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비안의 SUV 전기차 'R1S'.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가 주요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는 데 고전하고 있다.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부품 및 소재의 공급 차질과 단가 상승, 대형 자동차기업의 전기차 출시 확대 등으로 악재가 겹치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수 개월 동안 리비안에서 대관업무와 공급망 관리 등을 담당하던 여러 핵심 임원들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본격 시행을 앞두고 대관업무에 공백이 발생한 일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리비안의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는 일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비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과 전기차 공급망 차질 등에 영향을 받아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일부 차종의 출시를 늦추는 등 다양한 악재를 겪었다.
지난해 전기차 생산 대수도 목표치인 2만5천 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회사의 핵심 인력이 잇따라 이탈하고 있는 점도 경영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근거로 꼽힌다.
리비안의 경쟁사로 꼽히는 루시드모터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지난해 루시드모터스가 생산해 고객에 판매한 전기차 대수는 7180대로 당초 목표치의 6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루시드모터스의 현재 주가가 약 40% 고평가되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전기차 수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26일 종가 기준으로 리비안 주가는 1년 전보다 약 66%, 루시드그룹 주가는 69% 떨어졌다. 두 기업이 처한 상황과 부정적 전망이 이미 기업가치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는 모두 제2의 테슬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던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상장 초반부터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동차사업 특성상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웠던 데다 거시경제 상황 악화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으면서 큰 위기에 놓이게 됐다.
테슬라와 같은 상위 기업과 비교해 기술력이나 브랜드 가치 등 측면에서 뚜렷한 장점을 보이기 어려웠다는 점도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가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해 대형 자동차기업들이 잇따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신형 전기차 출시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가 북미를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 루시드모터스의 럭셔리 전기차 '루시드 에어' 이미지. |
두 기업에서 생산하는 전기차가 모두 7만~8만 달러대로 고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해당 시장은 테슬라의 영향력이 특히 큰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증권사 웨드부시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왕좌의 게임’에서 앞으로 12~18개월 안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 하는 기업은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비안은 한때 삼성SDI와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할 정도로 사업 확장에 자신을 보였다. 미국 아마존에 전기차 대량 공급을 수주하며 성장동력도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차량 인도 시기가 예정보다 크게 늦어지거나 예약구매자를 대상으로 최대 1만4천 달러에 이르는 가격 인상을 통보해 큰 반발을 사는 등 논란을 겪으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
루시드모터스는 미국 정부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는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는 시점을 2025년 이후로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에 불리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해당 시점이면 이미 세계 주요 자동차기업들이 미국 전기차시장에 수많은 신모델을 출시하고 소비자 수요를 선점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테슬라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가격을 크게 인하했다는 점이 본격적 시장 경쟁을 알리는 신호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와 같은 대형 자동차기업은 충분히 수익성에 타격을 감수할 수 있지만 루시드모터스와 같은 신생기업이 살아남기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여러 자동차기업들이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그러나 루시드모터스는 가격을 지금보다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용원 기자