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첫 출시가 이뤄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기업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시장에서 올해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연간 수십 조 원 규모 매출을 자랑하던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이름 아달리무맙)'가 마침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들과 미국시장을 나누기 시작했다.
국내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로 미국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수요의 일부만 흡수해도 막대한 실적 창출이 가능한 만큼 치열한 점유율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시각 1월31일 미국 바이오기업 암젠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를 출시했다.
암제비타는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건선 등 적응증 7가지를 대상으로 처방된다. 도매가격 기준으로 휴미라 정가보다 55% 낮은 가격에 제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것은 암제비타가 처음이다. 다만 암제비타 이외에도 여러 제품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출시가 예상되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무려 10종에 이른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놓은 제품만 8종이다.
이처럼 여러 기업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까닭은 그만큼 시장 규모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휴미라는 2002년 말 미국에서 허가받은 이후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효능을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막대한 금액을 벌어들여 왔다. 앞서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하기 전인 2020년까지 9년 연속으로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숫자를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매출 합계가 무려 1685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2021년 매출만 207억 달러(약 25조 원) 수준이다.
주목할 부분은 휴미라 매출 대부분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매출 중 미국시장이 177억 달러(약 23조 원)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출시 후 2021년까지 누적 매출은 165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애브비는 미국시장에서 휴미라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바이오시밀러 개발기업과 특허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애브비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지면서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하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9년 이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를 FDA에 허가받은 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환자 통증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고농도 제형을 추가로 승인받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의 허가 신청을 2020년 11월 제출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애브비와 합의로 출시가 예정된 올해 7월이 가까워지는 만큼 조만간 허가가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을 상당 부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올해 휴미라 매출이 지난해보다 50억 달러(약 6조 원) 감소한 150억 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시밀러들이 휴미라를 밀어내고 시장을 과점할 수도 있다. 시장 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현재 휴미라의 시장점유율이 3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확대한 영향이다.
다만 미국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로 성과를 거둘 경우 유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적 창출이 가능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2021년 휴미라 매출 23조 원의 5%만을 각각 차지한다고 가정해도 무려 1조 원이 넘는 매출 확보가 가능한 셈이다.
지난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전체 매출이 9463억 원이었고 셀트리온은 매출 2조 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놓고 보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향후 국내 바이오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짐작할 수 있다.
아이큐비아는 1월 보고서를 통해 "2023년에 출시되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미국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바이오시밀러 이벤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며 "바이오의약품 관련 지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실제로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얼마나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관련 기업들의 매출은 3분기 중순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선 암젠의 가격 정책과 시장점유율 침투 속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향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 속도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