산업 육성 및 친환경 목표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구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은 또한 환경보호와 자국 내 고용촉진을 위해 2022년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다. 감축법에서 청정 운송수단 세액공제를 규정한 13401 조항(Section 13401)에 따르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및 부품 요건을 충족한 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산업 성장과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무역전쟁 성격도 띤다. 
 
교황도 손떼라 촉구한 '블러드 코발트', 미국은 아동 노동 착취 눈 감아
▲ 중국은 국영기업들을 통해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을 사들이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공급망을 쥐려고 한다. 사진은 310만 톤의 코발트가 묻혀있다고 추정되는 콩고민주공화국 루알라바 주 키산푸 광산. < unsplash >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배터리는 전쟁터다’라는 기사에서 “다음 지정학적 분쟁은 녹색 기술을 두고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녹색 기술인 배터리 산업에서 미국이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자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경쟁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광물에 상당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코발트 공정의 65%를 비롯 리튬의 58%, 니켈의 35%를 중국 기업이 제련한다. 

코발트에 집중하면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중국은 2007년 콩고민주공화국과 60만 톤 규모의 코발트 개발 계약을 맺은 걸 시작으로 콩고민주공화국 최대 코발트 광산인 텡케 풍구루메와 키산푸 광산 개발권을 확보하며 콩고민주공화국 내 코발트 채굴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중국이 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무기화 하면 경제를 넘어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미국은 바라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장관은 지난 2022년 12월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아프리카 정상들 만남 이후 개최된 포럼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매일같이 경제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배터리 생산 주요 기업을 보유한 한국은 미국이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교황도 손떼라 촉구한 '블러드 코발트', 미국은 아동 노동 착취 눈 감아
▲ 한국 배터리 생산 기업은 핵심광물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만든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의 미국 오하이오주 워렌 공장 앞 전기차 충전소 모습. < LG에너지솔루션 >
미국은 오는 3월에 친환경 차량 핵심광물 및 배터리 구성을 규정하는 세부 사항을 발표한다. 

배터리 내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 요건은 단계적으로 강화돼 2027년에는 80% 이상을 맞춰야 한다.

정부간 협약이나 기업이 자체 수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코발트와 같은 핵심광물이 미국으로 더 유입될 수 있다. 

미국이 수입하는 코발트 등 핵심광물이 늘면 한국 기업은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한 배터리 공장들이 스텔란티스와 GM 등 미국 기업과의 합작공장 형태라 코발트 수급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콩고민주공화국 아동노동과 같이 인권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USA투데이는 지난 2022년 10월 현대차가 현지 관계당국과 공동으로 미국 부품 협력사의 미성년자 고용 정황에 따른 노동법 준수 문제를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전미자동차노조(UAW)도 현대차가 노동법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보조금 지급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노동 문제가 미국 내에서의 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은 배터리 코발트 함유량을 줄이거나 코발트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의 양극재에서 코발트 대신 망간 비중을 높이는 망간리치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렉트라 등 캐나다 광물업체와 황산코발트 장기 공급계약을 맺으며 핵심광물 수급처를 늘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인플레이션 촉진법은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배터리 생산 업체들에게 코발트 공급망 다변화를 촉진한 계기가 됐다”며 “미국이 콩고민주공화국과 맺은 업무협약도 새로운 기회라 생각하며 자원시장 상황을 살필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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